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거장 장욱진 화백의 고택을 가다-화가의 아틀리에

패션 큐레이터 2007. 9. 4. 09:52

 

오늘 아주 먼길을 다녀왔습니다.

우리 시대의 거장, 모더니스트 민화장, 장욱진 화백의 고택이 있는 마북리에 갔다왔습니다. 

장욱진 화백의 아내이신 이순경 여사님의 미수연(올해 88세)을 맞아

화백의 사진을 오랜세월 찍어오신 사진작가 강운구 선생님의 사진 전시회도 열렸습니다.

 

 

먼길을 달려 도착한 마북리는 이제 화가가 그 예전

마지막 생의 마지막 풍경 속에서 예술의 방점을 찍던 그때와는 많이 변했습니다.

재개발에 들어가있는 상태지만, 여전히 장욱진 화백이 사셨던

고택은 고색창연함을 그래도 껴안고 세월의 흐름들을 버텨낸 듯한 흔적들이

사립문 나무결에 올올히 박혀있는듯 합니다.

  

 

모더니스트 민화장 장욱진......이분의 작품에 흠뻑 빠졌던 적이 있습니다.

물론 이 중독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지요.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제 막 시작된 가을의 시간들이

청초롬한 물빛 위에 유영하는 듯 공간의 여백을 메웁니다.

 

 

 오랜동안 숙성되는 항아리 속 장맛처럼

전통과 현대를 오가며, 온몸으로 사람들을 사랑하고 껴안아 오신

장욱진 화백의 면모들이 오랜세월 같은 공간을 지켜온 고풍스런 사물 속에서 느껴집니다.

 

 

왠지 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림 그리기에 열중하고 계신

장욱진 선생님이 계실것만 같습니다.......

 

 

고즈넉한 고택의 풍경 속에서 예전 장욱진 선생님을 좋아하며

한줄 한줄 읽었던 책 속의 글월들을 떠올립니다.

 

 

올해로 미수를 맞으신 이순경 여사님의 모습을

찍었습니다. 뒷모습을 찍은 이유는 초상권의 문제라기 보다는

그냥 걸어오신 그 뒷모습속에 가득 담겨있는 따스한 애정과

세월의 흔적들을 보여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장욱진 화백의 고택 옆에는 어린시절 우물가에 있던 펌프가

녹청빛 세월의 흐름을 간직한채 놓여있습니다. 그 예전, 이 펌프에서 퍼올린 청신하다 못해

시린 찬물로 등목도 하고, 마시기도 했던 그때가 떠오릅니다.

이 펌프에서 물을 길어올리기 위해서는 첫물을 한 바가지 넣어줘야 합니다.

이것을 흔히 마중물이라 하지요. 마중이란 말 그대로 누군가를 맞으러 나가는 것인데

첫 샘물을 맞으러 나가는 물이라는 뜻일 겁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마중하고 기다린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이고 떨리고 행복한 시간일 수 밖에 없습니다.

왠지 이제는 기능이 멈추어버린듯한 저 펌프에 그리움의 마중물을 한웅큼 집어 넣어

움직이면, 돌아가신 화백의 천연한 모습이 우리 앞에 절절히 나타날 것만 같습니다.

  

 

세월은 가고 이제 화가는 우리 곁에 없지만.......

 

 

저는 잊지 못합니다. 우리 시대 최고의 민화장......

장욱진, 이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이 땅의 미술을, 그 근거를, 그 희망을 다시 한번

퍼올릴 수 있는 마중물이 된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작가주의 사진의 효시라 불리는 강운구 선생님이 포착한

화가의 면모들과 그 모습 속에서 살아계실때의 그 선연함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또 다른 거장과의 대화가 이어졌습니다.

오수환 화백님과 지하철을 타고 돌아오는 길, 요즘 제가 집필중인 미술시장에 관한 이야기며

한국의 화가들에 대한 선생님의 귀한 말씀들 마음에 세기고 돌아왔습니다.

 

거장은 그저 그 자리에 있음으로서도 존재증명이 가능하다는 것을

가는길과 오는길......왠지 오늘 이 하루가 남새스럽고 천한 제 자신을 깨우치기 위해

하늘이 선사한 선물처럼 느껴져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느낍니다. 아직도 너무나도 멀었다 느껴지는 제 자신에 대해서요.

하지만 열심히 뛰어보고 싶다는 열망 또한 마음 한구석에 담아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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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률이 부르는 '감사'입니다.
요즘들어 부쩍 이런 감사의 마음만 가득하게 베어들어옵니다.
배워야 할 것이 너무나도 많은 제게 세상에 베풀어주고 있는 이 좋은 기회들.....만남들
열심히 글로, 책으로 만들어 보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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