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샤넬-미술관에 가다

미술로 읽는 니트웨어 패션

패션 큐레이터 2008. 4. 5. 22:59

 

 박재영_올 그려가기_캔버스에 유채_90.5×117cm×2_2006_부분

 

개인적으로 의상 아이템 중에 니트 웨어를 가장 좋아합니다.

패션 디자이너가 되었다면 아마도 니트를 전공을 했을거라고 말하곤 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소니 니트를 좋아해서 홍콩에 갈때마다, 무리수를 두어서라도

몇벌씩 챙기곤 했었습니다.

 

어린시절 손뜨개 실력이 뛰어난 큰 고모를 둔 덕에

70년대 말 일본에서 가져온 최신 옷본을 따라 만들어 주신 손뜨개 니트는

제겐 최고의 선물이었죠. 날실과 씨실이 교차하며 만들어내는

니트 특유의 따스함은 그래서 사랑을 기워내는 마음에서 나온다고 하지요.

 

  

박재영_올 그려가기_캔버스에 유채_180×180cm×2_2006_부분

 

박재영 작가의 '올 그려가기' 연작을 보는 마음은 남다릅니다.

14 세기경 북유럽 항구지역의 여인들의 손에서 짜여지기 시작한 이 니트는

원래는 물고기를 잡는 어망의 형태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하지요.

 

방한용의 니트 스웨터는 특히 추운 겨울의 칼바람을 막고

습한 기운에서 인체를 보호해주는 기능을 했기에, 많은 여성들은

고기잡이를 나간 남편과 애인을 위해 부적을 그리듯, 한땀 한땀 손으로

스웨터를 짰다고 합니다. 결국 여인의 따스한 사랑이 담겨 있는 건 바로 이 때문이겠지요.



박재영 올 그려가기 캔버스에 유채 180×180cm×2 2006

 

작가 박재영의 그림은 호수가 큰 캔버스만 사용하여 그립니다.

화면 전체에서 느끼듯 정교하게 재현된 옷감을 그리기란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이

필요로 하는 작업이지요. 작가가 옷과 그 조직을 이루는 올에 대해 관심을 가진것은

그의 성장과정을 보면 당연할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포목상 가정에서 태어나

자연스레 다양한 옷감들과 친숙해 질수 있었을테니 말이죠.

 

작가는 올을 그리는 행위가 삶의 과정을 현재와 결합시키는 일이라 말합니다.

천은 매듭지고 풀리고 엉키고 감싸주는 삶의 모습과 다르지 않지요. 

 인생이 직조된 천이라면 일상은 천을 이루는 올이라 할 수 있을겁니다.

산다는 것은 인생이라는 이름의 천을 짜는 일이며

육체와 정신이라는 씨줄과 날줄이 교차하는 개인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일입니다.

 



박재영_올 그려가기_캔버스에 유채_180×180cm×2_2006

 

그에게 있어 큰 캔버스에 옷감을 그리는 작업은
마치 씨실과 날실들이 서로 교직하며 따스한 기운을 담아내는
스웨터를 한땀 한땀 떠가는 여인의 손가락과 닮았습니다.



박재영_올 그려가기_캔버스에 유채_45×90cm×2_2005_부분
 
1589년 영국에서 신학교를 다니던 윌리엄 리가 개발한
편물기가 세상에 나오면서, 엄마의 손으로 뜬 손뜨개 대신 대중적인
니트웨어가 세상에 선을 보이게 되지요. 하지만 영국에선 이 기계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신 프랑스로 건너가 앙리 4세의 지원을 받아 세계 최초의 기계식
편물 양말공장을 세웁니다. 바로크시대의 남성 복식에 무릎까지 오는
양말 아이템이 많았던 것도 이런 사실과 연관을 맺지요.



박재영_올 그려가기_캔버스에 유채_112×193.5cm_2005
 
흔히 니트 웨어 하면 사람들은 '스웨터'를 떠올립니다.
말 그대로 땀을 흘리게 하는 물건입니다. 어부의 작업복이었던
니트가 스포츠를 위한 의상으로 발전하면서 나온것이 바로 스웨터지요.
 
빅토리아 시대는 영국 최대의 식민지를 거느리며
산업, 경제면의 절정기를 달리던 때입니다. 사람들은 경제적인 여유와 함께
스포츠와 레저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니트웨어와 스웨터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봄에 어울릴 만한 색조의 얇은 니트를
한벌 골라 입고 내일은 시내로 나가야 겠습니다.
하루의 일상이 중요하다는 것, 그걸 한올 한올 짜깁거 갈수 있는 사람만이
삶을 따스하게 살 자격이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만드는 일도 그렇더군요.
지금까지 써온 원고를 하나하나 교정을 보면서
그림을 확인하고, 역사적인 사실의 유무를 다시 점검하고
그림색인을 만들고, 도록 목록을 만들어 독자들이 후 작업과 연구를 위해
배려하는 일을 이번주에 겨우 끝냈습니다. 이제 카운트에 들어가네요......
되돌아보면 많은 것이 감사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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