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유인촌 장관, 연기는 무대에서만 하세요

패션 큐레이터 2008. 7. 1. 03:46

 

  

어제 시청 광장에서 천주교 정의사제구현단이

주제하는 시국 미사가 있었습니다. 10만이 넘는 인파가 운집한

가운데 장엄한 미사와, 시국에 대한 신부님의 말씀이 계셨지요.

'어둠이 빛을 이기지 못한다'는 말씀 앞에서 숙연해짐을 느낍니다. 이번 집회는 평화적으로

마무리 되었고 비폭력 기조의 새로운 불꽃을 우리 안에 다시 한번 새겨준 집회였습니다.

 

경찰의 폭력진압도 없었고요. 물론 정부에선

종교집회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미봉적인 말만 일삼았지만

여기엔 천주교란 종교체계와 정의구현사제단이 가지고 있는 도덕성과

로마 교황청과 연결된 천주교 세력을 함부로 대했다가 국제적 지탄을 받을게 뻔한 걸 알기 때문이겠지요.

검찰과 경찰이 시국 미사에 대해 보여준 입장과 대응도 이중적이고, 폭력시위를 운운하며

 보수결집용으로 써먹으려 했던 얄팍한 정치적 꼼수가 들통난 경우라 하겠습니다.

 

 

말끝마다 색깔론을 들먹이고, 좌우파 이념전쟁의 프레임을

끌어들이고, 불법에 대한 경계선을 스스로 넘나들며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온 경찰과 검찰로서는

 비폭력 촛불집회의 파급력이 국민들 사이에 전이되는 걸 막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습니다.

비폭력의 힘이, 그 촛불의 힘이 여전히 우리의 편임을 말해준 사건이지요.

 

 

 

세계적인 작곡가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작곡하고 팀 라이스가

연출한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무대에 올려진 건 1980년에 국립대극장이었습니다.

윤복희씨가 마리아역을 맡았고 유다역에 가수 김도향, 예수가 이종용씨

 지금 문광부 장관인 유인촌씨가 빌라도 역을 맡았었지요.

빌라도는 극 중에서 예수를 정치적으로 사형시킨 로마의 총독입니다. 많은 분들이

빌라도가 예수를 동정했으나 유대 군중의 의지에 밀려서 사형에 처했다고

이해하는 분이 많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빌라도는 예수의

메세지를 두려워한 정치꾼일 뿐입니다.

 

 

빌라도가 두려워한 메세지의 본질을 최근

 SBS에서 방영한 <인간의 길 , 신의 길>이란 다큐멘터리에서 제대로 다루어주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을 두고 한기총과 방송국 사이에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지요?

<예수는 신화다>란 책을 기반으로 한 내용이기에, 신화가 되어버린 예수의

모습을 복원하고 진지한 성찰의 질문을 던지는 무거운 내용의 다큐멘터리였습니다.

 

지금까지 이 땅의 보수적인 기독교가 철저하게 눈감고 알려주지 않았던

<역사적 예수>의 실제적 모습이 하나하나 밝혀지는 것이죠. 갈릴래야 예수는 실존하는 역사적

인물이었고, 그를 신화로 만들고 포장한 후대의 종교 시스템에 대한 묵직한

발언들이 하나하나 화면속에서 눈길을 끌었습니다.

 

어느 시대나 내세를 강조하는 종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끕니다.

다음 세상을 위해, 바로 지금 교회에 집착하라 가르치는 자들의 메세지에는

로마시대 국교가 되면서 교조화된 기독의 역사가 숨어 있는 것이죠.

갈릴래야의 예수는 현명한 자였고, 시대의 아픔을 읽어낸 자였습니다.

그는 땅의 사람들, 민중들의 한과 슬픔을 읽어내고, 죄의식에 포로가 된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고 그 마음의 빚을 면제해 준 것이지요. 바로 이러한 메세지가 당시 총독이었던

빌라도에겐 매우 무서운 사상이었습니다. 비폭력의 혁명이었기 때문이죠.

 

 

천국은 밭에 감추어진 보석과 같다고 하지요.

즉 하늘이 아닌 이 땅에 천국이 감추어져 있다고 말한 것입니다.

신의 세상을 폭력으로 장악한자들로 부터 되찾는 것, 신을 위해 이 세상을 되찾는 것이

세상이 신의 것이기에 정당하다 말한 것입니다. 종교는 자꾸 내세를 이야기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내세를 이야기 하는 것은 이 땅의 현실, 바로 지금의 현실에 철저하게 눈감도록

우리를 만들어 버리고 말죠. 예수의 사상이 신의 이름으로 행해진

비폭력 혁명이었음을 다시 배워야 합니다.

 

이땅의 대형교회를 자임하는 종교 지도자들이

"스스로를 신격화하고, 교조화 하는 저들이 하는 짓은 바로 이 비폭력 혁명의

메세지를 침묵시키고 누그러뜨리고 발전시키기 못하도록 하려는 역사의 연속" 이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정의사제 구현단이 보여준 비폭력의 촛불 집회는 신이 창조한 세상을 되찾는 방법을 천명한

아름다운 사건입니다. 그런데 중앙일보는 사제단의 노력을 가리켜 좌경세력 운운하더군요.

 

예수의 법이 우리에게 유효한 것은, 갈릴래야 땅에서

율법에 의해 단죄되고 죄인으로 규정당하는 가난하고 미천한 자들에게

그 세상의 주인이, 사실은 바로 '그들'이었음을 선포하는 힘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석기시대를 촛불의 저항으로, 다시 부활시켜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예수에게 사형을 언도한 빌라도 역을 했던 유인촌 장관....

강경진압을 이야기하고, 관용이 없다며 담화문을 발표하다가, 대책위에 대화를 요구하며 기만의

연기를 보이는 그의 모습에서 실제로 뮤지컬 속 빌라도의 모습을  찾는다고 하면 저 만의 착각일까요?

유인촌 장관님, 연기는 무대에서 하는 것으로 족합니다. 현실에서 다시는 빌라도가 되어

정치적 사망선고를 내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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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밤 11시 BBS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합니다.

 살며 생각하며
 방송 : 월-일 23:05~01:00
 진행 : 고운기
 프로듀서 : 박주원
 작가 : 이경생

 

많은 청취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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