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미술 속 '하얀거탑'을 찾아서

패션 큐레이터 2007. 9. 7. 00:43

 

 

<그로스 클리닉(Gros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1875, 캔버스에 유채, 96*78inch,

필라델피아 토마스 제퍼슨 의과대학

 

올해 초 우리들의 마음을 휘어잡았던 텔레비전 드라마가 있습니다.

바로 <하얀거탑>이란 드라마죠. 수술장면에서 어찌나 그 힘겨운 모습들이, 일촉즉발의 순간들이

잘 녹아 있던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1844년 필라델피아에서 태어난 환가 토마스 에이킨스는

미국 출신으로 쿠르베나 마네와 같은 심리적 사실주의풍의 그림을 소화해낸 작가이자

대단한 관찰가이기도 했지요. 그는 미술대학에 들어가서도 의과대학에 동시에 등록하여

해부학 수업을 들으며 인간 신체와 인체의 해부지식을 쌓았고 바로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 보시는 그림을

그리는 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당시 해부학 수업은 원형극장 형태의 교실에서 이루어졌다고 하죠.

사실적인 묘사, 다리를 절단하며 해부하는 의사들의 메스까지 참 정확하고 엄정한

묘사가 일품입니다. 이런 그림이 전시회에서 혐오그림으로 찍히게 되고 결국 의과대학에 당시 200불이라는

헐값에 팔리고 말았다고 하지요.

 

 

<어그뉴 클리릭(Agnes Clinic)>

토마스 에이킨스, 1889, 캔버스에 유채, 84*118inch,

펜실베니아 대학, 필라델피아

 

두번째 그림 <어그뉴 클리닉>은 에이킨스가 그린 의료시술 풍경의 두번째 그림입니다.

여기서 차이가 있다면 드디어 의사들의 가운이 흰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그리고 예전 그로스 클리닉과 달리 위생적인 수술도구함이 사용되었고, 자세히 보시면 환부를 수술하기

위해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화면 속에서 빛의 방향을 통해 알수 있어요.

그의 그림, 적어도 붓터치는 매우 남성적이면서도 과학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정확한 묘사는

그가 파리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벨라스케즈의 화풍을 받아들인 영향이 크다고 하지요.

 

Image:The Doctor Luke Fildes.jpg

 

<의사 The Doctor>

사무엘 루크 필드, 캔버스에 유채, 1891년 ,영국 테이트 갤러리

 

화가 사무엘 루크 필드가 그린 그림 <닥터스>를 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빠져듭니다.

당시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적 이면을 보면, 참 어두운 일면들이 많았죠. 식민지배에 의한 자본의 유입

산업자본주의의 발달, 그 과정에서 잉태된 노동소외와 버려진 사람들

가진자만을 위한 병원시설, 몸을 팔기 위해 기다리는 여자들의 행렬, 화가 루크 필드는

미술대학에 재학하던 당시 사회주의 리얼리즘 운동에 영향을 받은 작가답게, 그의 그림 속엔 당대의 어두운

풍경들이 아련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의사의 따스한 손길, 관심어린 시선 또한 그려내고 있지요.

 

 

<피티 병원의 바케즈 선생님의 왕진>

에두아르 뷔야르, 1921년, 캔버스에 유채, 파리 국립 의과대학 소장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그림입니다. 그러고 보니 인생에서 한번도 제대로 아파본 적이 없더군요.

병원에 입원을 한다거나 하는 일 말입니다. 하지만 아픈 친구를 오랜동안 간호하면서 참 많은 걸 느껴보았더랬지요.

그때마다 회진을 도는 의사선생님들과 간호사들이 그렇게 고마울수가 없더군요. 특히 설명을 잘해줄때

환자들은, 그 가족들은 가장 고맙습니다. 1800년대를 기점으로 의학지식은 본격적으로

의사집단을 통해 독점화 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환자와 의사의 관계가 규정되기 시작한 것이죠

여전히 먼 거리에 놓여진 타자와 그를 규정하는 의사의 모습이 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비파의 화가 뷔야르의 그림 속 당대 최고의 의사였다는

 닥터 바케즈의 초상화는 일반 초상화의 형식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자연스런 일상을 담아냄으로써

많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평화롭고 친밀한 환자와 의사간의 관계맺기가

이 그림의 주요한 요소입니다. 부드러운 흰색의 의사가운과 진료표를 든 그 모습이 당시의 병원에서 흔히

볼수 있었던 모습과는 정 반대의 풍경이었다고 하죠. 환자를 바라보는 의사들의 시선이

아주 따뜻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국경없는 의사들에 들어가, 참 오랜동안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땀을 흘려온

내 친구에게 오늘 이 그림과 음악을 바칩니다.....오늘 따라 이 친구가 많이 보고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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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들으시는 곡은 드라마 <하얀거탑>의 메인 테마
OS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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