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바이칼 호수 여행기를 올립니다
3회에 걸쳐 바이칼 호수 주변의 풍광과 워킹 투어 시간을 통해 배운 것들
마지막으로 낭만적인 개썰매 체험을 다룹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3일동안을 쉬지 않고 달려서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르쿠츠크에 도착합니다. 바이칼 행 버스는 이곳 이르쿠츠크에서
출발하지요. 이르쿠츠크도 아름다운 도시인데, 이곳 관광은 바이칼에 대한
글을 끝내고 올리도록 할께요. 사진은 바이칼 호수 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면서 찍었습니다.
그날 따라 함박눈이 엄청나게 내려서
소삭소삭 돋아나는 겨울 숨결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일반 버스가 막혀서 일인당 70루블을 내고 미니 승합버스를 탔습니다.
이 미니 승합버스를 마르쉬루트키라 부르는데요. 다 차면 출발합니다.봉고차 생각하시면 되요.
1시간 20분 정도를 가면 리스트비앙카에 도착합니다. 바로 바이칼 호수 주변의 마을이지요.
여기 사진은 바이칼 호수에서 1박을 했던 모텔을 찍은 것입니다.
1박에 1만 6천원 정도 하는 아주 저렴한 곳이고, 8만원(4인기준)을 내면 아침과 점심이 제공되는
가이드 워킹투어를 할수 있구요. 가이드를 따라 바이칼 호수 주변을 둘러보고
얼어붙은 바이칼 호수 위를 걷고 멋진 숲길을 따라 산행도 합니다.
저희가 묵었던 호스텔은 이르쿠츠크의 바이칼러 호스텔과
연계되어 있는 곳입니다. 바이칼 호수 박물관 바로 뒷편에 있어 찾기도 쉽지요.
이르쿠츠크 버스 정류장에서 출발하는 미니 승합버스를 타고 가다가 기사에게 약도를 주고 내려 달라면 됩니다.
참고로 바이칼러 호스텔은 이르쿠츠크에 있는 3개의 호스텔 중 하나고요
홈스테이 스타일로 되어 있어서 편합니다. 주인장이 독일 사람인데요. 잭 세레메토프란 사람인데
와이프는 러시아 사람이구요. 와이프가 성격이 썩 좋질 않더군요. (저만의 판단으로 끝나길 바랍니다)
뭐 어찌되었건, 러시아어를 전혀 못하는 우리로서는 영어로 의사소통이 말끔하게 가능한
이 바이칼러 호스텔이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론리 플래닛 추천으로 갔는데 시설이 나쁘지 않았어요
(Tel : 336-240 apt 11, ul Lenina 9, 저희가 갈 당시 하루에 600루블이었습니다. 2만 4천원)
책에는 500루블이라고 되어 있던데 올랐다면서 더 요구하더군요.
총 길이 636 킬로미터에 이르는 장구한 호수 바이칼
세계에서 가장 깊은 1637미터의 수심을 자랑하는 수정처럼 맑은 호수는
시베리아의 모든 생태계와 환경에 대한 지표로서 자리하고 있습니다. 원래 오늘 이 워킹 투어를
가이드 해준 분도 수질을 연구하는 생물학자입니다.
전체 표면적이 미국 5대호를 합친 것 보다도 큰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칭키즈 칸의 무덤이 있다는 올혼 섬을 비롯해 27개의 산재된 섬이 있고요. 바이칼이란
천연의 생태박물관에는 수천종에 달하는 고유종들이 자리해서 생태계의 부엌이란 애칭도 얻었다고 하네요.
사진으로 보셔도 아시겠지만, 저멀리 수평선이 나지막하게 그려지는 것이 바다처럼 느껴집니다.
저멀리 얼어붙은 호수위를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침부터 바지런히 눈을 치우는 제설차의 풍경이 눈에 들어올때쯤......
성스러운 바다란 애칭이 붙은 광대한 호수 앞에서 한컷 찍습니다.
여름날 이 시원한 호수물에 손을 씻으면 5년을 더 산다는데
모든 사물이 단순하게 얼어붙은 겨울의 시간엔, 그저 한산하게 놓여진 관광객용
밤색 테이블과 목조 의자만이 눈에 선연하게 보입니다. 적요한 풍경을 더욱 아스라한 쓸쓸함으로
응고시키는 겨울의 시간, 마치 그 시간의 행간 사이로 걸어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가장 깨끗하고 맑은 수질을 자랑하기에 겨울에도 인근 가정집이나
레스토랑에선 얼음을 깨고 식수를 퍼가더군요.
바이칼이라는 지명은 동시베리아 일대에서 주로 사용되던 '바이'와 '칼'의 합성어입니다.
바이는 신과 인간을 매개하는 무당을 의미하고, 칼은 넓은 계곡과 호수를
의미한다고 하네요. 결국 '샤만의 호수'란 뜻을 가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워킹 투어를 하면서 바이칼 인근의 산촌들을
구경했는데 마치 깊은 강원 산골의 산촌처럼 무속과 민속신앙의 뿌리를 느끼게 해주는
다양한 지표들과 표식들이 있었습니다. 이건 다음 시간에 이야기하도록 하지요.
더구나 바이칼은 우리 한민족인 퉁구스계 몽골인종의 근원지 입니다.
육당 최남선은 역사적으로 바이칼 지역과 만주 백두산을 포함해 한민족 문화의
발상지라고 주장했지요. 흔히 불함 문화권이라 불렀습니다.
위의 사진은 수영장이랍니다. 원래 바이칼은 10월부터 얼기 시작하는데요
동결되어도 이곳은 주민들을 위한 수영장으로 사용이 된다는군요.
얼음을 깨고 수영한번 해보고 싶지 않으세요?
바이칼 호수를 따라 걷다가 만난 유치원의 아이들입니다.
항상 놀라는 것이지만, 이날 굉장히 추웠는데도 아이들은 한도 끝도 없이 바깥에서 잘도 놉니다.
웃는 모습이 참 해맑습니다. 유치원 건물 외벽의 빛깔이 곱지요
하늘색과 청록색, 백색이 바로 러시아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하네요.
저 멀리 호수에 정박해 놓은 겨울배들이 보입니다.
비록 녹슨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여름이 되면 다 열심히 관광객들을
태우고 올혼섬을 오가는 배들이라고 하네요.
바이칼 연안에는 작고 이쁜 집들이 많습니다.
겨울의 혹독한 칼바람을 견뎌야 하는 탓에 나지막한 지붕과 덧창이 달려 있지요.
겨울산의 신산함과 은백색과 강한 보색을 이루는
아쿠아 블루빛 이중창이 균제감 있게 배열되어 있습니다.
어느 도시를 가건, 그 곳에서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건축의 모습
집의 형태, 그 속에서 희망과 비전을 꿈꾸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 만큼 좋은 여행의
원천도 없습니다. 짙은 녹색대문 사이로 보이는 밝은 마젠타와 짙은 오렌지, 적색의
빨래감이 비록 남우새 하게 걸려 있지만, 그 풍광속에는 오히려 환하게 웃는
그들의 여유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한시간 반 정도를 열심히 걸으니 작은 장터가 나옵니다.
무언가 했더니 바로 그 유명한 바이칼 호수의 명물 오물(Omul)이 보이는 군요.
오물은 흰 육질을 자랑하는 연어과의 생선으로, 시베리아 지역의 바이칼 토착 어종입니다.
시베리아 여행을 다룬 왠만한 여행책에 보면 이 오물에 대해 쓰지 않은 책이
없을 만큼 바이칼에서는 반드시 체험하고 맛보아야 하는 명물이지요.
바이칼 주변에서 목공예 하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다양한 조각품들이 시장에 헐값에 나와 있어서 살펴보았습니다.
거무스레한 등과 은빛 사이드, 머리와 지느러미에 커다란 점을 가지고 있는
이 오물은 바이칼 호수 주변 인근 어업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어종이기도 하고, 그만큼 명성이 알려져
이제는 서구사회에 매년 엄청난 양이 수출되기도 한다네요. 샤만의 바다, 저 바이칼을
아버지의 바다로 삼아 유영하던 수많은 은빛 고기떼는 바이칼의 주민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자원입니다.
한 마리당 2천원 정도하는 가격인데 맛을 보이 아주 좋았습니다.
차가운 것과 왼쪽 사진 파란 통에 들어있는 것은 뜨겁게 조리한 것인데요. 주로 훈제한 것들입니다.
명란처럼, 알도 따로 파는데, 맛이 연어알과 거의 대등한 맛이고요.
먹고나니 약간 짭잘한 느낌이 입안에 계속 남아 있긴 한데
그 느낌이 비릿하지 않고 신선합니다.
바이칼은 천연 생태의 보고이자
우리 지구의 마지막 수중 생물들의 저장고입니다.
최근 시베리아 개발과 더불어, 주변의 제지공장에서 쏟아붓는 폐수 때문에
점점 그 투명도와 맑음이 오염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호수는 우리 앞에서
자신의 광대함을 드러내며, 다시 한번 자신들을 보호해 달라고
위무해 달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상실 너머로 허울 벗어던지고 본성 그대로 거리에 섰다.
가을빛 부셔 눈을감아도 터져버릴것 같은 가슴 피아노선율에 몸을기대고
비탈길을 오른다. 먼것은 세상이 아니라 언제나 내안이였다. 풍경은 북박이인데
왜 방황하는지 움직이는 수족이 밉다. 사고하는 본능이 귀찮다.
바이칼호로 간다. 펄펄끓는 무쇠난로위에
종일 버섯차를끓이고 창밖으로 눈이내려서
그 삶의무게에 눌려 자작나무가지 찢어지는소리를
밤새들어도 외롭지 않은날 별밝은 하얀벤치로 나와앉아
고래의 맥박소리를 듣고싶다. 숲이 우는소리도 듣고싶다.
정인의 어깨에 손을두르고 밤새눈맞아 얼어붙어도 좋겠다. 통나무집에
눈이 덮여서 등불이 꺼질때까지..
김낙필의 <바이칼호로 간다> 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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