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Holic/영화에 홀리다

하늘을 나는 피아니스트-영화 <비투스>이야기

패션 큐레이터 2008. 4. 24.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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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음악 영화 한편을 봤습니다.

영화를 보는것/읽는 것은 한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부여합니다. 그만큼 영상 속에 배어나오는 그 나라만의 특색과 정서, 문화적인

생각의 무늬를 그려볼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에 수입된 음악영화는

대부분 인기를 끌었습니다. 음악가나 연주자들을 다룬 영화들

그 예전 <아마데우스>에서 <샤인>을 거쳐 <피아니스트>에 이르기까지

피아노가 영화 줄거리의 중요한 맥으로 등장하는 영화도 많았지요.

 

 

천재로 태어난 아이 비투스. 5살에 온갖 심오한 철학책을 읽거나

비르투오소의 연주를 따라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후

기분이 참 좋다......라고 느낀 것은 이 영화가 꼭 천재 피아니스트의

면모를 다룬 영화라고 보기엔, 가족영화의 느낌이 강하고

결론마저 따스합니다.

 

 

 

이 영화엔 참 많은 매력이 숨겨져 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스위스산 영화를 보게해준다는 점, 숙성의 시간을 지나 미각에 적응되는 에멘탈 치즈처럼

천재성도 결국 곰삭임과 쉼의 시간을 통해 완성된다는 걸 보여주는 피아니스트 선생님이 나오고

(이 선생님이 사시는 궁전에 저도 한번 가고 싶어요)

최첨단 MP3와 비디오, 시계가 결합된 패션시계와 보청기를 만드는 나라

스위스의 교육환경에 대해 생각해 볼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스위스라고 별 다를 건 없더군요. 천재성을 가진 아이들이

사회적인 교제를 나누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문제는 여전히 어렵고 버겹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의 재능과 능력을 평가해 상급학교로 바로 보내거나

나름대로 아이에게 최적의 교육 수준을 보장하려는 노력들이

영화의 행간에 하나하나 녹아 있습니다.

 

관광과 보험, 금융, 제약과 같은 산업구조만으로

서유럽 최고의 부국인 된 스위스의 한 일면을 볼수 있는 영화였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보다 보면 속 터질만한 대사들이 꽤 많이 나옵니다. "공대에 가면 월급도 많이 받고".....

전자회사 다니는 후배랑 이 영화 봤으면 아마 영화도중에 뭐 하나 집어던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12살의 아이가 부모에게 던지는 '패러독스'의 뜻과 그 대답은

5살의 몸에 이미 어른들의 지능과 지혜를 넘어선 재능을 가진 아이에게

자신의 세계 속에 이미 들어와 있음을 배우는 과정을 이 영화는 다룹니다.

 

 

최첨단 패션 보청기를 만드는 회사의 발명가이자

업적을 인정받아 CEO가 된 아빠와 출판사에서 전문 번역자로 일하는 엄마.

 

 

일찌감치 발견된 IQ 180의 천재성은

조기교육과 엄마의 지나친 기대로 우리의 주인공 비투스는

항상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그때 그를 위로해 주는 건,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친할아버지입니다. 길을 얻기 위해선 소중한 걸 버려야  한다며

자신이 아끼던 펠트 모자를 강에 던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솔직히 이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던 것이 악영화를 표방하긴 하되,

지나칠 정도로 음악이란 존재 자체에 매이지 않는 점이었습니다. 결국 피아니스트로 성장하건

혹은 다른 연주가가 되건,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우리의 삶과 성장, 그 속에서 겪는

성장통의 일부임을 따스한 시선으로, 때로는 참 발칙한 반전으로 보여준다는 것.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네요.

 

 

개인적으로는 12살 비투스보다

5살 비투스가 너무 귀여웠답니다. 눈망울이 완전 사슴이에요.

 

 

영화 속 12살의 비투스는 실제로 음악 천재인 테오 게오르규가

연기합니다. 그 모습또한 놀랍기만 하지요.

 

오랜만에 따뜻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어떤이들은 음악영화 하면 너무 비극적인 슬픔이나, 고독과 견딤 뭐 이런걸 자꾸

이야기 속에 넣어야 되는게 아닌가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만, 영화 상영 내내, 천재소년의

너구리(?)같은 느끼함과 때로는 발랄하게 세상과 조우하는 그 모습이 너무 좋았어요.

 

앞에서도 교육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천재소년이

우여곡절 끝에 평범한 소년의 모습을 연기하며 일반적인 친구들과

교제하는 모습이 너무 멋진 음악 편집과 함께 화면에 담겨 있어요. 광장에서

힙합을 좋아하는 친구와 자전거를 함께 타는 장면,

클래식과 팝이 조우하는 풍경이

눈에 아직도 선합니다.

 

 

영화의 종반부에 가면 명예퇴직의 압박을 받는 아들이

아버지를 찾아와 이야기를 건네는 씬이 나옵니다. 커피나 한잔 하고 가라며

커피 메이커로 신선한 커피 한잔을 끓여 내지요. 이 커피메이커가 바로 20세기를 빛낸

디자인 상품이란 거 혹시 아세요? 비알레티 모카 익스프레스라고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린 가정용 커피메이커랍니다.

 

영화를 위해 더 이상의 줄거리는 말하면 안될듯 하네요.

저도 어제 늦게서야 이 영화를 봤습니다. 따스한 영화를 본 날엔

따스한 모카향이 그립습니다......커피 한잔 해야지.

 

 

이번 한주도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네요.

영화 속 세상과 조우하는 피아니스트 비투스가 되시길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인간으로 하루하루 축복스런 날들 살아가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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