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책 읽기의 황홀

리더십 부재의 시대-돈 키호테에게 길을 묻다

패션 큐레이터 2008. 8. 7. 17:47

 

 오노레 도미에

<돈키호테와 산초 판사> 1865-70

캔버스에 유채, 노이에 피나코텍, 뮌헨, 독일

 

오늘 첫번째 라디오 방송을 마쳤습니다. 처음이라 떨렸다기 보다, 짧은 시간안에 어떻게 두권의 책을 소개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야 하지 않나는 반성을 했습니다. 원고를 너무 길게 써갔기 때문에,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넘어간 부분이 많거든요.

 

오늘 방송한 원고를 올립니다. 두권의 책을 소개한 만큼 따로 따로 송고해야 할듯 하네요. 이제부터 <책 읽기의 황홀> 폴더를 풍성하게 만들어봐야 겠습니다.

 

이렇게 방송이란 걸 하게 되면서 감사한 것은, 출판사측에 읽어볼만한 책을 보내달라고 하면 바로 보내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네요. 아니나 다를까 사무실에 돌아오니 7권의 책이 택배로 왔네요. 이 중에 한권 골라서 다음주에 발표해야 겠어요.

 

오늘 <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의 통찰력>이란 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만큼 현 정권의 리더십 위기, 리더십 부재상황을 이념적인 면모를 떠나, 문학작품에서 골라낸 리더십의 모형을 통해 읽어보자는 계산이었지요.

 

오늘 서평과 함께 소개하는 그림은 프랑스의 풍자작가 오노레 도미에의 작품입니다. 그는 돈 키호테 소설을 무척 좋아해서 돈 키호테 연작 작품을 많이 남겼습니다. 그림 속 도미에 특유의 마르고 비쭉한 기사의 모습이 보이지요.

 

<문학에서 배우는 리더의 통찰력>은 세계적인 스탠퍼드 경영대학원에서 조직론을 강의하는 제임스 마치의 강의록을 묶은 책입니다. 조직론의 세계 최고 권위자인 제임스 마치 교수는 경영학계의 시인이라 불리는 분인데요. 합리성을 추구하는 과학에다 직관과 경험을 중시하는 예술을 접목시켜 리더십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파하고 있는 분이죠. 200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경영대가들이 뽑은 대가 2위로 뽑힌 분이랍니다. (1위는 부동의 피터 드럭커였고요)

 

 오노레 도미에

<돈 키호테와 산초 판사> 1849-50년

목판에 유채, 브릿지스톤 미술관, 동경, 일본

 

마치는 리더십을 극도로 단순화시키는 관행에서 벗어나 복잡한 기업 세계의 현실과 리더십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데, 여기에 문학의 힘을 빌려오고 있어요. 마치 교수는 셰익스피어의오셀로’, 버나드 쇼의성녀 잔 다르크’, 톨스토이의전쟁과 평화’, 세르반테스의돈키호테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문학고전을 통해 리더십의 유형을 분석하고 리더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살펴봅니다. ‘오셀로에서는 리더의 사생활과 공적 의무의 조화, ‘성녀 잔 다르크에서는 개발과 탐험을 책임지는 리더의 모습을, ‘전쟁과 평화에서는 현실의 모호함을 다루는 리더의 태도를, ‘돈키호테에서는 리더의 꿈과 비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흔히 리더십을 개인의 영웅적 리더십을 동일시 해왔습니다. 그런데 영웅리더의 존재는 오히려 무력한 조직의 징후임을 밝히면서 리더는 배관공과 시인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배관공의 역할을 이미 잘 알려진 기술을 효과적으로 적용하는 능력을 지녔고 시인은, 시적 통찰력을 통해 리더의 위대한 행동을 불러일으키며 알려지지 않은 길을 탐험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나름대로 제 자신에 대한 평가도 해봤는데요. 제가 개발업무와 상품기획을 오래 하다 보니 잔 다르크에게 끌리더라구요. 마치는 잔 다르크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교훈을 리더가 수행해야 할 역할은 기존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는개발exploitation'과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탐험exploration' 간의 균형을 찾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리더는 조직 내에서 탐험을 부추기기 위해 상식에서 벗어난 아이디어를 높이 사고, 천재가 활약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리더는 이를 위해 조직 내 통일성을 유지하면서 통일성과 다양성에 대한 요구 사이의 긴장을 최소화하는 게 리더의 역할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노레 도미에

<나무 아래 쉬고 있는 돈 키호테와 산초>

캔버스에 유채, 1895년, 글립토테크, 코펜하겐, 덴마크

 

요즘 한국 사회는 이명박 정권의 리더십 부재 상황으로 인해 총체적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내용은 사실 좌/우파 모두 함께 비판하고 있는 부분이지요. 왜 이런 사태가 벌어졌을까? 고민해 봅니다. 결국 성공신화에 매몰된 영웅적 리더십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마치 교수는 한국적 상황에 대해서 "성공신화는 능력을 과신하는 문화를 만든다"고 분명히 지적합니다.

 

우리가 문학 속 돈 키호테를 통해 배워야 하는 리더의 모습은 다름아닌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입니다. 그는 공상가이자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세상을 창조하고 잔 다르크 처럼 다른 이들을 자신이 만든 비전 속에 끌어들입니다. 무력감과 냉소주의에 패배하지 않고, 전진할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이지요.

 

리더는 한 개인의 영웅적 영도력을 뜻하는 말이 아닙니다. 삶의 다양한 딜레마를 현명하게 풀어가는 이를 말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행복과 일의 즐거움을 찾고, 사람들로 하여금 자발적인 헌신을 하도록 꿈을 보여주는 이를 말하는 것이죠.

 

모호한 삶의 현실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여기에 뛰어드는가? 그것이 바로 문학 속 주인공들을 통해 리더십의 통찰력을 배울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배관공과 시인의 마음을 품은 일상의 리더가 되어 우리 앞에 놓여진 삶의 과제들을 풀어가는 현명한 여러분이 되길 바래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주위에 사람들 많이 모여든다고 너무 들떠 우쭐하지 마세요. '인기' 그거 당신 게 아니에요 바람인 내 꺼에요.


나 좋아서 왔다가 나 싫어지면 떠나가는 내 맘이예요 고와서 더위 좀 식혀줄까 하고

 

얄미움에 추위 좀 더해주려고 날씨 따라 오고가는 내 생각 내 느낌일 뿐이예요

 

그러니 행여 그게 당신이 가진 걸로 당신 곁 내내 머무를 걸로 착각하지 마세요


그러다가 자칫 자기를 잃고 평생을 빈 가슴으로 먼 허공만 쳐다보며 살아가기가 십상이거든요

 

오보영의 <바람이 영웅에게> 전편

 

오늘 첫방송이라 실수가 많았네요. 다음주 부터는 더 잘할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매주 목요일 아침 원음방송 89.7 <시사 1번지>의 책읽어주는 남자 코너 많이 사랑해 주세요. 회사 들어가는 길에 교보에 잠깐 들렀는데, 제 책이 예술 베스트 8위에 다시 올랐습니다. 약간 판매가 소강상태였는데, 방학이 되고나서 오히려 반응이 되살아나서 기분이 좋네요. 다 여러분 덕택입니다. 저는 그저 바람과 같은 이 블로거로서의 인기, 연연해 할 생각이 없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온 공간이고, 그곳에서 온라인 산촌으로 살면 더 없이 행복합니다. 올 해 어떻게 해서든 두권의 책을 더 내보려고 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 될것이고, 사회초년생 회사원들을 위한 미술책이 될겁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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