Art Holic/일상의 황홀

샴페인에 새겨진 비밀-제임스 본드의 암호명이 007인 까닭

패션 큐레이터 2008. 8. 10. 02:49

 

 

빈센트 반 고흐 <카페 테라스-밤의 시간>

캔버스에 유채, 81 × 65,5 cm, 레릭스 뮤제움

 

프랑스 전역의 미술관을 돌아다닌 적이 있다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속 영감의 대상이자, 소재였던 아를르에도

들렀다. 진한 쪽빛 하늘과, 마치 꾹 눌러짜면 초록빛을 발산할 것 같은 론 강.

프로방스 여행에서 이 작은 마을 아를르를.  하늘빛이 고운 7월에 방문했다, 민속의상을 입은

여인들의 퍼레이드에 취했고, 고대의 로망과 적요한 시간은, 모래 시계 속 알맹이가 되어

내 마음의 뜨락 위에 뿌려졌다. 고흐의 그림 속 카페에 갔었다.

밤의 시간, 사진을 공부하는 친구와 샴페인을 두병이나 마셨다. 프로방스의 하늘은

익어가는 포도의 계절, 별빛 아래 우정은 무르익었다.

 


 

 

우아한 내 친구를 위해, 여성들이 즐겨 마시는 뵈브 클리코를 시켰고, 나는 크루그 브랜드를 시켰다.

 

반 고흐 카페는 색전증에 걸려 황색을 주로 쓸수 밖에 없었던 고흐를 기리고 싶었던지 내부와 테라스의 벽면까지 그림 속 노랑색을 그대로 베껴냈다. 포륌 광장의 '밤의 카페는 그림 속 장소에서 일상의 신화가 되어 여행객들의 밤을 돋운다.

 

술을 잘 하지는 못하지만, 술을 마시는 시간은 확실히 솔직해 지는 것 맞나 보다.

 

내 친구 까트린느는 며칠 전 친구와 헤어졌다면서 속이 시꺼멓다고 말했고, 겉으로 드러나는 우아함과 달리, 내면의 개성이 강한 그녀에겐 역시 뵈브 클리코 보다는 크루그 삼페인이 제격이었다.

  

샴페인이란 종류를 먹어본 것이 미성년자였던 중학교 시절이다. 샴페인이란 프랑스 샹파뉴 지방에서 나는 스파클링 와인을 말한다.

 

 

 


에두아르 마네 <폴리 베르제르의 바> 캔버스에 유채

코톨드 인스티튜트 오브 아트

 

인상파 화가 마네가 그린 <폴리 베르제르의 바>를 살펴보자. 난 개인적으로 이 그림을 참 아낀다. 내 책 <샤넬 미술관에 가다>에도 이 그림 속 여성 바텐더가 입었던 의상과 코르셋 종류에 대해서 다양한 이야기를 뿌려 놓았다.

 

이 그림은 생각보다 따져물어 볼 만한 소재가 많은 그림이다. 그 당시 카페 문화, 파리의 밤 문화에 대한 일종의 증명사진 같은 작품이기 때문이다. 거울에 비친 여인의 뒤태, 그리고 여인에게 하룻밤의 원 나잇 스탠드를 위해 유혹하는 신사의 표정이 보인다. 오늘은 자신의 성향과 스타일에 맞는 와인 브랜드를 소개한다. 더불어 재미있는 역사 이야기도 하나 하련다. 007을 좋아하는 분들은 끝까지 읽어보시라.

 

크루거(Kruger)

창의력이 뛰어난 예술가

고집불통 개성강한 디자이너를 위한 샴페인

 

앞에 보이는 금박 포장의 술병들이 바로 샴페인이다. 서양배 모양의 초록색 병은 크렘드 망트라 불리는 것이고, 샴페인 옆에는 붉은 색 포도주병이 있다. 클라레라 부른다.

 

샴페인에는 항상 황금색 포장지가 붙는다. 잘 숙성한 포도의 상징이랄까? 크루그는 사실 프로방스 여행 이후 딱 세번 마셔본 게 전부다. 그것도 남이 사줄때만 마셨다. 과일과 벌꿀, 노릇하게 구워낸 토스트향까지 더해, 마실때마다 내 안의 혈흔이 따스해 진다.

 

샴페인 중 크루그 브랜드는 개성과 창의력이 강한 이들에게 어필하는 브랜드다. 코코 샤넬과 헤밍훼이 마돈나, 데이비드 베컴, 샤론 스톤,, 나오미 캠벨과 같은 이들이 유명한 크루기스트, 다시 말해 크루그 브랜드에 미친 명사들이다. 크루그는 매우 비싼 샴페인이다. 솔직히 여행 중 두병을 마시고 여행 일정을 줄여야 했다.

 


 

 

크리스털 샴페인

-슈퍼스타 CEO를 위한 전유물/벼락부자를 위한 상징

 

서울에서 열린 2007 국제와인박람회'에 1병에 350만원짜리 샴페인이 등장,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프랑스의 루이 뢰데르社(Louis Roederer)가 만든 '크리스탈'이라는 샴페인이 바로 그것. 샴페인으로 유명한 루이 뢰데르社는 19세기 초 러시아를 주요 수출국으로 정해 적극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 로마노프(Romanov) 왕조를 루이 뢰데르社의 VIP 고객으로 삼는데 성공한다.

 

일반 샴페인과 차별된 황제를 위한 특별한 샴페인을 원했던 알렉산더 2세의 요구에 루이 뢰데르社는 알렉산더 2세 전용 샴페인으로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 크리스탈 병에 병목에는 황실의 문양을 인쇄해 황제만의 샴페인임을 알 수 있게 특별 제작한 최고 수준의 크리스탈 샴페인을 탄생시키게 된다.

 

크리스탈 샴페인은 루이 뢰데르社가 소유한 포도밭 중, 가장 좋은 포도로 만들어지는 명품 샴페인으로 전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입맛을 충족시키며 사랑받고 있다. 슈퍼스타급의 경영자나 스타들을 위한 샴페인으로 외국에서도 알려져 있다. 두개의 얼굴을 가진 샴페인이라고 불린다. 힙합으로 엄청난 부를 쌓은 퍼프 대디가 돈을 쏟아부은 것이 크리스털 샴페인을 사모은 것이었고,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생일날 300병의 크리스털 샴페인을 구매해 주변을 놀라게 했다.

 

● 볼랭저

-영국풍 신사를 위한 샴페인

 

 007 시리즈 영화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영화 속에 나오는 와인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1952년 이언 플레밍이 창조한 007은 14권의 시리즈를 세상에 내 놓았다. 술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독자들을 위해 한 가지 궁금증에 답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왜 하필 제임스 본드의 암호명이 007 일까.

 

<서양문화사 깊이읽기>란 책을 통해 답을 알게 되었다. 영국의 전성시대를 구가한 엘리자베스 여왕은 세익스피어로 대표되는 문화적 르네상스와 군사적 우위를 장악한 군주였으나, 미혼의 여왕으로선 주변 유럽 국가들의 상황을 파악하고 외교적 사안을 처리해줄 스파이를 필요했다. 

 

이 당시 돈 디라는 뛰어난 학자이자 연극 연출가였던 그에게 여왕은 비밀스런 스파이 업무를 맡긴다. 그리고 그녀와 디 사이의 사적 외교문서에는 암호명 007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존 디는 여왕에게 보내는 편지의 말미에 '두 눈'을 의미하는 두개의 원을, 그리고 7이라는 숫자를 썼다. 자신은 여왕의 비밀스러운 두 눈이고 그 눈은 성스럽고 신비로운 행운의 숫자 7이 보호한다는 뜻이었다고 한다.

 

007 Another Day에서 본드가 감옥에서 풀려나 가장 먼저 찾은 샴페인이 바로 오늘 소개하는 볼랭저다. 007 영화에 9번을 출연한 유서깊은(?) 샴페인이다. 이로 인해 제임스 본드의 샴페인이라고 불린다. 향이 독특하고 약간 쓸쓸한 느낌까지 감돈다. 신선한 느낌이 베어나고, 헤이즐넛, 마른 과일향이 섞여나온다. 볼랭저는 노년과 청년의 이미지를 다 가지고 있다는 평을 얻었다. 나이대를 불문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와인 중의 하나다. 자신이 007과 같은 영국 신사의 느낌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면, 이 샴페인을 마셔보라.

 

● 뵈브 클리코

-우아한 여성들을 위한 샴페인

불어로 뵈브는 과부란 뜻이다. 이 샴페인이 산출되는 곳은 과부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국사회를 강타했던 미국 드라마 <섹스 앤더 시티>에서 여주인공이 즐겨마신 샴페인라고 하면 설명히 훨씬 쉽지 싶다. 성공한 뉴요커로서, 드라마 속 여주인공처럼 느끼고 싶다면 한번쯤 도전해 볼 만한 샴페인이다.

 

  

             

 더위에 지쳐 보내다 집에 들어온 시간이 늦네요.

숨겨놓은 샴페인 하나 얼음에 재워두고 글을 썼는데 꺼내도 될 듯 합니다.

행복한 주말 맞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