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우리가 버려야 할 학교체벌-우리 땐 안그랬는데

패션 큐레이터 2007. 10. 31. 01:24

 

 

좌) 얀 스텐 <시골학교> 1665년 캔버스에 유채, 아일랜드 국립 미술관 소장  우) 김홍도 <서당도>

 

오늘 다음에서는 광주에서 여학생들을 엎드려 뻣쳐를 시킨 동영상이

떠돌았다. 이로인해 온라인에서는 체벌을 둘러싼 논의가 활발하다.

체벌반대와 찬성의 견해가 팽팽하다. 꼭 내게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체벌반대라는 측에 서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체벌의 정당성이나

혹은 반대의 정당성을 따질 생각은 없다.  체벌과 그것을 빌어 교육적 목적으로

행하는 기성 세대들의 마음의 모습을 사회 심리학적 관점에서 풀어가고자 한다.  

 

 

김서니_그룹핑_캔버스에 아크릴 채색_200×152cm_2002

 

나는 무엇보다도 이번 사안에서 체벌을 찬성하는 분들께 묻고 싶은 게 하나있다.

기성세대들이 흔히 내뱉는 말 중에 '우리 땐 안그랬는데'라는 표현이 있다.

김서니의 그림 속 여고생들의 모습은 작가의 나이답게 197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고운 단발머리와 하얀 운동화와 단정한 검정색 스커트와 하얀색 교복의 이미지.

아마도 오늘 여학생들을 엎드려 뻗쳐를 시킨 선생님의 머리 속에 박혀 있을 지 모를 여학생의 모습이 아닐까 한다.

 

자 이제 사회심리학 본론으로 들어가자. 미국 미시건 대학의 심리학 교수 마커스 연구팀은

1973년과 1982년 898명의 중년 부모들과 그들의 자녀 1135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태도 조사를 했다. 당시 자녀들의 평균나이는 25세, 부모들의 나이는 54세쯤이다.

그로 부터 9년 후 재조사를 했다. 이 조사에서 마커스팀은 사회보장제도나 소수민족 우대

혹은 마리화나에 대한 처벌, 학교체벌, 정치적 입장의 보수성/진보성을 물었다.

82년 재조사에서는 흥미롭게 각 이슈들에 대해서 73년에 어떻게 답했는지 회상하도록 시켰다.

 

 

김영일 <젊은 세대> 1983년 C-프린트

 

이 연구를 통해 얻은 결론이 무엇일까?

사람들이 회상해낸 자신의 과거 모습은 과거의 실제 모습을

닮았다기 보다는 현재의 자기 모습을 더 닮는 다는 것이다.

많은 응답자들은 9년전 자신의 태도를 회상하면서 그때의 태도가 현재의 태도와 다르지 않을거라고 회상했다.

그렇다 보니 현재 자신을 보수적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9년전에도 그랬을 거라고 회상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요즘 젊은 것들이 버릇없고 자기 절제가 부족하다고 이야기 한다.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요즘 아이들이 공부를 안한다고 걱정한다.

 

학교에선 선생님들은 아이들이 하나같이 문제가 크다고 난리다. 선생이나 교수들이나 아이들을 교육하고

평가할때 그들은 자신의 과거 학창 시절을 떠올린다. 자신은 그때도 지금처럼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시간을 아껴가며 열심히 살았을 것이라고 왜곡된 회상에 빠진다는 것이다. 바로 이 연구의 결론이다.

김영일의 사진 속 가발과 장발을 한 학생들의 모습이다.

이들은 지금 이 땅의 학생들을 가리켜 "우리 땐 안그랬는데"를 외치고 있다.

물론 저 학생들을 보고 있던 어른들은 뭐라고 말했을까?

 

 

 서도호_UNI-FORM_혼합재료_가변설치_2006

 

블로거 중에는 요즘 아이들이 잔꾀가 늘어 인권내념을 아무대나 들이댄다고

성토하는 사람도 있었고, 우리때는 까닭없이 맞았어도 잘만 자랐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물론 그 지겨운 '군사부 일체'를 운운하고, 학교 교육의 존엄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양육하고 바른길로 인도한다고, 그 목적을 위해

최소한의 체벌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바로 이러한 논리의 근저에

지금 현재, 어른들은 자신이 어렸을때도 지금처럼

절제력이 있고 책임감이 있다고 잘못 회상하는 못된 습관이 있다는 것이 내 주장이다.

자신의 과거가 그리도 완벽했으니

지금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부족하게 보이는 걸까?

 

 

황혜신_902호아이_FRP에 채색, 오브제, 모터_230×46×43cm_2006

 

황혜신의 조각 작품을 볼때마다 진저리가 쳐진다.

학교에서의 감정적인 체벌과 폭력, 온 도처에 널린 아이들과 청소년을 상대로한

성적 학대와 폭행. 아동들을 성적으로 학대하고 폭행했던 범죄자가 이렇게 말했단다

'아이들은 쉽게 잊어버린다'고. 과연 그럴까? 여기에 대한 연구도 있는데 한번 나열해 볼까?

아이들은 그저 맞으면서 자란다는 식의 사고를 가진 분들, 무책임 한것 보다 빰을 때리는 것이 낫다고

떠드는 블로거들에게 말한다.

 

로마 제정시대의 교육철학자인 ‘퀸틸리아누스’는

“벌을 받으며 자란 아이는 반감이 생기고 무감각해져 교육효과가 떨어지는데다,

이러한 아이들은 무의식 속에 공포감, 불안감, 열등감이 내재된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체벌은 아이들이 폭력을 당연시 여기게 만들고 그 아이가 자랐을 때 내재된 잠재적

의식으로 인해 또 다른 폭력을 낳는 원인이 되게 한다. 

 

 

황혜신_109호아이_FRP에 채색, 오브제_51×90×90cm_2006

 

무의식 속에 아이들 속에 심어놓는 그 폭력의 기억이 더 무섭다는 걸

나는 말하고 싶다. 말끝마다 교육적 효과가 어떻고 요즘 아이들 운운하는 당신들

당신들 또한 졸업할 때 교복을 잡아 갈기갈기 찢었고, 흡연하고, 빨간책 보았고 학주를 피해 성인 영화를 보러갔다.

지금의 자신에 비추어 과거를 평가하고 왜곡하지 말라고 나는 말하고 싶다.

요즘 아이들이 잔꾀가 많아 어설픈 인권 개념을 들먹인다고?

인터넷으로 자료를 찾아 더 많은 개념으로 무장하니 그럴수 밖에 없지 않나?

어설프다는 판단 서술어는 자신이 살아온 관점에서 나온 말인가?

아니면 현재 자신의 모습에서 볼때 아이들의 모습이 그렇다는 것인가.

저 아이들에게  인권의 개념을 가르친것이 누군가?

 

 

황혜신_902호아이_FRP에 채색, 오브제, 모터_230×46×43cm_2006

 

황혜신의 작품 속에 나오는 아이들은

하나같이 성인들의 폭력에 견디다 못해 정신 치료를 위해

입원해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다.  

 

 

황혜신_304호아이_FRP에 채색, 오브제_96×23×69cm_2006

 

군사부일체/스승의 그림자는 밟지 않았다?

나는 묻고 싶다. 당신은 학교 다닐때 그랬었나? 별 개풀 뜯어먹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우리때는 이러지 않았다고 또 떠들것인가? 정말 그랬을까 하고 한번 물어보라 찬찬히.

솔직히 교육 현장을 말하는 이들의 목소리 또한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제발 이 세대가 "우리 때 보다 더 다루기 힘들다"라는 식의 목소리는 내지말자.

당신이 학생이었을때, 교사 또한 당신에게 "요즘 것들 때문에 죽겠다'라고 말했다.

그걸 잊지마라. 지금의 아름다운 당신은 오랜 세월을 통해 빗어진 것이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처음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주장하게 된다. 성숙의 과정이 모두를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버리는 것이다."

 

조지 베일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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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쓰면서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수양딸로 만난 솔현이는 이제

10년의 세월을 걸쳐 여대생이 되었고, 초등학교 4학년때 만난 정진이는 이제 어엿한 고등학교 1학년입니다.

저는 블로그를 쓰면서 참 많은 밥값을 썼습니다. 독자 중에는 8살짜리 꼬마 여아가 있는가 하면

예원에 다니거나 예고 미술과에 다니는 여학생들도 꽤 됩니다.

고등학교 1학년 부터 알고 지내던 여학생은 대학교 1학년이 되었고

이제 그 학생들과는 동등한 입장에서 삶과 사랑을 얘기합니다.

저는 아이들을 만날때마다 항상 이야기 합니다. 더 많은 기회를 가질것을,

더 많이 보고 사랑하고 느끼고 타자를 위해서 살라고 말입니다. 요즘아이들이 말을 안들어 먹는다고?

잘만 듣던데, 도대체가 당신들은 누구와 이야기를 나눈것인가? 나는 물어보고 싶습니다.

 

참고문헌

Markus, G B (1986). Stability and change in political attitudes : Observed, recalled and explained. Political Behavior, 8 21-44

Vailant, G. E (1977) Adaptation to Life.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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