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제국 언님들께......
12시 28분 시청 광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된 후 자진하여 호송용 차에 올라탔습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들이
자진하는 심령으로 무위의 마음과, 시민 불복종의 정신을 비폭력으로 보여준 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송치된 후, 각자 형사분들의 자리에 앉아 조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인상도 좋으시고, 편하게 대해주시는 분을 만나
자초지종을 이야기했습니다. 묵비권을 행사하는 분들이 많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잘못한 것이 없기에
신상에 관한 이야기와 그날 있었던 가두집회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해산명령이 있었는데 왜 해산하지 않았느냐?"고 물어봅니다.
이 자리를 빌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해산명령은 없었습니다" 듣지도 못했고요, 경찰은 끝까지 해산명령을 내렸다고
주장하더군요. 제가 증명해보라 했더니 카메라로 녹취했다고 하길래, 어차피 이날의 항의는 인터넷으로 생중계되었으니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어디서 한입으로 거짓말을 하는지요. 재미있는 것은 조서를 서술할때 제가 하지 않은 이야기도 연어로 묶어서
서술하더군요. 무슨 영어의 콜로케이션(Collocation)도 아니고 말입니다. 저를 조사한 형사분은 매우 좋은 분이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서술하는데로 그대로 정리해 주시더라구요. 형사이기에 이런 입장에 서게 된 것이 마음 아프다고 하십니다.
그날 기소는 우선 경찰 기동대의 담당자가 함께 강남 경찰서로 와서 세부내역을 보고 하고 이를 다시 조서로 서술해
기소하는 형태더군요. 제가 바로 두명의 기동대 담당자 옆에 앉았기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주 가관입니다.
조사하시는 형사분께서, "피켓이외의 다른 위험물품을 시위대가 가지고 있었느냐?" 고 물어보시자, "이동차량에
각목과 쇠파이프가 준비되어 있으니 조심하라는 지령을 받았다"고 서술하시더군요. 어떤 차량을 말씀하시는지, 제가 물어보고
싶더군요. 저는 그날 블로거 뉴스의 기자로서 움직이는 차량의 뒤편을 분명히 보았습니다. 그들이 주장하는 대로
쇠파이프나 각목은 없었습니다. 조사를 받으면서 한마디 하고 싶더군요. "위증하는 것도 범죄"라고요.
첫날 새벽은 심야 조사가 금지되어 있는 날이라, 1시 20분에 영치되었습니다.
형사님께서 "그냥 재미있는 경험한 셈 치라" 하시며 하루만 좀 참고 견디라고 하시더군요.
양말과 신발을 벗고, 핸드폰을 포함한 모든 물품을 보관대에 맡겨놓고 들어갔습니다. 저를 포함한 4명의 인원이 있었습니다.
한명은 참여연대의 간사로 일하는 분, 저는 작가라고 소개했고, 다른 분은 꽃집 운영하시고, 다른 한명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
또 다른 분은 물류회사에서 일하신다고 했습니다. 배경이 너무 다양하니 통일성을 집어내 묶어낼 테마나 배후가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특정 단체에 가입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으시던데, 어떤 단체에도 소속되어 있으니 연결고리를
만드는 것이 더욱 어려웠겠지요.
다음날 아침 9시에 민변에서 변호사가 와서 절차들에 관한 내용들을 도와주실거라는 소식을 듣고
어느정도 안심을 했습니다. 잠이 오지 않더군요. 군용담요 두장을 받아 바닥에 깔고 누워봅니다만,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몸이 예민하게 받아들여서인지, 잠이 달아나버린듯 했습니다. 제 주변의 풍경을 물끄러미 쳐다봅니다. 410호 감호벽에는
여덟그루의 하늘색 나무숲이 그려져 있네요. 연두빛과 노랑색이 주변부를 감싸고 도는 모습입니다. SUNH2007이라 쓰여진 걸
보니 2007년에 벽화작업을 한 모양입니다.
창살무늬를 바라봅니다. 직사각형의 격자들이 그려진 철창살과 더불어 안의 나와 밖의 풍경이
단절되어 있습니다. 마음 속 들끓는 영혼의 잎사귀를 떼어내 폐업신고를 내립니다. 모든 것들이 꿈만 같습니다.
적요의 순간이 나를 둘러쌉니다. 내 안에 나를 지켜보며 기도합니다. 겨우 이까짓 48시간을 갖혀있는 것이 이렇게 답답하니
그 예전 칼날과 석기의 시대, 정치범으로 억울한 누명을 쓰고 20년이란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신 신영복 선생님은
참 대단하다.....란 수사를 넘어 어떻게 그 세월을 견딜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간수에게 책을 빌려달라 했습니다. 소설가 박완서의 소설집 <저문날의 삽화>였습니다.
작품을 읽다보면 자연스레 잠도 올것 같았지요.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란 단편이 있더군요.
작품 속 화자는 모 잡지사 공모 논픽션의 심사위원으로 시골 선거판의 내막을 쓴 글을 당선작으로 고릅니다.
쓴 사람은 시골에 있는 윤노인이란 분인데 그 사건에 대한 묘사가 너무 정확하다 보니 보복이 두려운 나머지
그 노인이 결국 출품 자체를 취소한다는 이야기지요. 우리 사회는 앞만 보고 갑니다. 과거를 먼저 복원해야
과거 청산도 되는 건데 이 땅에 정직한 진실이 없습니다. '복원'이라는 단어는 매우 추상적인 개념입니다.
박완서 작가는 이를 우리에게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깨진 그릇을 맞춰 복원시키는 과정을 정확하게 묘사합니다.
'깨진 간장종지 하나를 복원시키려도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파편들을 잃지도 보태지도 말고 고스란히
주워모아야 하듯이 섬세한 부분도 잊어버리지 않고 있다가 제자리를 찾아 맞춰야 한다..'
그만큼 복원에는 오랜 시간과 노력과 땀이 들어갑니다.아직 우리 사회는 전진보다는 복원이 필요한 사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친일청산과 관련된 이전 정부의 노력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관련 기관을 폐지시키겠다고 했지요.
우리 안에 있는 상처는 언제쯤 복원이 될지요.......잠오지 않는 이밤, 여러분이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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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향해가는 시민들을 향해 물대포로 응수하는 경찰
지금 이 나라의 현실입니다. 공안정국을 넘어, 독재국가의 전형을 보여주는
이명박 정권의 퇴진을 강력하게 요구합니다. 국민의 동의없이 그 어떤 지도자도 군림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말하는 대한민국 회사의 종업원이 아니라, 이사진이며 감사입니다.
상법상 이명박 당신의 경영상의 실수 및 귀책사유로, 대한민국이란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습니다. 상법에 의거, 이사회의 전원일치 판정으로 당신을 오늘 부로 해고합니다.
얼마나 더 많은 희생자를 내야 그 더러운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는가?
국민들을 폭력으로 진압하는 패악의 정권은
이제 하야하라. 이명박 정권은 퇴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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