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쉬크한 여자들의 패션 스타일-피팅이 중요하다

패션 큐레이터 2008. 7. 24. 22:48

 

 

염연경_cardigan & bag_캔버스에 아크릴채색116.8×91cm_2008

 

염연경의 그림 속 옷장의 풍경이 고요하다. 아크릴의 고운 입자로 채색된 그녀의 방을 보고 있자니 하루 종일 비가 내린 오늘 괜스레 정결하게 방 청소도 하고, 옷가지들 가지런히 정리해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낮과 밤의 일교차가 심한 요즘, 가디건이 필요해 하나 구입을 했다. 인상주의 화가 매리 캐사트가 그린 <드레스 피팅>을 보자. 당시만 해도 가정에 재봉사가 따로 있어 귀부인들의 옷을 정리해주던 시절. 피팅을 하면서 뭐라고 주문을 하고 있을까 궁금하다

 

 

매리 캐사트 <드레스 피팅>

1891년, 캔버스에 유채

캐나다 국립미술관, 온타리오 소재

 

장을 정리하며 살펴보는 일은 지나온 세월의 패션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스타일링과 내가 선호하는 무늬 색깔, 소재, 뭐 이런것들이 진솔하게 드러나는 공간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옷장을 보면서 '입을 옷이 없다'며 한탄하기도 하지만

세상의 어떤 옷이든, 새롭게 태어날 수 있고, 조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무드와 스타일을 드러낼 수 있다.

 

결국 옷을 잘 입다는 것은 나 자신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는 일이다. 내 피부의 빛깔, 내 몸선의 형태, 체형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다리품을 팔아 내게 가장 적절한 옷을 찾아내는 일, 이렇게 피팅은 자신의 스타일을 드러내는 첫번째 작업이다. 말 그대로 옷은 내 몸에 맞아야,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샤넬수트가 아무리 좋아도, 안나수이의 화려한 프린트 드레스가 아무리 눈길을 끌어도 내 몸에 맞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결국 피팅이란 것은 내 몸에 편하게 맞고 체형이 가진 결점을 감추어 줄수 있을때 완성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자신의 신체형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고 국가별 실루엣의 특징을 이해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대부분의 아주머니들을 보면, 한중일 3국 중에서는 그나마 덩지가 크고 볼륨감이 밋밋해서 독일 아이그너 브랜드나 미국 브랜드가 잘 맞다. 나도 예전에는 휴고 보스 정장을 입었다. 대체로 패션산업에선 여성의 신체를 3가지 형태로 크게 분류한다.

 

 사실 신체를 사이즈별로 정확하게 분류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의 하나는 의류 제조업체들이 생각하는 옷 맵시와 철학이 다르기 때문이다. 44 사이즈 열풍이 불때, 실제로 그 44 사이즈의 실체가 규격화 되지 않고 각각 다 다르다는 사실을 알거다. 그럴수 밖에. 리바이스 청바지의 맵시와 세븐 진스의 피트(맞음새)가 다르기 때문이고 이는 각 브랜드 별 주장하는 미적 무드에 기인한다. 말 그대로 신체 사이즈를 표준화 한다는 것은 옷의 섬세한 느낌이 동일화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래서 사이즈가 각각 따로 논다는 것이다.

 

 

2006년 뉴욕 타임즈에 기가 막힌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피트로직이란 회사에서 여성 신체형을 앞에서 말한 3가지로 나누어 사이즈 분류 작업에 적용했다. 대부분 35살 이상의 고객 90퍼센트의 신체 사이즈를 통계로 내어 적용한 것이다. 고객에게는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아이디어를 실행을 했다. 편의상 한국으로 가정해서 55 사이즈를 가정하면 55(1) 55(2) 55(3) 이런 식으로 나눈 것이다. 1번의 신체형은 마르고 통짜인 체형이다. 한국에선 탈랜트 정려원이 대표적이다. 2번은 가장 이상적인 빅토리아 시대의 미인형인, (지금도 그렇지만) 모래시계형 몸매다. 허리가 잘록하고 봉긋한 가슴선과 허리를 가졌다. 3번은 서양배처럼 생긴 스타일로 좁은 어깨와 허리, 큰 엉덩이를 가진 케이스다. 누구나 이상형의 몸매를 갖고 싶어하지만 통계적으로 볼때 15퍼센트의 여성만이 모래시계형 몸매를 갖고 있다. 서양배 스타일이 65퍼센트로 지배적임을 잊지 말것. 제발 무슨 저주받은 하체를 구원해야 한다는 둥의 속임수에 넘어가지 말라. 자신의 몸을 사랑하고 특유의 옷 맵시를 찾으면 그뿐이다.

 

아....앞에서 설명한 피트로직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당했다. 특히 업체와 유통업체의 반발이 매우 심해서 실패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이즈별로 3종류를 더 놓으니, 백화점에선 매장공간이 부족하고, 업체로선 패턴을 3개나 떠야 하니 돈이 더 들었다.

                

  

                                                                                      윌리엄 카힐

                                      <드레스 피팅> 1909년 캔버스에 유채, 개인소장

 

앞에서 설명한 배경들을 이해한다면, 백화점에서 자신의 마음에 드는 옷이 사이즈가 정확하게 맞지 않더라도 이해의 여지가 생길 것이다. 물론 표준화의 정확한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지길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업체 또한 관망하고 있다.

 

세계 의상 사이즈

 한국식  44(85)  55(90)  66(95)  77(100)  88(105)
 미국식  2(XS)  4.6(S)  8.10(M)  12.14(L)  16.18(XL)
 유럽식  36  38-40  42-44  46-48  50-52

 

휴가철이다 보니 외국에 나가는 분들이 많은지, 요즘 제게 외국에 가서 옷을 살때 사이즈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려달라고 하는 분이 있어 표 기능을 가지고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팅인데, 세계 어디를 가건, 내 몸에 완벽하게 맞는 옷을 구매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이럴때 가장 좋은 방법은 국가별 의류 실루엣의 전반적인 특징을 알고, 내 몸의 무드에 맞는 옷을 고르는 일이다.

 

■ 국가별 의류 실루엣의 특징

일본의 경우 바비인형같은 작고 올록볼록한 볼륨감을 강조한다. 이탈리아는 허벅지와 허리가 타이트하고 날렵하다. 하이힐에 스키니진을 생각하시면 거의 답이 나온다. 프랑스는 대체로 부드러운 곡선미와 편안한 실루엣을 자랑한다.  미국의 경우 품이 크고 허리선을 강조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영국은 팔 다리가 다소 길다.  이런 특성을 고려해서 신체형에 맞는 옷을 골라보라. 내 누이 같은 경우는 몸이 전체적으로 작고 날렵해서 이탈리아 브랜드 옷을 사다주면 항상 칭찬을 해주신다.

 

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나쁜 피팅의 신호는 다음과 같다.

 

▶ 양어깨에 사선으로 주름이 생길때

어깨품이 큰 경우이므로 어깨를 줄이거나 어깨에 패드를 넣을것.

▶ 겨드랑이에 가로주름이 생길때

품이 작다. 이 경우엔 시접 내 품을 늘여야 하는데 고쳐서 썩 결과가 않좋은 경우가 더 많다.

▶ 브라가 보일 경우

가슴이 빈약해서 앞판의 품이 큰 경우임. 목선에 다트를 넣으면 되는데 이 경우 옷의 형태가 바뀌므로 주의 요망

▶ 팬티라인이 보일 때

바지 힙 둘레가 작은 경우다. 당장 수선할것. 엉덩이 주변의 품을 늘일 것.

 

사람들은 옷을 사서 자신의 신체에 맞추어 옷을 고치는 일을 꺼려한다. 사이즈에 대한 맹신 때문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먼저임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즉 내 몸매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로 아니다. 옷을 내 몸에 맵시있게 맞도록 조율하는 것은 당신의 미적인 감성과 취향, 판단력이 있음을 반증하는 일이다. 아름다움은 옷의 맞음새가 구현하는 맵시(fit)에서 나온다는 사실 잊지말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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