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우리는 촛불을 든 게릴라다

패션 큐레이터 2008. 6. 4. 15:33

 


연미_게릴라전(展)_혼합재료 설치작업_2008

'쇠고기 재협상 문제로 연일 나라가 뜨겁다'

지배언론들은 항상 이렇게 말한다. 똑같은 신문이란 매체일진데,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

경향과 한겨례는 '촛불을 든 국민의 염원 담긴 가두집회'라 표현하고

조중동은 '무너지는 공권력, 이대로 좋은가'라고 표현한다.

동일한 사진에 대한 해석도 완전히 다른 내용의 질적 각도를 세운다.


오늘 소개하는 작가 연미의 게릴라전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미술은 현실에 대해 발언한다.

저번에 소개한 정경심의 밥상이, 우리가 희망하는 따스한 영혼의 먹거리와 담김을

표현한다면, 이제 연미는 더 나아가 총을 들고 싸운다. 이제부터 미술은 게릴라전을 펼칠것이다.



연미_내용을 몰라서_신문지에 아크릴채색_2008

 
작가는 신문 지상에 노출된 정치인들의 사진 위에
마스크, 방독면, 헬멧을 덧씌우는 작업을 하며, 그들의 가식과 위선,
이기주의와 보신주의에 대해 비판한다. 또한 신문지 위의 리페인팅이라는 기법을 통해
보도 내용을 재조합함으로서, 일부 언론의 그릇된 보도행태와 권위주의를 희화화하고 비웃는다.
 
나는 촛불을 수도 없이 들었다. 광화문과 청계광장, 그리고
연행되던 26일 그날 밤의 시청광장까지, 공권력은 우리를 비웃었고
조롱했고 조삼모사의 가당찮은 전략으로 우리의 뇌수를 주물렀다. 이제 더이상
촛불을 통한 익명의 지지는 없다. 작가 연미는 바로 이런 내 마음을 헤아려준 작가인듯 하다.
 
내가 관여하는 갤러리는 삼청동에 있다.
사람들은 말한다 "갤러리란게 그저 돈 있는 사람들이 오는 곳"이 아니냐고
그 인식을 뒤엎기 위해 이곳 블로그에서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미술은 소통을 꿈꾸는 매체이며
현실과 현장을 몸으로 느낀 예술가들의 언어가 표출되는 곳이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되지 못하면, 그 삶의 조건과 맞부딛혀 싸워야 한다. 찢겨 죽더라도
저항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의 본원이다. 



연미_왠지 통할 것 같다_신문지에 아크릴채색 후 디지털 프린팅_2008
 
 청와대 진입로와 수평으로 놓인 갤러리의 입지적 특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삼청동 청와대길의 갤러리들은 동참하라. 물대포를 맞고
방패에 찍히고, 피를 흘리며 그렇게 많은 이들이 자신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가고 싶어하던 청와대길. 삼청동 진입구의 많은 갤러리들은
이제라도 싸워야 한다.
 
그래서 기분이 좋다. 연미의 전시회가
끝이없이 거리마다 다양한 예술가들의 저항적 작품들로
다시 채워지는 게릴라 전시를 강행한 단 소식에 마음이 들뜬다.
이제 청와대길은 예술 게릴라들의 작품으로 가득해진다.
청와대를 정조준하여, 그 입구부터 간담이 서늘하게 생겼다. 지지한다.
예술가들의 게릴라전에 축복있으리라.
 


연미_공구자랑_신문지에 아크릴채색_2008
 
지금 벌어지고 있는 우리의 싸움은
단지 "우리가 안전하기"위해서란 목적을 지향해선 안된다.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것이다. 그 후를 생각하자. 우리가 이겨서 안전하다고
끝이 아닐것이다. 미국은 강력한 군사력을 이용해 약소국가들에게 그들 스스로 '미친'소로 규정한
썩은 먹거리를 강요할 것이다. 우리는 이제 이 미친소를 생산하는 인간의 탐욕과
그 시스템에 저항하는 전사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이제 한국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코스모폴리탄이 되어야 한다.
전 지구인적 관점을 갖는 일은 비단 '어륀지'를 나불대는 혀를 갖는 것이 아니다.
약소국가에 대한 미국의 침탈에 함께 저항하며, 서로의 언어를
껴안아, 소통의 희망을 만들어 가는 일이다.



연미_cattle-blue_혼합재료 가변설치_2008
 
우리의 먹거리는 식민주의에 침탈되어 있다.
자연속에 풀을 뜯어 먹으며 진화하도록 설계된 동물들이
동종의 고기를 먹으며 살찌도록 디자인된다는 것은, 창조자의 권리에 대한
침탈이며, 자연질서에 대한 모욕이다. 인간의 탐욕과 자본의 우상이
이 모든 것을 깨어버렸다. 이제는 일어서야 한다.



연미_cattle_혼합재료 가변설치_2008
 
얼마 전 뉴라이트의 의사협회에 소속된 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몸으로 보여주겠다며 미군 부대에서
'밀수'(미군 관급품을 불법 취득한 것은 현행법상 밀수다) 한 쇠고기를 먹는 몬도가네 식 쇼를 보여주었다.
물론 시식 후 사진을 보니 사진 찍을 때만 한절음 떼어먹는 척 하고선 거의 먹지도 않았다.
 
더 웃기는 건 사진 속 미국산 쇠고기라며 보여준 포장육엔
ST Helen's란 표시가 쓰여있다. 캐나다 산 프리미엄육이었다. 나는 캐나다에서
공부하는 동안 세인트 헬렌스를 종종 사먹곤 했다.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상식은 있다. 뉴라이트 의사협회는 쇼를 하려면 제대로 하라.



연미_cattle-top_혼합재료 가변설치_2008


인간에게 동물은 애완용과 식용으로 나뉜다.

연미의 작품은 애완동물에게 식용을 위해 도축되는 동물의

덧씌워지는 포장을 씌움으로서 익명 속에 죽어가는 생명에 대한 아련한 슬픔의 시선을 보낸다.

  

아무거나 잘 먹는 것은 자랑이 아니다.

박노해의 시처럼, 우리의 먹거리가 생명이고 혼이기에

거룩한 밥상을 얻기 위해서, 감사와 더불어, 좋은 것과 맑은 것을 나누어 먹어야 한다.

밥상과 더불어 우리의 몸과 영혼과 미래가 커간다.

 

신문도 그렇다. 아무거다 보면 안된다.

시각은 존재를 향해 열린 창이다. 우리의 눈은 육안과 뇌안

심안와 영안, 4가지로 나뉜다. 눈과 뇌만을 이용해서 신문을 읽지말라.

일상의 정보를 채집하고 가공 편집하는 신문은 객관적 사실을 그대로 설명하는 것 처럼

보이는 기제이나 자세히 드려다 보지 않으면 진실을 알기가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현실을 알리기 보다 은폐하고 축소하기 때문이다.

 

마음의 눈을 가진 국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거짓말과 말 바꾸기,은폐와 축소를 일삼는 수구언론에 대한 독자들의

심판이 시작된 것 같다. 나도 부모님을 설득해 드디어 끊었다.

요즘 도처에서 거짓정권을 뒷받침 해온 세력들에 대해 게릴라전을 선포하는

이들이 속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우리에게 희망의 몫이 크게 남아 있음을 뜻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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