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우울한 장마철을 즐기는 5가지 방법

패션 큐레이터 2008. 6. 18. 13:33

 

  

장마철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출근길, 거리엔 어둑한 그림자들이 아련하게 물에

젖어들어갑니다. 시원하게 사선으로 쏟아지는 빗물을 이어 성글게 짠

옷 한벌 만들수 있다면 어떨까요?

 

구름이 삼켜버린 태양의 후면엔 회색 하늘 눈에 보이고

우중충한 하늘과 눅진해진 소파, 쾨쾨한 냄새, 지리한 빗소리......

비 오는 날이면 왠지 모를 과거의 상처들이 스멀스멀 내 기억의 구석에서

 솟아나와 푸른 곰팡이 가득한 습한 기억의 습지를 건너갑니다.

  

예전 UBC에서 유학할 때 겨울이 되면

화려한 여름과는 대조되는 기나긴 우기로 인해 힘들어야 했습니다.

수업을 빼기도 하고, 침대에 하루종일 누워 책을 읽다가, 무슨 일이 생겼나 걱정하는

후배들의 서프라이즈 방문을 받기도 했지요.

 

자......이번 장마는 이런 우울함보다는

즐거움을 선택하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지리한 빗물을 내 잔고에 들어오는 돈의 액수로 생각을 해볼까나....아님

아길레의 그림 속 여인처럼 예쁘게 우산들고 쇼핑이나 나가볼까요.

 

 

 

베시 아길레, <비오는 날 쇼핑하기> 종이에 수채, 2008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저 내 생활의 주변부에서 부터

장마를 대비하며 즐기는 방법을 찾기로 했습니다.

우선 베란다 유리창을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만큼

시원하게 물청소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습해질 수 있는 가구들과 소파는

물먹는 하마를 잔뜩 키워놓고, 비에 젖은 내 오랜 구두는

마른 헝겁으로 곱게 닦아주는 호사까지 누릴수 있도록 해줍니다.

김 한장에 점심 한끼 드시고 남은 실리카겔을 구두에 넣어 눅진하게 벤

장마의 냄새를 지우는 것도 좋지요. 신문지에 싸서 신발장 안에 넣어주시면 구두는

형태도 보존하고 습해지는 기운을 막을수 있어서 좋답니다.

 

바깥과 바로 연해있는 내 창틀의 구석 구석

혹시나 물기를 머금어 색이 변할 수 있기에, 초를 발라 놓습니다.

(요즘 집에 초를 잔뜩 사다놨습니다. 그 이유는 잘 아실거고요)

 

레몬이랑 어륀지(오렌지)같은 강한 산성 과일로

배수구랑 지난 봄날, 비누때 자욱한 세면대로 깨끗하게 닦아서 곰팡이가

피는 걸 막아놓는 게 좋답니다. (이 글 쓰기전에 새벽 1시에 완료했습니다)

 

 

 

여름철엔 시원한 쿨울이나 면 혼방 니트를 입는게

제격입니다. 옷걸이에 널어서 옷의 형태가 나빠지지 않도록 하고

젤리슈즈와 같은 방수용품들을 구비하는 것도 필요하지요.

 

 

 

옆집 주니에게 줄 작은 생일 선물로

리본달린 장화를 샀고, 이번 여름엔 모네의 그림이 그려진 명화 장우산 대신

푸른 하늘과 구름이 가득하게 채워진 장우산을 샀습니다.

백색과 하늘색을 이중배색으로 짠 니트를 함께 입어봤는데

느낌이 아주 좋아요. 다음 사진에 올리겠습니다.

 

솔직히 장화도 한번 신어보고 싶었는데......

점원이 하는 말...."손님 그 물건 아동용입니다...."

  

 

 

장마철을 즐기는 두 번째 방법은 화분을 바깥에 내 놓는 일입니다.

화분대를 안으로 향하게 놓고, 봄날 내내 실내에 있던 화분 내놓아 실컷

자연의 빗물 흡수하라고 내어놓고, (단 화분 물받이는 제거하고요)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내 퇴근길 습관처럼 집에 들어오자 마자 벗어놓는 신발장과

현관도 한번 청소하고(라이프 스타일 관련 잡지를 보니 나무목 위에 시멘트 벽돌을 올려놓으면

빗물이 빠지는게 제격이라는데, 이건 현재로서는 구하기가 좀 어렵네요.

 

 

 

온수로 샤워를 하고 나서

붉은 빛깔 도는 장미차를 끓여내 마십니다.

약간 한기가 돌때가 되면 얇은 담요 하나 꺼내어 뽀송뽀송한

피부에 닿도록 덮는 것도 따스한 느낌을 만듭니다.

 

 

 

혼자서 보내는 밤의 시간

와인 한잔을 곁들여도 좋고, 주변에는 아로마 향 양초를 태워

눅진한 기운을 없애는 것도 좋고요. 라벤다와 유칼립투스 향이 방 안에 가득합니다.

(요즘 혼자놀기를 이런 방식으로 합니다.....라이프스타일 잡지보고

물건 하나씩 사 모으거나 직접 세팅하고 요리도 하고.....)

오늘은 우울함을 떨쳐버리기 위해 재미난 영화 한편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쿵푸팬더....두둥! 둥실둥실 통통한 팬더가 귀엽더군요.

 

요즘같은 장마철에는 보사노바 음악을 듣는 것이 좋다네요.

촉촉한 목소리가 빗물에 퍼져가는  리사오노의 Pretty World

걸어 놓습니다. 우울한 장마철, 행복 바이러스로 재충전 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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