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한승수 총리의 몬도가네 쇼-미국 소가 맛있어요

패션 큐레이터 2008. 7. 2. 17:16

 

미국산 쇠고기의 시장판매가 시작되었다. 한승수 국무총리의 대국민 시식쇼도 함께 열렸다. 한국 기독교 총연맹을 방문한 자리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사서 먹어보니 맛있고 고기가 좋았다"며 "안심하고 (미국산) 쇠고기를 먹어도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컷뉴스에서 제공하는 동영상을 보고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1963년 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 자코메티가 연출한 <몬도가네>란 영화가 있다. 몬도가네란 '개같은 세상'이란 뜻으로 영화속엔 섬찍한 음식을 먹는 장면들이 나온다. 오늘 한 총리의 횡보는 바로 영화 속 푸아그라를 삼키는 이들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한 총리의 횡보는 이 땅의 국무총리가 미국 정부와 축산업계를 대표하는 대변인 자격으로 영화를 찍은 것이라고 밖에는 볼수 없다. 한 총리는"추가협상을 통해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거의 다 미국과 합의를 봤는데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도대체가 추가협상을 통해 뭘 이루었는지 나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검역주권과 국민의 건강권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눈을 감고 이런 몬도가네식 쑈를 통해 미국 측 상품의 마케팅이나 할 요량이면 왜 대한민국 정부의 국무총리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런 마케팅을 한우 수출을 위해선 왜 하지 못하나? 특히 국가간 교역을 위해, 정부각료들이 물밑작업을 하고 소비자 교육에 힘쓰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그런데 그 노력을 왜 미국산 쇠고기를 위해서 하냐는 말이다.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혹은 이번 사안과 같이 국가적으로 명망있는 식품안전관련 전문가가 광고 주인공으로 나와 소비자에게 소구할 수 있다. 엄연히 마케팅의 주된 메뉴고, 방식이다. 흔히 셀리브리티 마케팅이라 불리는 이 방식은 제약이나 식품과 같이 건강 및 안전과 관련된 상품일 경우 그 파급력이 뛰어나다. 지식도 권력의 방식이기에, 사람들은 자신보다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이들의 주장을 준거로 삼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마케팅은 미 축산업협회의 서울본부에서 해야 할 임무로 보인다는데 있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유무를 광고하는데만 엄청난 국민의 혈세를 사용했다. 한우농가들의 생존과 유통경로 개선, 시장 모니터링을 위해서는예산사용을 자제(?)했던 정부가 미국정부를 위해 두팔 걷어붙이고 나온 이 폼새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말끝마다 민간자율을 강조하면서, 왜 미국 축산업계의 민간 홍보 캠페인에 왜 끼어드나.

 

 


 "국민들이 도와주지 않으면 정부가 일을 할 수가 없다.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 바꾸는데 한기총이 앞장서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우리나라의 천만 기독인을 대표하는 단체가 아니다. 많은 단체 중 일부다. 최근 종교단체가 이끄는 비폭력 촛불집회에 대해 정부는 그들의 대표성을 문제삼으며, 일부 조직의 입장일 뿐이라며 애써 축소했다. 정의구현사제단이나 불교측 대법회를 일부 진보적 종교분파의 행동인양 틀을 지은 것이다. 정부의 관점대로 메스를 대면, 뉴라이트 소속 의사협회 또한 미군부대에서 밀수한 쇠고기 시식행사를 벌였다. 이것은 대한민국 의사들의 전체 의견인가? 그날 보수언론들은 하나같이 이 행사를 중차대한 목소리인양 포장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종교가 가진 사회적 통합기능과 치유능력을 한번에 무력화하기 위한 발언이라고 볼수 밖에 없다. 나아가, 친정부적인 '한기총'과 같은 단체의 입장은 귀 기울이고, 반대입장에 서 있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에는 자제(?)하겠다는 것이 연합뉴스를 통해 발표한 청와대의 대응전략인 로우키(Low-Key : 자제) 정책의 핵심이지 싶다.다시 묻고 싶다. 한기총은 대한민국 개신교의 총체적 입장을 드러내는가? 왜 쇠고기 소비를 진작하는 일에 개신교 단체의 도움을 요구하는가. 기독교인인 내가 보기엔, 한기총은 700만 개신교 조직의 하위체다. 종교계를 달래겠다며 총리가 보여준 횡보란 것이 기껏, 친 정부성향의 목소리만 내는 기독단체의 수장을 만나는 일인가?

 

『예수께서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인자의 살을 먹지 아니하고, 또 인자의 피를 마시지 아니하면, 너희 속에는 생명이 없다. 내 살을 먹고, 내 피를 마시는 사람은 영원한 생명을 가지고 있고, 마지막 날에 내가 그를 살릴 것이다.』요한복음 5장 53-54절

 

성도에게 이 구절을 들먹이며, 우리의 혈맹국가 미국의 하나님과 이명박 장로를 위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것이, 예수의 살을 먹는 일이라 설교하라 압박할 셈인가? 아니 개신교 집단인 한기총이야 말로, 정치적 중립을 가장 철저하게 깨어뜨린 집단이 아닌가? 우리 개신교는  한기총이 주장하고 설정하는 의제를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의 집합이 아니다. 정부와 한총리는 내 질문에 우선 답해보라. 대형교회 목사들의 주말 설교가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너희가 먹는 미국 쇠고기는 나의 살이니라....내 살을 먹으라 너희가 영생하리라.....'라고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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