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왕과 나>의 배우 율 브린너의 집을 가다

패션 큐레이터 2008. 2. 26. 14:35

 

잠수함 박물관을 나와 눈이 내린 블라디의 오후 거리를 걷습니다.

뒤편으로 보이는 러시아 정교 교회길을 걸어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이건 참고로 말씀드리는 것인데요. 잠수함 박물관 옆에 위의 사진과 같은

건물이 보일겁니다. 제가 돈을 일부만 환전을 했기 때문에 남은 돈 모두를 환전을

해야할 필요가 있었거든요. 사진 속 건물 일층이 은행입니다. 가장 환율이 좋아 제가 추천합니다.

 

 

쭈욱 길을 따라가다보면 블라디보스톡의 유일한 5성 호텔 현대호텔도 있고요.

안에 로비에 들어가봤는데 사진은 생략합니다. 많이 부실해요.

그래도 이 안에 있는 여행사에서 모스크바까지 가는 차편이랑 다 예약했습니다.

 
 
거리를 빠져 나와 얄류츠카야 거리로 합류합니다.
이 거리 15번지에 러시아에서 가장 큰 물류및 항운 회사인 FESCO 건물이 있고
그 옆 15번지가 바로 오늘 가야할 곳입니다. 거기가 어디냐구요?
 
 
우선 동영상을 한번 보시죠
고전 뮤지컬 영화 <왕과 나> 입니다. 아주 오래전 필름이지만
영화 속 데보라 카와 율 브린너의 윤무 장면은 너무나도 인상적이죠.
왕과 나에 삽입된 Shall We Dance는 지금 들어도 마음이 흔들입니다.
자 바로 오늘 가는 곳이 배우 율 브린너의 생가입니다.
 
그는 1920년 7월 11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몽고 혈통의 엔지니어였던 아버지와 의사가문의 딸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습니다. 브린너가는 당시 러시아에서도
부유한 상인집안 이었고, 지금까지도 그 명성은 이어져 세계에서 75위에 랭크된
세계적인 물류 회사 페스코의 실 소유주로 자리하고 있지요.
 

 

 

그는 세실 드밀 감독의 <십계>에서는 람세스 2세 역할을 했습니다.  

그를 생각하면 인상깊은 세편의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십계> <황야의 7인> 그리고

그리고 <왕과 나> 입니다. 어린시절 교육방송을 틀면 참 자주 재상영했던 영화였지요.

지금 보아도 여전히 그 재미가 여전합니다. 시암 왕국의 독존적이고

자존심 강한 왕은 영국에서 온 귀부인과 결국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더 큰 인기를 얻었던 왕과 나는 율 브린너에게

토니상과 오스카를 동시에 거머쥘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를 위해 그는 머리를 완전히 삭발했고 그 이후로

대머리 배우로 유일하게 성공한 헐리우드 배우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그는 뛰어난 배우였고, 동시에 사진작가이자 두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합니다.

유엔에서 특별대사로 일하는 동안 그는 중동과 유럽의 잊혀진 소외된 소수민족들을

카메라에 담아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죠.

 

 

 

바로 브린너 가문이 주인으로 있는

해운 회사 페스코의 정문입니다. 러시아에서는 1위 세계적으로는 76위에

랭크된 회사죠. 300척이 넘는 대형 화물선을 거느리고 있는 굴지의 기업으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명망이 높습니다. 특히 구 소련의 해군 함대와 긴밀한 연결 속에

성장한 기업답게 대부분의 선장들이 이곳 해군 선장 출신들이라고 하더군요.

 

 

페스코 건물 바로 옆에 짙은 황토빛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햇살이 잘 드는 날엔 밝은 노랑색으로 건물 전체가 환해지는데요.

여기 계단을 타고 올라가면 바로 배우 율 브린너의 생가가 나옵니다.

 

 

벽면에 율 브린너의 생가임을 증명하는 현판이 걸려 있지요.

문제는 블라디보스토크 시민들도 이곳이 율 브린너의 생가인지

잘 모른다는 사실.......결국 굉장히 어렵게 이 집을 찾았습니다.

다음 블로그에서 결국 독점 공개하는 셈이네요.(괜히 이렇게 쓰니 뭐 대단한 것 같아 보입니다)

 

 

오늘로서 블라디보스토크 여행편은 마지막을 장식하네요.

여행을 하다보면 시간에 대한 감각이 둔대진다고 해야하나 혹은 새로운

시간의 감각을 배운다고 할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힘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란 광대한 국토는 자체의 대지를 거니는 동안 5개의 시간의 동선을 넘어야 합니다.

각각 달라지는 시간의 흐름과 템포에 맞추어 여행자의 발걸음도 변화하지요.

누군가에게 하루는 평생을 두고도 얻지 못할 기나긴 시간이 된다는

프루스트의 말이 러시아 여행의 첫번째 기착지에서 떠오르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자 다음 회차부터는 본격적으로 시베리아 횡단열차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자작나무 숲과 기차 안 생활, 여행 중 만난 사람들 이야기가 눅진하게 베있는

그 때의 시간들을 다시 한번 기억의 망막 위로 복원시켜야 겠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이사오 사사키의 연주로 듣습니다.

Under the Tree of The Far Country......먼 이국의 느릅나무 아래,

여러분을 생각합니다. 그리움을 견디는 방식으로, 춤을 추는건 어떨까요?

Shall We Da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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