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과 사회

아들아 우린 아무것도 필요없다-블로거 환경기행 세번째 이야기

패션 큐레이터 2007. 11. 14. 00:45

 

이번 블로거 환경 기행을 통해

시멘트 공장 인근의 많은 농가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시멘트 회사에서 내뿜는 잿빛에 가까운 분진이 농가의 비닐하우스에

켜켜이 쌓여  매일 닦아내도 흐릿한 빛깔의 비닐하우스로 변해버렸습니다.

더구나 끈적끈적한 콜타르 같은 것이 비닐 표면에 붙어 아무리 물청소를 해도 지우기 힘듭니다.

일조량은 현저히 떨어지고.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달라 오랜 동안 주장했지만 기업들은

하나같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최병성 목사님의 설명을 듣다가 어찌나 화가 나던지요.

 

 

이장님이 운전하시는 자동차 앞면에 쌓인 분진들입니다.

그 입자가 짙고 세밀한 것도 인상깊지만 무엇보다 손에 묻어나는 빛깔을 보십시요.

단순한 회색빛 먼지와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말입니다.

 

 

차 상단부를 손으로 만지시는 모습이 마치 화가가 마블링 작업을 하는 것 처럼

보입니다만 아쉽게도 물감을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표면에 폐기물 쓰레기로 만든 시멘트 분진을

이용해 이렇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이, 마음 아플 뿐입니다.

 

 

매일매일 중금속 가득하게 채워진 시멘트 분진들을

열심히 품어내는 시멘트 공장의 모습을 목격하면서 블로거들은 기행이라는 이름으로

한 이틀 머물면 그만이지만, 이곳이 삶의 뿌리인 이 분들에겐

이 척박한 현실이 얼마나 어려울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소성로란 쉽게 말하면 가마입니다.

우리가 도자기를 구울때 가마에 넣는 것과 마찬가지로 시멘트 화합물과

이것을 구울 열을 내기위해 다양한 폐기물들을 마구잡이로 집어넣습니다.

다음 번 포스트부터는 본격적으로 폐기물 쓰레기가 소성로에서 소각되는 과정에서

어떤 중금속과 독극물을 대기중에 방출하는 지 밝혀드리겠습니다.

 예전 지인인 도예가 선생님께 그릇을 굽는 법을 배운 적이 있지요.

선생님께서는 그릇을 빚어 가마에 넣으실때마다, 그릇과 함께 내 안에 있는

상처와 마음도 또한 태우신다고 하셨습니다.

 



하용주_GASMASK 0200 [무적]_2006

 

산업재로 쓰일때와 도자기를 구울때는 이렇게도 다른가 봅니다.

시멘트를 굽는 소성로에는 온갖 폐기물들이 들어가 불로 태워도 정녕 태워지지도 않고

끈질기게 그 기운이 남아 하늘과 땅에 그대로 잔존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가 아파트를 신규로 입주한 후 아무리 3일 동안 불을 때워 구워도

새집 증후군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죠.

 

작가 하용주의 작품을 보았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제가 그를 좋아하는 이유는 사실 오늘 글의 주제와 너무나도 맞아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는 항상 방독면을 소재로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작가입니다.

 

위의 그림에서 방독면을 쓰고 권투 글러브를 쓴채 언제든지 덤빌테면 덤벼보라며

천하무적 운운하는 모습이 지금 시멘트 회사와 환경부를 그대로 닮았더라구요.

 



하용주_GASMASK 0200 [꽃밭]_2006

 

작가 하용주는 가스마스크에 관심을 가진 이유에 대해,

 “장난감 피겨(figure)를 좋아하고 모았다. 그 중 어떤 피겨가 방독면을 쓰고 있었는데,

 굉장히 답답해 보였으며,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상황이 단지 그 피겨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적용된다고 생각하지요,

 



하용주_GASMASK 0200 [7번째천사]_2006

 

그만큼 획일화 된 현실에서 자기를 방어하는 무기입니다

마스크를 쓴다는 것은 한편으로 자신의 얼굴을 감춘다는 것, 즉 익명화를 뜻하며,

다른 한편으로 동일한 표정을 가진다는 것, 즉 획일화를 지칭합니다.

마치 자신의 본능을 억제하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가면을 쓰듯이 지금 강원도 땅의

 정작 시멘트 공장들은 방독면을 쓴채 자신을 철저하게 방어하면서 자신들의 실수와

욕망으로 짓�고 있는 농민들의 모습은 애써 지우려 합니다.

 

그러고 보니 위의 그림을 자세히 보다 이번 기행에서 유난히 블로거들의 취재를

막고 최병성님의 블로그에 들어와 온갖 악담을 늘어놓았다는 천마표 머시기 하는

회사가 떠오르네요. 날개를 달고 열심히 총을 쏘는 모습이 어쩜 그리도 닮았는지요.

 



하용주_GASMASK 0200 [균형잡기]_2006

 

방독면을 쓰고 운동장을 달려야 하는 현실을 하십니까?

제가 이렇게 글을 쓰는 것이 그저 그림을 설명하기 위한 부연이라 생각하지 마십시요.

이번 기행에서 만난 이장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곳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이미 운동장에서

어떠한 활동도 하지 못한다 운동도. 그 흔한 운동회 조차도" 라고 말이죠.

 

방독면이란 가면을 쓰고 그 뒤에서 자신들이 행하는 온갖 악덕과 부패, 정경유착에 대해

철저하게 함구하고 익명의 힘을 빌어, 밤이 되면 인근 바다와 대지에 함부로 투기하는 그들의 작태를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정작 그들이 버린 자연으로 인해 기초적인 건강이나마

지키기 위해 방독면을 써야 할 사람들은 농민들이건만, 자신들만 기업이라는 가면을 쓰고

벌이는 이 부도덕한 작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요즘 텔레비전을 보니 유행하는 CF가 하나 있더군요.

시골의 노부부가 서울에 사는 자식에게 전화를 통해 필요한 것을 보내달라며 Show를 하는 장면

아마도 이곳 부모님들은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아들아.....우린 아무것도 필요없다 방독면만 있으면 돼"라고 말입니다. 

 

http://blog.daum.net/cbs5012

이번 블로거 환경기행을 기획하고 끌어주신 최병성님의 블로그입니다.

쓰레기 시멘트 문제로 1년 반이 넘게 자신의 모든것을 던져 싸우고 계시죠. 쓰레기 시멘트에 관한

총체적인 관점과 정보들을 얻기에 아주 좋은 공간입니다. 꼭 방문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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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의 OST 배경으로 놓고 갑니다.
이제 그들에게 더 이상의 비상구 조차도 없어지기 전에 행동에 임하는 우리가 되길 바람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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