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일상의 황홀

촛불의 부활-7월 5일 촛불문화제 스케치

패션 큐레이터 2008. 7. 6. 20:04

 

어제 시청에선 국민 승리주간을 위한 촛불 문화제가

열렸습니다. 50만명의 인원이 운집한 가운데 성대한 촛불의 바다가

서울 중심부에서 펼쳐졌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들, 그 속에서 펄럭이는 다양한 목소리의 깃발들이

소통불가의 장벽을 쌓은 현 정권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

비갠 오후 하늘 아래 힘차게 나부낍니다.

 

깃발에 쓰여진 문구들을 읽어보니 다양한 집단들이

모였습니다. 정부가 주장하는 것처럼 무슨 운동권 집단들의 모임만 보인 것이 아닙니다.

'쇠고기 문제를 걱정하는 노원구 사람들'도 있고 '방학동' 사람들도 있습니다.

강남에서도 왔고, 다양한 교회의 깃발도 보입니다.

 

 

특히 이번 촛불 문화제에는 4대 종파 종교인들까지 참석해

그 규모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지요. 사진 속 주인공은 원불교에서 오신 분들이고요.

 

 

빨간 장미를 들고 노래를 부르는 천주교 수녀님들의 모습이 보이지요.

 종교가 정치로 인해 하나의 장을 마련하게 된 것도 아이러니일수 있습니다만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안 앞에서 모든 이념과 종파가 하나가 되어

삶의 정치학에 목소리를 내어준 일에 감사할 뿐입니다.

무엇보다도 비폭력의 본질과 그 힘을 다시 한번 찾아주셔서 고맙습니다.

 

 

 

날이 갈수록 지배언론과 권력에 대한 패러디도

그 수위가 높아지고, 풍성한 의미들을 새롭게 만들어냅니다.  

조중동이란 구태의연한 종이언론에 대해 이제 점점 더 비판의 수위가 높아지고

그들이 이전에 차지했던 사회적 위상은 점점 더 낮아지는 지금

그저 터무니없는 왜곡과 과장, 논지를 위해 사실을 재조립하는 그들의 방식이

점점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농민협회에서 오신 분들이

무료로 토마토와 수박을 나누어주셨습니다.

농약없이 재배한 것이라 옷에 쓰윽 문질러 먹는 토마토에선

시원한 단물이 배어나옵니다. ㅡ

 

 

시간이 깊어지며 더욱 촛불의 향연은 그 향기를 강하게

발산합니다. 중심의 힘이 되어 활활 타오르는 우리 마음의 염원이

촛불로 승화되는 거룩한 순간.

 

 

촛불과 함께 놓여진 붉은 장미를 보다

문득 생각에 빠집니다. 이 치열한 시간이 언제쯤이면

끝날수 있을까. 촛불의 염원을, 그 거대한 물결 앞에서도 끝까지 소통불가를

외치고, 자신이 저지른 졸속 외교에 대해 일언 반구 없이

 

성찰없는 경제정책으로 4달도 못되 20조 가까운 외화를

날려버린 정부는 말로는 뼈저린 반성을 한다면서 실제적 대안은 어느것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 플레이와 한기총의 힘을 빌어 사람들의 외침을 매도하는 일이 전부였지요.

원래 자리로 돌아가자며 언론을 이용해 협박할때마다 "대통령에게 알박기 하던 때로 돌아가고

청와대 대변인에겐 창작소설집단에 재입사 해서 소설을 써줄 것"을 촉구합니다.

 

 

촛불이 밝혀지던 현장의 바닥에서 위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폭력의 본질은 두려움이다' 그렇습니다. 두려움에 떠는 이들이 폭력을 사용합니다.

그리고 상대를 폭력집단으로 매도하려 하지요. 그래야만 자신이 사용하는 폭력에 대해

면죄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톨릭 정의구현사제단이 보여준 비폭력 촛불 집회를 통해

다시 한번 촛불의 힘을 복원하고 마찰없이 우리의 목소리를 찾게 해준 그 분들에게

고마울 따름입니다.

 

권력과 힘을 가진 자들은 민초들의 목소리를

폭력이란 단어로 상스럽게 '규정하고 영원히 낙인을 찍기' 원합니다.

그것이 가진자들, 권력자들이 자신이 폭력을 이용해 장악한 세상을 지배하는 방식이지요.

모든 평화는 하나님이 주신 것이고, 그 하늘 아래 모든 이들은

평화행진 속에 이제 그 어떤 카드도, 패도 없는 그들을 살포시 조롱할 수 있는 겁니다.

 

 

인터넷 DVD 동호회 분들이 준비한 퍼포먼스를 보았습니다. 

영화 <브이포벤데타> 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본뜬 의상을 입고 영화 속에서 독재정부를 무너뜨린

주인공이 마지막 내뱉은 대사를 패러디 해 '촛불은 내 아버지였고, 어머니였어요. 제 친구였고, 저이기도 했죠.

촛불은 우리 모두였어요'라는 문구를 담은 손팻말을 들고 태평로 곳곳을 순례하는 모습을 담았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쪽으로 행진하는데 이 분들이 일렬로 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셨어요.

 

 

 쇠고기 정국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어, 일부 국민들의 책동인양 언론을 통해 성토하는

청와대는 대오각성해야 합니다. 미안하게도 촛불의 부활과 더불어, 그들이 내놓는

반평화와 신자유주의 정책에 대해 국민들이 점점 더 눈을 떠가고 있습니다.

 

조중동 폐간 운동이 정점에 달한 것이 아니라 이제 진정으로

국민들의 영혼성, 그 프시케의 기저를 건들며 삶과 일상의 풍경 속으로 침투하고 있고

바른 언론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는 게릴라전과 정규전을 동시에 펼치며,

그들이 발악하며 지키려하는 기득권의 옷을 한꺼풀 한꺼풀 벗겨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촛불 문화제를 통해 인문학의 부활을 배웁니다.

인문이란 결국 인문(人紋)입니다. 우리의 시각과 청각 후각, 미각

이 모든 감각들은 마치 우리의 몸을 둘러싸는 피륙처럼, 우리 각자의 영혼과

개성과 목소리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 그곳엔 우리 스스로의 독특한 무늬들이 각인되어 있지요.

대책위가 배후라고요? 글쎄요. 이미 자신의 내면에 세겨진 무늬를 찾아

거리로 나선 이들에겐 오히려 이 거리가 인문의 장이 되고

자신이 입게 될 직물의 형상을 짜깁어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고 있음을

왜 그들은 모를까요?.......안타까운 일입니다.

 

6일 시청에서 주최된 촛불집회를 폭력집회라고

규정하고 또 경찰력을 동원해서 폭력 운운하는 수사학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소식을 방금 들었습니다. 참 회개를 모르는 사람이네요.

종교인들이 중재에 나섰지만 폭력시위를 오히려 조장하고 그들에게 죄의식을 뒤집어 씌우는 군요.

이 이명박 정권이 얼마나 범죄자 집단으로 똘똘 뭉쳐진 곳인지 점점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비폭력 평화집회로 마무리 한것을 끝내는 폭력시위라고 '죄'를 뒤집어

씌우고 싶은 모양이네요. 이 정권의 도덕성이 벼랑끝에 서 있음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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