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기독교인이 본 시국법회-연꽃, 달빛 아래를 걷다

패션 큐레이터 2008. 7. 5. 04:20

 

 어제 시국 법회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시청을 가리켜

2008년의 새로운 성지라 부른다지요. 어떤 이들은 서울의 또다른 명동성당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상징성이 큰 공간이 되어 버렸다는 이야기죠.

900여분의 스님들과 27,000여명이 불자들이 붓다의 이름 아래 모였습니다.

개신교 신자인 저로서는 스님들이 108배 하는 모습을 제대로 본것이 처음입니다.

 

차례 차례 몸을 숙일때마다 우리 안에 있는 죄성과

현 정권의 잘못을 지적하며, 온 몸으로 안아내듯, 108배를 드리는 모습에

놀랍다는 표현과 존경을 함께 표하고 싶더군요..

 

 

국민의 뜻이 부처의 뜻이고,

촛불을 든 우리들이 바로 부처이듯, 사실 개신교 신자인 제겐

국민의 뜻이 하나님의 뜻이고 집회에 나간 이 땅의 모든 시민들이야 말로

익명의 크리스천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종교에다 색깔론을 입히고 음해하는

조중동의 더러운 작태가 매번 있었습니다, 이번 시국 법회에 대해서도

대표성을 운운하는 논평을 실었더군요

 

천주교 사제님들과 보살님들이 한 목소리로

차가운 정권의 광야에서 외치고 계신 모습을 보며 눈물이 났습니다.

 

 

촛불집회의 상징이라 할수 있는 촛불소녀를

등으로 제작하셨더군요. 어찌나 빛깔이 미려하던지, 멀리서도 그 모습에

반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촛불소녀를 지키는 사천왕상 또한 보입니다. 촛불을 수호하려는

불교계의 암유적인 의지가 돋보이는 부분이지요.

 

 

일체 중생을 한없이 높이고 나를 한없이 낮추는 무아(無我)의 실천 수행이 바로 "절"입니다.

"절"은 下心을 말합니다. 마음은 낮추는 것입니다. 가난한 영혼을 가진 자에게 천국이 그들의 것임을

선포한 예수의 메세지와 참 닮았습니다. "절"을 할 때 우리의 몸은 한없이 낮아집니다.

나를 낮추고 일체 만유를 한없이 높이는 하심(下心)의 수행. 나에 대한 패배감으로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한없이 낮아지지만 그 낮춤이 진정 높이는 것임을 알게되고 나의 참 생명, 참 나를 찾는 수행의

출발이며 궁극이라 할만 합니다. 봄의 미풍을 맞으며 눕는 풀처럼

스님들의 108배 속에 자연의 리듬과 조화를, 생성과 관계의 정수를 배웁니다.

 

 

이번 108배는 나라와 우리 자신을 위해 철저한 자기 반성을 촉구했습니다.

오만과 독선에 빠진 이 정권의 교만적 행태와 폭력에 대해 용서의 절을 올립니다.

오후 내내 찌는 듯한 더위로 습한 기운이 가득했지만, 108배를 보는순간

시원한 바람이 내 안에서 불어옵니다. 맑은 영혼의 율동감과 그리워하는 마음

안타까운 현실에 대한 마음,이 모든 것들이 합장하는 손끝의

여린 기운을 타고 우리 안으로 스며듭니다.

 

 

연꽃을 형상화한 촛불은 너무 곱고 아름답습니다.

진흙탕에서 자라나 진흙에 물들지 않으며, 청신함을 잃지 않고

주변을 향기로 가득 메우는 연꽃. 촛불의 따스한 기운이 더해 상처로 가득한

서울 한복판을 부드럽고 유연한 미풍이 되어 우리를 감싸안습니다.

 

 

한없는 낮아짐으로 교만의 도를 범하는 이 정권의 죄를

안아낼수만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번 불교의 시국 법회를 보면서

개신교 성도로서 가슴 아프고 죄송스러운 마음 금치 못합니다.

'알고나' 서비스에서 사찰을 제외한 것은 사실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요.

개신교 성도인 경기여고 교장의 성보훼손도 작은 사건일 뿐입니다.

대운하로 국토를 절단내고, 천연고찰이 있는 곳마다, 지역경제 발전이란 미명하에

쓸모없는 케이블카 사업을 벌이며, 갖은 난개발로 자연을 훼손하는 일.....

이것도 참았던 분들이지요.

 

이 정권의 종교 편향성은 정도를 넘어섭니다.

왜 이런 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나. 이명박 장로는 아직까지도

"기독 의인들이 의당 감내해야할 고통' 정도로 이 촛불집회를

생각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인내하고 견디면 열매가 클 것이라

자위할까 두렵습니다. 한기총과 같은 극우 개신교 세력들이

만든 이념의 편향성은 한 나라의 리더를, 사회 속에서 공존해야 할 종교의 태도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개인적 신앙과 사회적 차원의 종교를 구분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하는

모든 폐해를 이명박 정권을 통해 명확하게 보는 것입니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시국 법회에 대해 신랄한 비평을 절대로

올리지 못합니다. 1200만 불자의 힘도 그러려니와, 이번 행사는 연석회의를 통해

조계종과 천태종, 태고종과 같은 불교 내의 여러종파들이 함께 구성한 초 교파적 형태를 띠기 때문입니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에 대해서는 '보수단체'의 반격을 운운하며

일부단체의 목소리라는 식의 견해를 애써 피력했지만, 이번 케이스는 아예 그 수준을

넘어버리는 내적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땅에서 개신교(한기총)가 보여주는 근본주의적 태도는

결코 용인되어선 안됩니다. 역사적 예수를 부인하고, 성경의 형성과정과

텍스트로서의 역사를 철저하게 은폐하며, 목사 개인에 대한 숭배와 맘몬의 우상을 섬기며

교회 건축과 성전 짓기에만 몰두하는 이 땅의 그릇된 개신교 신앙을 반드시

자정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합니다.

 

 

교회를 다니면서 가장 피하고 싶은 성격의

성도들은 다름 아닌 이 근본주의에 빠진 성도들입니다.

예수의 부활과 사랑과 공의를 선포하는 일, 당연히 성도로서 해야 할 의무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곧 "예수천국 불신지옥"을 외치며, 사회적 공존의 장에 놓인 다른 종교들을

핍박하고 억누르는 것이 좋은 신앙. 뜨거운 믿음이라 오해하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개신교 성도들이 있습니다.

 

촛불집회에 나온 이들을 강경진압한 청와대와 경찰이

자신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해 내세운 논리가 바로 '톨레랑스'가 극에 달했다였죠.

말 그래도 참을 만큼 참았다란 말일텐데요. 여러분....."오직 여호와만을 섬겨라"

라는 말에는 "여호와의 자리를 인간이 절대로 차지해선 안된다"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음을 잊지 마세요. 일국의 대통령도, 초 거대 교회의 담임목사에게도

이 말은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더불어 화평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우리들이 반성해야 합니다.

  

 

종교간의 대화를, 공존을 위한 기본적인 예의를 배우는 일을

사탄의 궤계라 가르치고, 말세지말의 풍조라며, 성서의 예언을 마음대로 해석하는

그릇된 목사들의 세계관이 여전히 이 땅의 개신교를 멍들이고 있습니다.

칼을 쳐서 보습을 만들기는 커녕, 종교간 싸움을 조장하는 한기총은 반드시

사회법과 국민들의 힘을 통해 제어되어야 합니다.

 

  

아침 일고여덟시경 / 나는 생각한다
서울에서 지금 / 일천이백만 개의 숟가락이 밥을 푸고 있겠구나 

 

김혜순의 <나의 우파니샤드-서울>이란 시를 읽을 때마다

저는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교의 유무, 그 속성의 방향성을 묻기 전

우리 모두, 이 도시안에서 누군가의 사랑과 시선 속에 한솥의 밥을 먹는 존재들은 아닌지

이 땅에서 태어나 성장한 것들을 함께 먹기에, 하늘을 지향하고 땅을 향해

우리를 낮추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은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법회가 끝나고 불자님들과 보살님들....그리고 저도

함께 거리로 나가 행진을 했습니다. 스님 900 여분이 손에 등을 들고

걸으셨고 저희는 그 뒤를 따라갔지요.

 

 

한 송이의 꽃과 연등

촛불의 바다 위에 피어난 연꽃 향이

어지럽고 치열한 서울을 장식합니다. 아니 피어나게 합니다.

우리모두는 서로에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불교는 이것을 인디라망에 비유한다지요.

기독에서는 서로 상합하여 선을 이루는 신체에 비유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모두 서로의 창을 통해

배려와 이해, 공감의 그물을 던져, 그 속에서 서로가 서로를

흔들고 흔들리며, 자연스레 녹아가며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한번 배워야 합니다.

대한민국은 기독교 공화국이 아니라, 모두가 살아가는 민주공화국임을 이 정부가 깨달아주기 바랍니다.

 

이명박 장로님 개신교 성도를 그만 가지고 노십시요

우리는 화평의 띠를 매고 나가길 원하지 종교간의 싸움을 원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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