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사진은 항상 진실하다(?)-사진의 정치학을 묻다

패션 큐레이터 2008. 7. 8. 11:54

 

 

도로디어 랭 <이주민 어머니> 1936년

 

중앙일보의 5일자 9면에 실린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

이란 기사를 읽었습니다. 미국산 쇠고기 시판 후 값싼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로

가게가 성업중이란 요지의 기사였다. 수입업체에서 직영으로 운영하는

가게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전 국민적 반감을 흐려놓을 목적의 기사였다.

 

대망신, 미 쇠고기 식당 '사진연출'

(7월 8일자 뷰스앤뉴스-링크 걸었습니다. 읽어보세요-문제의 조작된 사진이 있습니다)

 

문제는 이 기사 속 사진이 조작, 연출되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이

네티즌들에게 알려지며 파문이 일자 중앙일보측은 이 사진이 연출된 것이 맞다고

시인하고 사과공지문을 올렸다. 현장 취재를 나간 경제부기자와 인턴사원이 사진의 모델이 된 것이다.

도로디어 랭의 <이주민 어머니>를 예로 들어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복제된 사진이라고

알려진 도로디어 랭의 <이주민 어머니> 시리즈는 1932년 도로디어랭이

미국의 <농업안정청>에서 일하고 있던 시절 촬영된 사진이다.

 

 

<사진학 강의>나 혹은 사진사에 관심있는 분들은 이 사진이 매우 익숙할거다.

 포토 저널리즘의 본령을 그은 사진작품이었고, 이주민 노동자의

고통을 사진적 진실로 밝혀낸 수작이라고 믿고 있다.  아니 그렇게 배워왔던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 사진이 조작에 가까운 작품임을 알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사진 속 이민자 엄마는 바로 플로렌스 오웬스 톰슨이란 여자다.

1936년 캘리포니아의 니포코 캠프에서 4*5 그라모플렉스 사진기로 촬영했다.

당시 그녀는 자신의 사진이 실리지 않도록 요구했으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농업안정국은 철저하게 이 사진의 파급력을 정부 정책용 홍보를 위해 사용했다.

 

 

사진은 항상 당대를 고발하고 시대의 모습을 담는다.

문제는 그 사진이 언제든 거짓말을 하고 계급과 국가이익에 부합하도록

조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캐롤린 볼턴은 20세기 사진 비평사에서 기업들이

'자기 기업이 위기에 빠져 있는데도 그 사실을 정확히 기술하지  않고

긍정적인 면을 최대로, 부정적인 면을 최소로'부각시키는 사진을 통해 연감에 등재한 사실을

비판한다. 말 그대로 진실의 우선순위를 뒤바꾸고 재배치 한 것이다.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다름아닌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고 국가의 이익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그만큼 체제유지의 도구로서 사진이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준 것이다.

 

이번 중앙일보의 사진 조작은 전형적인 사주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창구로서 사진을 악용한 사례로 기록될 것 같다.

사진기자는 마감시간에 �겨 연출을 할수 밖에 없었던 것처럼 이야기 했지만

사실 식당은 텅 비어 있었고, 식사시간이 되어 그나마 온 손님들도 취재를 거부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그런 연출을 할수 밖에 없었다고 변명을 했다. 그러나 사진이란

한번 공표되면 주의를 환기시키고, 여론을 결집하는 기능을 하는 일종의 무기다. 그들은 무기를

잘못된 목적으로 사용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집요하게 추적해 밝혀준 네티즌들이 고맙다.

 

 

쇠고기 정국으로 어수선한 때, 국민들 90퍼센트 이상이

반대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둘러싸고, 벌어진 사진적 거짓말.

우리는 이 사건 앞에서 뭔가를 배워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의 정책이 그렇게도

타당성과 정당성을 갖는다면, 왜 보수 언론사들은 이런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자신의 논지를

관철시키려 하는 것일까? BBK 동영상이 발견되었을때에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하던 쪽이 집권을 했다. 이 사건은 여전히 미궁이고, 해결된 문제라 믿지 않는다는 점이다.

 

 

나는 사실 올바른 사회인식을 위해서는 다양한 목소리의 신문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쪽이다. 한겨례와 경향만 읽어서는 안된다. 조중동이라는

극과 극의 위치에 놓여진 저널리즘의 논조와 제공사진까지 함께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사진적 진실을 현실에 대한 반영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혹은 독자들에게 강요하고 싶은 논지에 따라 논평과 사진이 구성되는지

살펴보기 위함이다. 결국 사진을 읽어가면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은

권력을 이해하고 사회적 상상력을 충분히 갖출때 가능하다.

 

사진은 빛으로 그려낸 그림이다.

그 그림 속에 우리들의 모습을 다시 찾아보아야 한다.

중앙일보의 이번 해프닝은 우리들에게 디지털화된 환경 속에서

모두가 사진기자가 될수 있는 시대에 '책임의 윤리'를 알려주는 작은 사건이라 하겠다.

중요한 점은......"대놓고 하는 거짓말은 걸린다"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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