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상트 페테르부르크 여행-화려한 러시아 민속인형의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08. 3. 26. 17:07

 

 

자 오늘 여행은 어디서 부터 시작할까요?

상트 페테르부르크에 온 이틀째날, 함박눈이 왔습니다.

온통 하얗게 물들어버린, 눈꽃송이는 페테르부르크의 모든 도시와

사물의 외곽선을 덮어버려서 단순하게 만들어 버리고 맙니다.

 

사진, 뒤로는 성 아이작 성당이 보이지요.

눈덮힌 광장이 보이지요. 바로 이곳 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따라

하나하나 되집어 가는 동선을 그려갈 겁니다. 오늘은 표트르 대제와

데카브리스트의 난을 다룹니다. 그리고 러시아 국립미술관(루스끼 무제이)에서 본

러시아 전통 민속 인형들의 사연을 소개합니다. 인형의 역사를 되집어 가면

러시아 전통공예의 미학과 더불어 역사적 사건들의 의미가 맞물려 있음을 알수 있기 때문이죠.

 

 

네바강이 보이는 겨울풍경, 약간 변덕스런 날씨 탓인지

빙결과 해빙을 반복하며 겨울 한철을 맞습니다. 강변을 바라보고 서 있는

동상의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청동기마상의 주인공은 바로 표트르 대제입니다.

 

쿠테타로 남편을 죽이고, 황제자리에 오른 독일출신인 예카테리나 2세가

표트르대제의 후계자라는 것을 과시하기 위하여 1782년 역시 프랑스의 조각가

파르콘에게 이 동상을 만들도록 명령하지요. 기마상을 자세히 보시면 표트르가 탄 말의 발굽이

뱀의 머리를 누르고 있음을 보실수 있을 겁니다.

여기서 뱀은 황제의 정책에 반대하는 세력을 뜻하는 것이죠.

 

 

표트르는 구 러시아를 근대화한 군주입니다.

국가를 적극적이고 기능적인 존재로 만들었지요. 15개월 동안 서유럽을 외유한 후

러시아에 돌아와 기존의 문화생활을 대폭 수정했습니다. 강압적인 서구화의 시작이었죠.

군대,행정,경제,사회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근대화를 위한 서구화의 씨앗을

뿌렸지만 이에 대한 평가 또한 상반되지요. 계몽 전제 군주가 되길

자처한 예카테리나는 강력한 군주제를 확립하면서

귀족계급의 특권화를 더욱 공고하게 만든 사람입니다.

 

 

예로시킨(Yeroshikin), 19세기, 목각

"고양이를 매장 시키는 생쥐들'

 

러시아 국립미술관에서 본 목각 작품 '고양이를 매장시키는 생쥐들은

 표트르 대제의 강압적인 서구화 정책을 풍자한 작품입니다. 이 당시 성직자들과 귀족들은

그의 정책과는 각을 세웠죠. 갑자기 수염을 깍게 만들지않나, 전통적인 의복의 형태도 개혁하고

율리우스력을 채택하면서까지 기존의 달력을 버린 표트르를 마뜩찮아 했으니까요.

 

 강압적인 절대군주제의 수용문제를 놓고 첨예한 사상적 충돌이

일어난 것은 말할 필요도 없겠지요. 당시 민중 판화들이 일반 대중들 사이로 속속들이

파고 들던 시절, 표트르의 정책을 풍자하고 비웃는 작품들이 속속 만들어져 시장에 뿌려졌습니다.

특히 볼가(Volga)지역과 모스크바 지역은 이 목각 인형의 중심지였습니다.

 

Mice Burying the Cat

 

<고양이를 매장시키는 생쥐들> 1760년대

목각에 수공채색, 32.8*57.3cm, 포고딘 컬렉션

 

이 작품에서 생쥐는 민중을, 고양이는 표트르 대제를 의미합니다.

이 판화를 보면 두 마리의 생쥐가 악기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당시엔 장례식때

음악연주를 금지했답니다. 그런데 정작 황제는 자신의 장례를 위해 악단을 사용했지요.

여기에 시신을 운구하는 생쥐 중에는 흡연을 하는 모습도 있습니다.

 표트르의 담배판매 도입을 은유하기 위한 장치죠.

1725년 표트르 사망 후 장례식을 풍자하기 위한 작품입니다.

 

 

원래 앞에서 보신 판화를 루복(lubok)이라고 합니다.

지금으로 말하자면 뭐랄까 정치 풍자 만화 정도가 되는 것이죠.

18세기 판화장르가 등장하면서 민중들을 선동하기 위한 가장 좋은 도구로

사용되는데요. 피나무와 버드나무를 깍아 만든 판화 작품들은 이후

표트르의 정책에 반대하는 이들을 위한 주요한 대항도구가 됩니다.

 

 

알렉산더 지닌 <놀라운 물고기-고래>, 1947년

 

러시아 민속 인형을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민중의 집단적인 욕망과 꿈이 배어나오는 걸 알수 있습니다.

예카테리나 시대로 오면서 서유럽의 사상이 본격적으로 전수되고 러시아는 유럽 국가중 하나로

찬란하게 발전하지만, 농노제를 강화하고 자유주의 사상을 억누른 시대였습니다.

60여차례의 농민반란이 있었다는 사실은 시대의 이중성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알렉산더 지닌이 만든 현대 공예품 인형을 보면

러시아의 전통에 대한 애정을 따스하게 느낄수 있습니다.

한국사회도 혼란의 70년대, <고래사냥>으로 대표되는 사람들의 좌절과

정치적 혼선이 있었듯, 러시아인들에게도 고래라는 상징은 상처와 아픔들, 정치적 분열로 부터

가난한 민중을 지키는 큰 안식처의 역할을 한 것입니다.

 

 

1960년대 이후 곰은 러시아 민속 인형의 주요 캐릭터로 등장합니다.

러시아 인들은  곰을 인간과 비슷한 감성을 공유하는 동물로 간주했답니다.

 더불어 등장하는 대장장이 이미지는, 개혁과 변화를 벼리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유독 러시아의 민속 인형이 좋더군요.

피나무에 화려하게 채색한 인형을 보면서

복식과 화려한 장식까지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0명의 예쁜 아이들을 거느린 엄마의 모습이 늠름하기 까지 합니다.

어찌나 색감이 화사한지, 인형 하나하나 정교하게 한컷씩 찍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좀 차가와 보여도, 말을 붙여보면 은근히 따뜻하고 속을 열어보이는 것이

러시아 사람들이란 느낌을 여행동안 많이 받았습니다.

 

러시아 민속인형은 주로 모성과 다산을 그려낸 것이 꽤 많습니다.

그만큼 모성성을 강조하는 사회고, 엄마는 통합자의 모습으로 서 있지요.

 

 

러시아 민속 인형들은 주로 종교성과 일상의 행복,

표트르 대제때 외출이 자유로와진 여성들의 모습등

다양한 점을 다룹니다. 또 한편으론 값비싼 이콘화 대신

 목각인형과 석고 인형을 사서 집에 놓았습니다.

 

 

사진 속 이미지들이 너무나도 화려하기도 하지만

뭔가 무뚝뚝한 것이, 세련된 느낌은 없지만, 따스하고 일관된 러시아의

정신성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저도 머리가 셋 달린 말을 타고 한번 달려보고 싶네요.

표트르가 개혁을 위해 분주하던 그때, 농민들을 이해하고 동정하는

공화주의자가 되겠다며 분주하던 예카테리나 여제와 그에 반대하는 목소리들.

예술작품을 보고 난후 이런 생각에 빠져봅니다.

 

18일 남짓 남은 선거, 민생안정이 최우선'이란 화두를 내세우지만

서민들에게 와닿지 않는 공허한 말로 되돌아올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저 고양이를 매장시킬 수 있는 힘은 생쥐들의 집단적인 힘

선거란 공식적인 방식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 한번 배웁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 <고양이를 매장하는 생쥐들>에 정치적인 의미와

암울한 페이소스가 담겨 있는지를 처음으로 알았습니다. 오늘 올린 자료는

네이버나 구글, 위키 피디아 어디도 찾아볼 수 없는 귀한 자료입니다.

러시아 민속인형 하면 마트료시카 밖에 모르시는 분들......

다음 검색에서 <러시아 민속인형>을 쳐보세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시고요.

 

 (참고문헌)

Medieval Popular Humor in Russian Eighteenth Century Lubki

Dianne Ecklund Farrell Slavic Review Vol. 50, No. 3 (Autumn, 1991), pp. 551-565.

 

Healy, Dan. Russian Peasants & Russian History 1861-1941

Oxford University Press, 1999

 

How the Mice Buried the Cat: Scenes from the Great Purges of 1937 in the Russian Provinces
Sheila Fitzpatrick, Russian Review, Vol. 52, No. 3 (Jul., 1993), pp. 299-320

 

 

 

36051


 

 

Daum 블로거뉴스
블로거뉴스에서 이 포스트를 추천해주세요.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