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화가 윤병락의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의 그림 속에는 항상 손으로 꼬옥 누르면 달콤한 수액이 주르르 흐를것 같은
가을의 과실들이 가득하지요. 경북 영천이 옛살라비인 화가는 어린 시절 농사를 짓던 부모님에 대한
기억에서 자신의 그림 속 영감의 실타래를 뽑아냅니다.
그는 캔버스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대신 넉넉한 가을 녁 기운이 베어나는 한지를 나무 판자에 입힌 후
능금과 복숭아, 주황빛이 우러나는 감을 그려내지요. 한 마디로 풍성합니다.
특히 글을 쓰다가 약간 배가 고파 질때쯤, 그의 그림을 보면 입속에 달콤한 침이 고일 정도입니다.
사과를 베어물때마다, 그 하나의 존재에 하늘이 내려준 따스한 햇살의 양과
축축한 땅의 기운과 빗물의 정도가 어떻게 배합되었길래
저렇게도 고운 색조의 탐스러운 속살을 가진 과실이 잉태할까
아니면 도대체 이렇게 달콤한 수액을 아퀴지은 살터의 힘은 무엇일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그의 그림을 가리켜 흔히 하이퍼 리얼리즘, 극 사실주의 풍의 그림이라고 합니다.
그의 그림은 너무나도 현실같아서 우리에겐 착각을 불러일으킬만큼
사진적 진실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우리들의 넉넉살이를 받치는 많은 것들
과육의 표면과 그 질감을 하나하나 세부적으로 그려넣은 정치한 붓놀림에 놀라고 맙니다.
시나브로 햇살 아래 노출된 자신의 살갖이 발그레해질때쯤, 능금은 이제 저 어머니 대지의 힘으로
조용히 떨어질 낙과의 시간을 기다립니다.
땅에 떨어지는 과일 하나의 움직임에도
세상의 이치가 놓여있다고 한다지만, 여전히 그럴만한 가리사니를 가질 나이가
아닌것인지, 그저 화려한 색감으로 그려진 사과들을 보며 서구의 미학용어를 남발하며
흰목이나 젖히고 있는 제 자신을 봅니다. 반성의 시간이 멀었나 봅니다.
늙은 감나무 우듬지에 소담하게 달린 주황빛 감들이 소반위에
곱다랍게 놓여져 있습니다. 시골 대청마루, 깊어가는 가을 밤, 오전의 퍼들껑 소리에 놀라던
부산함은 다 가버리고, 적요함을 배우는 때사이, 사람을 향한 땅의 은혜, 그 발그레한 기운을
소드락질 한 듯한 붉은 감하나 따서 시원한 결명자와 함께 먹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후젯일을 의건모하며
가을을 보냅니다. 나는 과연 어떠한 빛깔의 과실을 이 가을에 토해내고 있는지 반성해볼 일입니다.
가을의 시간엔 참 많은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올 한해 좋은 소식들이 많았고 많은 선물을 받았고, 내 마음의 풍경을
곱게 단장할 수 있도록 맘씨 고운 분들을 만나 행복했습니다.
나무 한 그루 심어놓고 천 년을 기다려 사과를 얻겠다
진정한 열매를 갖기 위해 내가 몇 번은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이니
지금 나뭇가지에 매달린 사과는 발자국에 지나지 않는 것
수많은 길을 걸어와서 내가 마침내 닿은 곳은
발목 같은 뿌리였을 것이다 시간이 물처럼 고여있어
몸을 풍덩 던져넣고 싶은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집이 되고 싶은 것이다
잘 익은 사과 한 알 손안에 뚝 떨어진다
벌레 먹어서 구멍이 훤하게 뚫렸다 비어있는 저 속으로
삽시간에 생이 빨려들어갔으므로 몇 백 년이 흘러갔을 것이다
열매 다 떨어지고 씨앗마저 새가 물고 갔으니 다시 열리기까지 또 몇 백년
사과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기다렸다 내 살이 다 흩어지고
내 뼈가 삭아서 둥근 열매 한 알 열렸으니 몇 백 년 후 나를 디시 얻겠다고
부풀은 저 사과 깨물었다
김종제의 <사과 나무 아래서>
그립다는 언턱거리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싶은 가을입니다.
푸르름과 더불어 환하고 풍성한 때사이, 그 속에서 영글어 가는 만남과
이곳 블로그에서의 사랑도 그렇게 깊어갑니다.
고맙습니다.....이말을 참 하고 싶었더랬습니다.
오늘 글은 좀 약간의 불편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원체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제가 요즘 때 아닌 고유의 말을 익혀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습니다. 오늘 글에 요 며칠 익혀본 한글을 글속에 넣어보았지요. 옛살라비는 고향이란 뜻이고
아퀴짓는 살터란 결정짓는 대 자연의 힘이란 뜻입니다. 우듬지란 나무 꼭대기의 줄기란 뜻이며
퍼들껑 소리란 새가 날개나 꼬리를 치는 소리를 말합니다. 소드락질은 훔치다란 뜻이고
후젯일을 의건모 한다 함은 내일일을 살아갈 밑그림을 그린다는 말입니다.
'그립다는 언턱거리'는 그리움을 핑계삼아란 뜻이랍니다.
어떠세요? 가을 깊어가는 우리말의 속살의 향기가 말입니다......
사과 가득 담아 여러분의 마음 속 소반에 담아내고 싶습니다. 행복한 하루 되시길요
오늘은 블로그 독자분께서 보내주신 창극 공연을 보러가기 위해 국립극장에 가야합니다.
어머니 모시고 다녀오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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