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얼굴이 그리는 풍경-미술 속 표정들을 찾아서

패션 큐레이터 2008. 1. 3. 02:08

 

 
변웅필_한 인간으로서의 자화상 39_캔버스에 유채_150× 130cm_2006

 

사람들은 말합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혹은 나이를 먹어간다는 것은,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지는 일이라고 말이죠.

작가 변웅필의 전시회를 갔다가 문득 느꼈던 마음의 소회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2008년 한해가 새롭게 시작되는데, 나는 과연

지나간 시간의 궤적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짓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변웅필_한 인간으로서의 자화상-키스_캔버스에 유채_120×100cm_2006

 

변웅필의 작업은 거울 앞에 선 작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냅니다.

그 표정의 신산함과 게으름, 혹은 자책, 심드렁한 심사까지 정밀하게 묘사하고 있지요.

디지털 카메라가 신체를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되는 지금

사실 어디를 가나 사람들은 열심히 셔터를 누르며 자신의 모습을 담습니다.

어떤 사회학자는 이런 모습을 가리켜 <신-자아도취 사회>란 평을 담기도 하더군요.

변웅필의 작업은 이런 우리들의 자연스런 디카찍기로 재현된

자신의 얼굴을 자화상으로 새롭게 재현한 것입니다.

 



변웅필_한 인간으로서의 자화상-표출_캔버스에 유채_120×100cm_2006

 

아마도 작년 한해는 별로 시큰둥했던 모양입니다.

원래 자화상이 등장하게 된 것은 역사로 보면 근대 이후입니다.

모델료가 없어서 자신의 얼굴을 그리기도 했다지만, 좋은 의미를 붙여보자면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연구, 자신의 내면을 바라다 보기 시작한

모더니즘 시대의 대표적인 산물이 바로 이 자화상인 것이죠.

그림 속 표정을 살펴보며 난 과연 작년 한해, 그리고 이제 다가오는 2008년

어떤 표정으로 맞이해야 좋을까 하는 생각에 빠집니다.

 

 

인준 <울음 시리즈-1> 캔버스에 유채, 2007년

 

중국의 현대미술작가 중 대표작가인 인준의

울음 시리즈는 참 재미납니다. 우앙.....하고 울어버리고 마는

사람들의 표정 속에서 속이 시원하기도 하고, 어떨땐, 왜 그렇게 우는 모습을

화면 가득 담아내나 하는 궁금증도 들지요.

 

 

인준 <울음 시리즈-2> 캔버스에 유채, 2007년

 

울고 비우고, 그렇게 속에 있던 상처를 끄집어 내고

다시 눈물로 실컷 토해내며, 우리는 잊어버리려 합니다. 작가의 그림 속

주인공들은 급속한 현대화 속에, 정치적 이념과 순수를 잃어간 현 중국 세대에 대한 풍자가

담겨 있다고 하지요. 그래서 흔히 미술사에선 정치적 팝아트란 묘한 용어를

붙이기도 합니다. 구체적인 절망 앞에서 목 놓아 우는 사람들의 표정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인준 <울음 시리즈-3> 캔버스에 유채, 2007년

 

아직도 응어리 진 상처들이 있으신가요?

그렇다면 그림처럼 한번 실컷 울어보세요.....우앙 ㅠ.ㅠ

하고 말이에요. 지칠때까지 울어보는 겁니다.

 

 

 마츠모토 시오리 <비밀약속>, 캔버스에 유채, 2006

 

일본 현대 작가 마츠모토 시오리의 <비밀약속>이란 작품입니다.

최근 일본 컨템포러리 미술이 속속 한국에 소개되고 있는데요. 예전부터 한번 다룬다

마음먹고 있었는데, 계속 다룰지 못했어요. 마치 잔혹극의 주인공같은

쾡한 눈빛, 신비스럽고도 뭔가 속에 진한 상념을 감추고 있는 듯한 그림 속 인물의 표정이

남다르지요. 아님 앞에서 울고 있던 아이에게 '쉬잇'하고 조용하란 포즈를 취하는 거 같기도 하네요.

 

 

후안 무노즈 <웃어요 웃어봐요> 2005년, 테이트 모던

 

사람의 표정속엔, 그가 걸어온 삶의 방식과 모습

환경과 만남, 상처, 슬픔, 환희, 신산함, 분노와 좌절, 질투, 열등감

말할수 없이 많은 감정들이 녹녹하게 배어나오기 마련입니다.

 

그럴수록, 넉넉하게 한번 저 눈물의 강에 흘려보내는 거에요.

세숫물 손가락 사이로 흘러가듯, 슬픔과 상처, 설움들

이제는 흘려보내고, 환하게 웃어보세요.스페인의 현대조각가 후안 무노즈의

작품 속 인물들처럼 환하게요. 꼭이요....웃어봐요.

 

 

후안 무노즈 <웃어요 웃어봐요> 2005년, 테이트 모던

 

명랑한
당신의 웃음소리가
찢어버렸어
도무지 어찌해볼 수 없던 것들을
찢어부수고 보여주었어

하늘을 푸른 하늘을
시간과 공간이 바람처럼 떠도는
푸르른 하늘로 된 세상을 열어주었어

한 번의 명랑한
당신의 웃음 소리가 찢어주었어
내 생의 가면을

 

나해철의 <웃음소리> 전편

 

활짝 웃어보세요. 한바탕 웃음으로 우리의 생을 어둡게 하는 모든

가면을 �고 푸른 하늘 아래 행복하게 살아봅시다.

그렇게 2008년 자신의 해맑은 자화상을

아름답게 그려가보자구요. 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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