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로 보는 MBC 드라마 '뉴 하트'

패션 큐레이터 2008. 1. 4. 19:19

 

<그로스 클리닉(Gros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1875, 캔버스에 유채, 96*78inch,

필라델피아 토마스 제퍼슨 의과대학

 

작년 초 우리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하얀거탑>이란 드라마죠. 힘겨운 수술장면과 일촉측발의 위기감이

잘 녹아있는 드라마였고, 전문 드라마로서의 위상을 확실하게 세웠던 작품이기도 했지요.

최근 MBC에서 하는 <뉴하트>는 바로 이런 하얀거탑의 뒤를 이어

흉부외과의 단면과 의료계의 현실들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번주 위안부 할머니와 모델을 소대로 한 <뉴하트>를 보고

이 드라마에 아주 반해버렸습니다. 원체 텔레비전을 보지않는 저인지라, 사실

왠만한 드라마 리뷰는 쓰지도 못할 뿐 아니라, 그럴 개재도 되지 못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우연하게 토마스 에이킨스의 작품들이 떠올랐습니다.

 

1844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환가 토마스 에이킨스는

 심리적 사실주의풍의 그림을 소화해낸 작가였어요.  미술대학에 들어간 후 의과대학에도

동시에 등록하여 해부학 수업을 들으며 신체와 인체 해부지식을 쌓았고 바로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 보시는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시 해부학 수업은 원형극장 형태의 교실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죠.

사실적인 묘사, 다리를 절단하며 해부하는 의사들의 메스까지 참 정확하고 엄정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거의 드라마에서 보시는 수술장면의 긴장감과 맞먹지요. 

 

 

<아그네스 클리릭(Agne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1889, 캔버스에 유채, 84*118inch,

펜실베니아 대학, 필라델피아

 

<아그네스 클리닉>은 에이킨스가 그린 의료시술 풍경의 두번째 그림입니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드디어 의사들의 가운이 흰색으로 바뀌었습니다

앞 그림과 달리 위생적인 수술도구함이 사용되고,  환부 수술을 위해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화면 속 빛의 방향을 통해 알수 있어요.

그의 화풍은 남성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확한 묘사는

 파리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벨라스케즈의 화풍을 받아들인 영향이 크다고 하지요.

 

 

피부과와 성형외과에 모든 인원들이 몰리고, 외과나 흉부외과의 경우

그 위험성이 큰 지라 점점 지원하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작금의 현실 속에, <흉부외과>를 둘러싼

 현실을 드라마로 녹여내는 점이 <뉴하트>의 매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전문의를 따고도 개원의를 하기가 어렵고 미래가 암담한 흉부외과의 현실은

수술을 위해 10년 후엔 외국에 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자조섞인 말 까지 나오게 하나 봅니다.

 

 

테츠야 이시다 <응급병동> 캔버스에 유채, 2005년

 

수련받기 쉽고 위험성이 적은 가정의학이나 이비인후과, 안과, 성형외과엔

사람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비난만 하기도 어렵지요. 다만 제도적으로 위험 부담이 큰 수술에 대한

배려와 의료 수가의 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은 꼭 의사협회의 주장이 아니더라도 공감이 갔습니다.

 

드라마에서 최강국교수(조재현 분)의 의사로서의 철학과

수술 집도에 대한 태도 모두, 사실상 이 땅의 의사들에게서 공통적으로 찾을 수 있는

마음가짐이라 생각합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옷을 벗는 의사도 많습니다.

위험부담이 큰 수술을 다 꺼리게 되면 누가 수술을 하고 메스를 잡으려고 하겠습니까.

 

최강국 교수의 말처럼 "머리도 중요하지만 가슴에

눈물이 고이는 것도 중요하다"는 그 메세지가 마음 한구석을 메웁니다.

위안부 할머니를 위해 쑥을 따서 국을 끓이고 드시게 하는 모습에서 어찌나 감사하던지요.

일본 현대작가인 테츠야 이시다의 <응급병동>이란 그림을 보며 드라마 속 환자들이 떠올랐습니다.

 

 

소렐 테오티아 <순간의 침묵-간 이식> 2005년 캔버스에 유채

 

언제부터인가, 의사란 직업에 대해 반의식이 너무 높아진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제겐 7명의 의사 친구가 있네요. 그 중의 한명은 아버지가 의대 교수님이었는데

본인께서는 암 전문의였지만, 밀린 수술 스케줄 때문에, 제대로 치료도 못 받으시고

끝내는 암으로 돌아가셨습니다. 물론 그 아들은 아버지의 뒤를 이었지만요.

국경없는 의사들에서 일하는 친구도 있고, 그 중에는 시골로 내려가 봉사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저는 이런 좋은 의사들이 아직까지 세상에 많다고 믿는 사람 중의 하나지요.

 

의사면서 화가인 소렐 테오티아의 그림은

일촉측발의 순간들, 수술의 현장을 사실주의풍으로 가감없이 드러냅니다.

그의 작품이 때로는 차갑고 냉정하게 보이는 것은, 바로 객관성을 잃지 않아야 할 의사로서의

태도가 캔버스에 바로 배어나오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소렐 테오티아 <순간의 침묵-간 이식> 종이에 펜슬, 드로잉

 

암 수술과 장기이식, 복강경 수술에 관해서라면

한국은 거의 최상급의 수준을 자랑한다고 해요. 이런 좋은 결과들이 계속 유지되려면

비인기 진료과에 대한 시선들, 바라보는 태도들이 조금씩 좋아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칼 슈미트 <로버트 킹 의사 선생님> 1992년

 

예전에 모 대학병원에 레지던트 생활을 하던 친구를

만나러 간적이 있습니다. 이 친구에겐 고마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었지요

이 친구의 동생과 제가 같이 군대생활을 했는데요. 친구 어머니까 항상

면회오실때마다 저도 챙기시느라 떡이랑 음식이랑 해오시고 했지요.

이 친구에게 '나 아프면 네가 치료해라'고 할때마다, 단호하게 다른 병원 소개해 줄테니

그곳에 가라 하더군요. 친구 아픈거 의사로서 바라보는게, 영화 속 현실처럼

뭉클하지도 않고 참담하기만 하다고요. 그딴 소리를 앞으로도 하지 말라고 혼이 난적이 있습니다.

 

 

 

환자더러 담배는 몸에 해롭다 하면서
자신은 병원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있네

 

김창수의 <어떤 의사> 전편

 

참 짧은 시편이지만, 짧은 구절속엔 의사들의 현실이

스트레스와 수술 전후의 마음이 잘 드러난 것 같습니다. 친구 생각이 많이 나네요.

늦게나마 문자 보다는 제대로 된 근하신년 엽서나 하나 보내야 겠습니다.

 

드라마 <뉴 하트>가 사람들 마음속에 따스한 가슴 하나

열어주길 바람하며 이만 마칩니다. 드라마 속 OST 중에서 <사랑을 몰랐죠> 를 골랐습니다.

행복한 주말 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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