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나의 하루-국제현대사진전을 가다

패션 큐레이터 2007. 9. 9. 02:24

 

토요일이면 어김없이 사간동의 갤러리로 향합니다.

오늘도 미술관 운영에 대한 컨설팅과 강의를 했습니다. 전략 마케팅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서 어떻게 다양한 환경을 분석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했고

시장환경과 경쟁환경을 읽고 그 속에서 어떻게

상업 화랑들을 포지셔닝해야 하는지를 이야기 했습니다.

 

 

강의가 끝나고 곧장 리윰 삼성미술관으로 향했습니다.

플래쉬 큐브-국제현대 사진전을 보러가기 위해서였죠. 차를 가져가지 않아서

지하철로 한강진역에 내려 모처럼 맑은 가을 하늘 아래 여유있는 횡보를 선보입니다.

가는 길...그러고 보니 참 오랜동안 정기구독을 했던 <월간미술>건물이 보이더군요.

하늘빛깔이 고와 그냥 한번 찍어보았습니다.

  

 

리윰 미술관 가는 길....가을 쪽빛 하늘 아래 구름조각들이 성글게 엮여

시간의 앙금들을 걸러내는 듯 합니다.

 

 

김상길 <외국어 어학당-모드 2007>

C-프린트, 180*245cm, PKM 갤러리

 

이번 전시는 솔직히 이해하기 만만한 성격의 전시는 아니었습니다.

사진이란 매체를 통해 <공간>이란 추상적 요소를 재해석 하고 밝혀내는 데 관심을

가진 작가들을 소개하는 전시였으니까요. 위의 김상길의 작품 또한 우후죽순처럼 세워진

대학 건물들 사이에, 미적인 작품이 건축되지만 결국 공간이란 관점에서 볼때 적절하지도 않고 어울리지 않는

부조화의 공간을 만들어 버린 현실에 대한 일종의 고발입니다.

 

 

요나스 달버그

<보이지 않는 도시들 : 위치연구>, 80디아 포지티브 슬라이드, PKM 갤러리

 

저는 개인적으로 이 사진이 마음에 들더군요.

왜 보이지 않는 도시들이란 제목을 달았을까요? 그만큼 도시의 건물들이 표현하는 익명성을

그려내기 위해서였다고 생각합니다. 하나같이 닫혀있는 공간, 판에 박은 듯한

형태의 건물들이 대도시가 아닌 중소도시의 대부분의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지요.

 

 

칸디다 회퍼

상트 페테르부르크 로모소노프 박물관, 1992년, C-프린트, 에디션 5/6

36*53cm, 렌츠 컬렉션, 로테르담

 

회퍼의 사진을 보다가 문득

로테르담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해양문화, 그 속에서 끊임없이 제국과

침탈을 일삼던 유럽역사의 한 부분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들의 현재는 이러한 과거의 풍경과

맞물려 있고 기울어진 지구본의 형태는 바로 그들의 현재의 자화상, 혹은 위상이 아닐까 생각이 들더군요.

 

 

이윤진

<정물-No 53> 2005년, C-프린트, 디아젝, 139*210, 갤러리 현대

 

이윤진의 사진은 유동적인 우리들의 삶 속에서

내적인 공간들을 내밀하게 사진으로 찍어냅니다. 인간적인 친밀감도 있겠지만

흐트러진 우리내면의 풍경을 드러내는 하나의 장치로서 내적공간을 사용한 것은 아닐까 하고 유추해봅니다.

그리고 작품 설명을 보니 디아젝이란 용어가 있지요? 이것은 아크릴 액자 방식을 말하는데요

사진을 돋보이게 하면서 자외선도 차단하고 변색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하는 프레임, 즉 액자입니다.

최근들어 사진을 컬렉션 하는 분들이 많이 늘다보니 작가들이 이 액자 작업을 다 하시더라구요.

단 가격은 만만치 않다는 것....잊지마시구요.

 

 

제프 월

<대각선 구성> 투명 라이트 박스, 85.2*102*14cm

 

세계적인 사진작가 제프 월의 작품입니다. 굉장히 사진을 통해

구성된 공간의 이미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파리, 몽파르나스> 1993,C-프린트, 206*406cm, 본잭 서울

 

사진사나 혹은 이론책에 보면 반드시 등장하는 사진작가 중의 한명이죠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그는 이 사진을 통해서 격자화된 공간, 조밀조밀한 곳에서

답답하게 삶을 구성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느낌이 어떠세요?

 

 

얀 카일라

<무엇을, 언제, 어디서> 2007, 사진 설치, 사진 84장, 책 344권

 

개인적으로 저는 이 설치작업이 아주 마음에 들더군요. 무엇을 언제 어디서란

표제를 가진 폴란드어 제목의 책들이 연차별로 다양한 패턴의 책들 사이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사진은 바로 그 책에 나오는 이미지들을 정렬해 놓은 것이죠.

저널리즘 사진들을 모아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사실관계를 짚어보자는 뜻으로 보입니다.

 

 

지하에는 꼬마 큐레이터란 칸을 따로 만들어서

아이들이 인화된 사진을 가지고 각 테마에 따라 위치시켜볼 수 있도록 해 놓았습니다.

  

 

오랜만에 리윰에 갔습니다. 해맑은 날씨 때문에

더욱 청명함이 더했지요.

 

 

리윰은 아시다시피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유리창을 통해 투영된 구름조각의 형태가 사각의 틀 속에서 새로운 조형을 보이는듯 하지요.

  

 

옥외에 준비된 조형물이죠....리윰의 대표 조형물입니다.

 

 

건물 뒤편으로 산책을 하셔도 좋을것 같구요.

저는 솔직히 이날 약속만 아니었다면 뒤편으로 난 길을 걸어서 하이야트에 가서

따뜻한 커피한잔 테라스에서 하고 싶더군요. 이렇게 토요일 하루가 갑니다.....

아이들과 함께 사진을 통해, 공간을 구성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방법을 익혀보세요.

그리고 사진이란 매체가 그림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를 고민해 보신다면 더욱 멋질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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