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시베리아에서 개썰매를 타다

패션 큐레이터 2008. 3. 10. 23:13

 

부랴트 마을을 뒤로 하고 계속 걸어서

산 중턱에 위치한 개썰매장으로 향합니다.

이곳의 정식 명칭은 바이칼 개 썰매 센타입니다.

(Baikal Dog Sledding Centre 전화번호 : 112-829 ul Gornaya 17 Krestovka)

 

 

 

짙은 치자빛 개집이 보이고, 묶여있는 개들의 모습이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손님이 오면 8 마리를 추려내어 왼쪽의 사진처럼 썰매에

개들을 묶어주더군요.

 

개썰매 체험을 하고 참 행복했던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여름의 러시아와 바이칼을 아름답다고 하지만, 겨울의 신산한 자작나무숲을

멋진 개들이 끄는 썰매를 타는 경험은 못해보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신문기자인 후배가 먼저 썰매에 올라탔습니다.

저는 사실 개썰매에 대한 추억이 남다릅니다. 예전 캐나다 퀘백에서도 개썰매를 탔었는데

그때의 추억도 강한 보색으로 채색된 경험이 되어 제 마음 속에 남아 있습니다.

 

 

마치 "끈 잘 묶고 손잡이 꼭 잡아라....넘어지지 않으려면 엄청 빨리 뛰거든...."이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보기엔 약해보이는데 어쩜 그리도 잘 달리는지.

 

 

위 사진에서 보시는 자리가 조정석입니다.

여기에 개썰매를 조정하는 분이 타고, 탑승자는 뒤에 아치형으로 되어 있는

손잡이를 잡고 서서 가야 합니다.

 

 

개썰매를 타실때는 어떤 코스를 타는 가가 중요합니다.

바이칼 호수 위를 뛰는 것도 있고, 위 사진처럼 숲길을 빠져 나와 눈덮힌 평원을 달리는 것이 있어요.

저는 숲길을 통과해 돌아가는 코스를 정했답니다. 각 코스별 매력이 다르지요.

후배가 먼저 탔습니다. 저는 미리 코스를 앞질러 가서 사진찍을 준비를 했고요.

 

 

이반 시쉬킨 <겨울> 1850년, 캔버스에 유채, 러시아 미술관 소장

 

숲길이 너무 아름다왔습니다. 물론 무비 카메라를 안고 달리느라

처음엔 풍광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지만, 그 풍경 속을 달리는 시간

제 영혼의 미세한 세포와 신경돌기 하나하나가 소롯하게 일어납니다.

 

 풍경 사이에서 피어나는 행간의 아름다움을 렌즈에 담아보고 싶었지만

부족한 카메라워크로는 무리였습니다. 위 작품은 사진이 아니라 그림입니다. 사실주의 미술의

대가 이반 시쉬킨이 그린 <겨울>이란 작품이에요. 개썰매를 타고 가면서 만나는

겨울 자작나무숲의 풍경이 정말 그림과 똑같습니다.

 

적요한 겨울 풍경 속, 자작나무들의 형상은 고요함 속 묵언수행에

들어간 수도자의 모습을 닮았습니다. 긴 겨울을 견디기 위하여 러시아 사람들은

독서와 사색에 빠져야만 합니다. 이렇게 러시아의 풍경을 눈에 담는 일은 그 자체로 자연과의

일체된 대화의 방식임을 배우게 되지요.

 

 

숲길을 달려가는 다른 팀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코스별 선택이 끝나면 거리를 결정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거리에 따라 가격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3 킬로, 5 킬로, 7 킬로 이렇게 정해집니다.

저는 그냥 체험삼아 해본다 생각하고 3킬로 짜리를 했고 가격은 600 루블입니다.

 

 

개썰매 패키지 중 가장 멋진 것은

뭐니뭐니해도 여러날에 걸쳐 바이칼 호수를 횡단하는 것입니다.

이때는 개의 숫자도 매우 많고요, 센터 주인장의 아들이 함께 동승을 하는데 영어를 아주 잘하지요.

가격이 상당히 비쌉니다. 바이칼의 빙해 위로 찬란하게 투영된 햇살과

옅은 초록과 블루의 혼합된 하늘빛을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다는 매력이 있지요.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눈썰매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바이칼 팀을 찍었습니다.

 

 

자 이제 저도 신나게 달렸습니다.

동영상을 찍느라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손끝이 얼어붙어서

여행 며칠동안 거의 약한 동상기운이 있어서 혼도 났고요. 신문기자인 후배가

먼저 타고 와서 제가 들어오는 모습을 찍어주었습니다.

 

 

썰매를 타고 달리는 시간이 끝나갑니다.

오며 가며 내 영혼의 표피를 겉돌았던 그리움의 나날들

바이칼에서 보낸 빙하 속 응고된 시간을 이제 저 환한 대지 위에 흩뿌립니다.

걸어온 날들. 그 정념의 이정표를 마음속에 심고 또 다른 길을 걸어가야 하나 봅니다.

 

사람은 살려고 태어나는 것이지 인생을 준비하려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인생 그 자체, 인생의 현상, 인생이 가져다 주는 선물은 숨이 막히도록 진지하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

 

겨울 바이칼을 뒤로 하고 이제 모스크바로 떠납니다.

겨울이 끝나고 봄기운이 돋는 지금, 언제까지 겨울 여행기를 써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운 시간들이여.....이제 안녕.

 

영화 닥터 지바고의 <라라의 테마>를 올려봅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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