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경성스캔들>-조마자의 mp3(?)

패션 큐레이터 2007. 10. 29. 02:44

 

수원 효원공원 나혜석 거리에서 2007년 가을 어느 날

 

가을기운이 완연합니다. 오늘 밤은 가을비가 내립니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더욱 차가운 기운들이 삶의 배면속에 스며들것만 같습니다.

며칠 전 수원에 일을 보러 갔다가 효원 공원에 들렀습니다. 공원 맞은편으로 부터 시작되는

400미터 남짓 되는 나혜석 거리를 걸었습니다. 한국 최초의 서양화가 나혜석의

고향이 수원이란 사실이 떠올랐고, 그녀를 위해 설립된 이 거리에는

다양한 문화공연들이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며칠 전 서울대학교에 놀러갔습니다. 늦게 나마 서울대 미술관에서 열린

덴마크의 유리공예와 가구작품들, 복식미술을 살펴보았고 후배를 따라 책 냄새 가득한

정기간행물실에 들러서 이런 저런 자료들을 찾아보았습니다.

 

미술은 과연 당대의 여성들, 특히 <신여성>의 존재들을 어떻게 그려내고 있었을까

궁금하던 차였습니다. 김영나 교수의 짧은 논문을 살펴보다가 며칠 전 보았던 나혜석이 떠올랐고

이 신여성은 역사를 통해 지금 현재까지 어떤 식의 변화의 과정을 밟아왔는지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떠올랐던 것이 몇달 전 저를 사로잡았던 드라마 <경성스캔들>이 생각이 나더군요

드라마 속에서 독립을 위해 싸운 아름다운 청춘시절,

그 조마자의 모습이 보고 싶었습니다.

 

 

  김경민_ 신여성, 45x10x45cm, Acrylic on F.R.P,마천석,  2006

 

김경민의 조각은 매우 유쾌합니다. 그녀는 구상조각의 방식을 통해

우리 시대의 여성들의 모습을 즐겁고 그리 머리 아프지 않게 그려내는 작가지요.

그녀가 만들어낸 <신여성> 시리즈를 보면 아날로그 라디오를 들고 음악을 들으며 걸어가는

여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라디오가 이제 MP3를 넘어 PMP로 바뀐 것일 뿐이겠다 싶더군요.

 

  

 

드라마 <경성 스캔들>의 조마자와 너무나도 비슷한 느낌이 나더군요.

물론 저만의 생각일수도 있지만, 식민지 시대, 여성으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꿈꾸지만

한편으로는 한없이 사랑에 약한 조선 시대 마지막 여자인 '조마자'가 떠올랐습니다.

 

1920년대 <신여성> 잡지들의 삽화를 살펴보았습니다.

당시 해외 유학을 하거나 고등학교를 마친 여성들을 흔히 신여성으로 분류합니다만

(<신여성과 모던걸>, <<미술사와 시각문화>>, 제 2집, 2003 ,8-37 을 참조하세요)

그녀들의 욕망을 보면 지금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더라구요. 1930년대 신여성을 그린 삽화를 보니

<예술지상주의자이며 열정적인 사랑을 꿈꾸는 나는 꽃미남을 원한다>라는

플랭카드를 든 여성의 모습이 보이더군요. 남자들의 로망이 긴 생머리이듯

여성들의 로망은 꽃미남인가 봅니다.

 

 

김경민 <지금 쇼핑하러 갑니다2> 2006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일기를 보면 입센의 <인형의 집>에 나온

노라를 빌어 현재의 모습을 버리고 가정을 뛰쳐나가고 싶은

주체적 여성으로서의 자신을 꿈꾼 모습들이 드러납니다.

 

 페미닌한 가치가 지배적으로 떠오르고 있는 세상입니다

문제는 이 가치가 <여성주의자>들의 말처럼 세상을 구원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잘 안되면 또 지저분하고 교묘한 말잔치를 하면 그뿐, 언제 이념가들이 자신의 말에

책임지는 행동을 한 적이 있던가요?

 

 

 

김경민의 <여성시대> vs 정인아 <된장녀의 하루> 폴리, 석고_90×70×50_2006

 

 물질의 이기에 침윤된 <된장녀>의 모습에서 우리 시대의 여성미를 찾습니다.

또한 남성들이 더욱 가사노동의 가치나 가족 중심성을 갖는 것에 대해서도 저는 찬성합니다.

그걸 위해서 오랜동안 저 또한 싸워왔지요.

된장녀의 모습엔 소비에 쩔고, 중독된 우리들의 자화상이 일면 들어있는

모습이고 엄연한 현실이었다는 점에 동의하지 않을수 없습니다.

 

 

김경민_갈등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30×25×25cm

 

김경민의 <갈등>이란 작품을 볼때 마다

다이어트로 고민하는 한국의 여성들을 떠올립니다.

체중계에 발을 올려놓고 양 손에는 먹을 것을 들고 있는 여성의 모습

저는 솔직히 이런 것들을 가리켜서 '외모중시사회'니 남성의 시선이니 하는 식의

혐의를 씌우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몸을 관리하고 있고 신체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5일동안 빠지지 않고 헬스클럽을 다니고 운동을 하지요

 

오랜동안 다이어트를 했고 20킬로 가까이 빼보았지만

살을 빼는 일은 단순하게 먹는 것을 관리하는 것 만으로 되지 않더군요.

마음을 다스려야 하고, 폭식에 빠질 수 있는 정신적 풍경부터 새로 그려나가지 않으면 안되거든요.




김경민_내가 사랑하는 그녀는...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70×10×25cm

 

 

로버트 스턴버그란 심리학자는 완전한 사랑의 조건을 규정한

 ‘사랑의 삼각이론’을 만들었습니다. 그에 따르면, 사랑은 열정(passion), 친밀감(intimacy), 책임감(commitment)

세 요소로 구성된다고 해요. 이 삼각형의 세 꼭지점이 무게중심에서 균형 상태를 이룰 때

완전한 사랑은 가능하다고 하는데, 사랑의 초보적인 형태는 이 요소 중 하나만 있는 상태라고 합니다.

 

 열정만 있는 상태는 매혹, 친밀감만 있는 상태는 호감,

책임감만 있는 상태는 공허한 사랑. 좀더 진화된 사랑은 이 요소 중 둘의 결합으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친밀감과 책임감만 있는 사랑은 우애, 열정과 책임감만 있으면 육체적 사랑,

열정과 친밀감만 있으면 낭만적 사랑이라고 한다지요.

 

여러분이 사랑하는 그/그녀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나요?

이 세가지 조건 중에 어떤 것을 취하고 있습니까?

 


김경민_쇼핑하러 갑니다._합성수지에 아크릴채색_90×20×40cm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눈 맑은 시인은 노래했다지만
어쩐지 세상은 아름답지도 행복하지도 않아서
길 없는 거리마다 길 잃은 사람들은 쏟아져 나오지
하롱하롱 꽃잎지는 새로운 세계로,
슬픈 베르테르의 행복한 로테의 품 속으로,
꾸역꾸역 안겨가네


서로를 밟으며 구겨져 가네
한사코 번영을 꿈꾸는 찬란한 나라
아름다운 쇼핑의 천국 투명한 회전문은 매끄럽기도 하여서
회현 지하도 앞 검은 고무다리 사내의 찬송소리 은혜롭고,
방금 내려앉은 동전 몇 잎의 인정만이 때 절은 바구니 속에 따끈따끈한데
차츰 눈과 귀마저 멀어져 가는 사람들 속에서

가서, 아름다웠노라 차마 말 할 수 있을까
살진 안개 자욱한 굶주림의 땅 허기를 잊기 위해
나, 오늘도 허겁지겁 쇼핑을 하노라.

 

김경미의 <우울한 쇼핑> 전문

 


김경민_당신의 자리_F.R.P에 아크릴채색_100×400×50cm_2007

 

나혜석에서 조마자로 그리고 된장녀를 넘어

지금 여러분은 어디에 서 있습니까?

조국을 해방시키겠다며 열혈청춘을 바치던 조마자의 흰색 저고리가

지워질때쯤, 캔버스에서 자신의 영혼을 해방시키겠다며 울부짖던 나혜석으로 부터

스타벅스와 명품에 중독되어 허우적 거리던 울트라 모던 걸에서.....

 

여러분은 지금 어디에 서 있으신가요?

궁금합니다.....당신의 자리는 어디에 있는지 말입니다.

 

휘성의 목소리롤 듣습니다. <사랑은 맛있다> 10월의

마지막 주가 흘러가네요. 행복한 한주 되시길 빌어요. 행복하셔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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