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이틀이 지났을 뿐인데
오랜 시간이 지난 듯 합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언님들!
여러분은 제게 언어와 같은 존재이니 이제 언님이라 해야 겠습니다.
여러분이 있어 소통하고, 함께 나눌수 있으니 말입니다.
궁금하셨지요? 매일 매일 일기를 쓰듯
이 공간을 채워내던 주인장의 부재가 꽤나 길었나 봅니다.
많은 분들의 예상대로 저는 26일 촛불 문화제 이후, 가두시위에 참가하였고
밤 12시 28분 시청 앞 시민광장 인도 현장에서 연행되었습니다.
그날 113명이란 엄청난 숫자의 시민들이 연행되었지요.
제가 그 숫자의 일부를 구성하게 되리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기실 연행되었다는 수동태의 문장은 그날의 상황을 적확하게
설명하지 못합니다. 평화시위를 했고, 해산명령을 보내지 않은 경찰에 대해
자신 해산을 하겠노라 수차례 말씀을 드렸으나, 강경진압을 목표로 하는 경찰을 보며
평화적으로 자진해 이송차에 탔습니다. 연행과정에서 몸싸움은 없었습니다.
양심의 법, 그 환한 빛을 따라 자발적인 묶임을 당한 것입니다.
촛불 문화제에서도 구호를 외치기 보다는
이 나라를 위해 기도했고, 발언대에 서 자신의 생각을 토해내는
이들의 순정과 그 맑음에 귀를 기울였고, 거리를 걸으며 갖은 구호를 내뱉을 때에도
행여나 우리로 인해 체증섞인 소통의 혼잡을 겪을 차량 내 분들을 위해
큰 절을 올리기도 하고, 죄송하다며 큰 인사를 드렸습니다.
부족한 한 사람의 절로 혹시 있었을지 모를 짜증이나 분노가 조금이나가
경감되었기를 바랄 뿐입니다.
기도하는데 뜨거운 눈물이 가득 빰 한쪽을 적시며 흘러가더군요.
저도 집에 와서야 이 화면을 봤네요. 기도할때 항상 집중하는 편인데
제가 나오게 된지도 몰랐습니다. 분신하신 이병렬님의 쾌유을 위해 기도했습니다.
산 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폭압의 시간은, 빨리 그 시침을 멈추어야만 합니다.
3시간 여 계속된 행진의 불꽃은 청계광장으로
다시 돌아가 집회를 평화적으로 마무리하자는 목소리로 통일되었고
우리의 행진은 프라자호텔 입구 인도에서 시민광장을 지나
청계광장으로 가려 했습니다. 그러나 전경들은 이미 인도안으로 들어와
우리의 동선을 막았고 토끼몰듯 몰린 우리들은 시민광장의
꽃분수 위에 동그랗게 몰렸습니다. 서슬퍼런 검정 방패는 옅은 빛의 투과조차도
막을 만큼 조밀하고 촘촘하게 둘러퍼진 인간 그물을 만들고 우리를 가둔 것이지요.
더욱 화가 난건 우리와 함께 하고있던 기자들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한 것입니다. 기자재가 파손될 수 있으니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나가달라고 했으나 한겨례와 민중의 소리 기자 두분이
여기에 강력하게 저항하면서 우리와 오랜동안 함께 대치하셨습니다.
우리의 저항은 불법 강제 연행으로 끝을 맺어야 했습니다.
제가 무엇보다 감사한 것은, 연행 과정에서 어떠한 폭력사용이나 몸 싸움없이
자진해서 아름답게 승복하는 모습을 보인 것입니다. 이렇게 무위함으로써 강철같은 경찰의
폭압에 비폭력으로 맞서, 승리한 것이라고 저는 자평하고 싶습니다.
현장에 있던 신문기자에게 '아름답게 외치고 이제 들어갑니다, 조금 있다 뵙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여러대의 호송차에 나누어 실려 경찰서로 이송되었습니다.
강남 대치 경찰서로 이송된 후 조사를 받고 입감 된 시간은 새벽 1시 30분
태어나 처음으로 바깥과 안쪽이 쇠창살로 구분되는 특이공간 속에
갖혀보았습니다.......느낌이 참 이상하더군요.
오늘은 글이 잘 안나오네요.
새벽이 늦은 지금도 잠이 오질않고, 불편한 마음의 앙금이
내 영혼의 외피를 둘러싸고 돌고 있습니다. 마음을 좀 가다듬은 후 글을
정서해야 할듯 해요. 영치되어 있는 동안, 펜과 종이를 빌려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적어 서신을 썼습니다. 여러분이 가장 많이 보고 싶었습니다.
다시 만나게 되어 행복합니다. 새벽늦게까지 편지를 쓰면서도
눈물이 가득 메이더군요......4장의 편지를 썼습니다.
편지는 내일 올려야 겠네요.
조금이라도 눈을 부쳐야 겠습니다. 시말서도 쓰고
회사에서 이틀동안의 부재를 어떻게 설명할지, 원만하게 넘어가도록
조금은 생각의 무늬를 모아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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