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사랑이 그리울 때 보는 그림-그녀가 온다

패션 큐레이터 2007. 9. 28. 13:08

 

이수동 <꿈에> 캔버스에 아크릴 3호

 

부산하던 추석 연휴도 끝이나고 다시 한번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어제저녁엔 사실 아주 일찍 잠에 들어버려서인지, 새벽 3시에 문득 몸이 깨어버렸습니다.

추석 연휴, 오랜만에 친구와 함께 혜화동을 거닐었고

따스한 조갯살 차우더의 미끈함이 혀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감성에 젖어들었고

친구가 강의를 하고 있는 캠퍼스를 거닐었습니다. 지나간 사랑을 이야기 하고, 지금 그녀가 살아가는

일상과 사랑하는 남편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이수동 <그녀의 그림자> 캔버스에 아크릴, 33.3x24.2cm

 

많은 사람들의 중매를 섰지만, 이 친구만큼 내 마음에 그리 흡족한 친구도 많지 않습니다.

결혼을 결정하면서 많이 힘들어 했고, 두 사람의 연락책이었던 저는 특히나

고생을 많이 했지요. 오죽하면 여자 친구네 집에 가서 어머니 앞에 결혼할 그 남자는 제가 장담한다고

각서까지 �었습니다. 하여튼 이러한 노력들은 알음알음 교회내에서 소문이 나서

이후 32쌍을 결혼시키는 일을 이루어내고 말지요.

 

 

이수동 <그녀가 온다> 캔버스에 아크릴 40.9x53.0cm

 

원체 동갑내기 친구들을 만날때 마다 그래서 행복합니다.

같이 늙어가고, 어느새인가 나는 그 아이들의 아이들의 삼촌이 되어가는 참 편한 이 땅의 항렬제도도

뭐 그리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 그녀가 혜화동 저편 에서 걸어 오는 걸 봅니다.

내 고운 친구입니다. 이제 얼굴에는 약간의 주름이 잡혀가는 걸 보니

서로의 나이를 인정하는듯, 푸근하게 웃습니다.

 

 

이수동 <그녀가 온다> 캔버스에 아크릴, 2006, 33.3X24.2cm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그리운 사람이 있습니다.

내게 있어 그것은 참 좁디좁게 한정된 친구들과 가족과, 외국에서 그렇게도 오랜 시간들을

보내는 동안 내게 <사랑한다>고 고백해 준 좋은 친구들이 있었고, 가을이 되니

또 이 친구들의 얼굴이 꿈에 하나씩 그리움으로 포장되어 나타납니다.

 

 

이수동 <대화> 캔버스에 아크릴

 

오랜 친구와의 대화만큼 행복한 시간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진솔함은 세월의 겹을 넘어, 그 아련한 속살의 흔적을 보드랍게 꺼내놓습니다.

제가 이수동 화백의 그림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야기꾼이라는 말.....쉽게 들을수있는 칭찬이

아니더군요. 그의 그림 속엔 항상 그리움의 연서와 연애, 그립다는 말, 뭐 이런것들이

소소하게 그려집니다.  바다국화 꽃이 그리워 바다로 왔다가 그렇게 바다에 몸을 던지고 싶다가도

그 꽃 피우는 모습에 다시 한번 생의 자리를 보듬어가려고 돌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수동 <인연> 캔버스에 아크릴,33.3X24.2cm, 2006

 

이수동 화백의 그림에는 항상 그리움이 잔잔하게 녹아 있습니다.

자연친화적이면서도, 식물적인 상상력이 녹아 있다는 것은 그가 그림속에

꽃과 나무를 통해, 결국 우리의 삶도 그 식물들의 섭생과, 자라남과 피어짐이 같음을

그리 다르지 않음을 말하려는 것이겠지요. 저는 솔직히 이 그림을 볼때마다 예전 영화 <러브레터>를 보는 것 같습니다.

눈 위에서의 대사들....<오갱끼데스까.....와타시와 갱기데스>

 

 

이수동 <하늘보다>72.7X5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06

 

사랑에 빠질땐......꽃에게 길을 물어 갑니다.

그 환한 십일간의 피어남과 짐, 그 사이의 긴장, 그 속에서 나를 사로잡는

잔잔한 그리움의 깊이가 얼마나 내 안에서 나무로서 자라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싶기 때문이죠.

 

 

이수동 <꿈에> 72.7X53.0cm, 캔버스에 아크릴, 2006

 

가을이 깊어가서 그럴까요

어제 내린 가을비로 인해 하늘은 약간 혼탁한 조갯살 차우더의 회백색을

띠지만, 그 속에서도 오히려 뭔가 한 색조 가라앉은듯한 차분한 마음이 오늘 이 시간 저를 사로잡네요.

 

 

이수동<사랑-포도나무를 베어라> 캔버스에 아크릴, 2006

 

 친밀감이란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상실할 것 같은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과 솔직해지고, 그를 위하고 싶어지고, 좋아하는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정의를 아주 좋아합니다.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능력

무엇보다도 솔직하게 내 자신의 껍질을 베어버리고 나목으로 용기있게 설수 있는 것.

 

 

이수동 <지독한 사랑> 캔버스에 아크릴

 

때로는 아리고 상처받고 힘들어도

그 속에서 저 깊은 거품 속으로 한올한올 거대한 뿌리를 키우며 커가는

세월 속, 그 사랑의 깊이를 이번 가을에는 다시 한번 발견하고 싶습니다.

 

때로는 낮은 한숨으로.....지나간 사랑의 추억을 곰삭이지만

다시한번 그 진부했던 일상은, 내가 살아내야 할 깊디 깊은 뿌리임을 배우는 시간......

가을은 이래서 좋은가 봅니다.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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