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특이한 한편의 그림을 만났다-유혹과 혼란

패션 큐레이터 2007. 8. 29. 01:12

 

 

저번 주 헤이리에 다녀왔습니다.

현재 열리고 있는 중국 현대미술전-유혹과 혼란 오프닝 행사에 갔었지요.

최근 중국미술에 대한 관심이 너무나도 커져서 만나는 분 마다 어떤 작가의 작품을 사면

돈이 되느냐는 식의 질문을 서슴지 않고 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최근 중국미술이 현대 미술시장에 새롭게 편입되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1970년대의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주된 테마로 작용했던 삶을 위한 예술이란 표제가 점점 더 식어가는 시점에 와 있다는 점일 겁니다.

 

정치적인 삶 보다는 삶 자체의 심미성이랄까 이런걸 추구하는 경향이 더욱 강조되고 있습니다.

 서구의 시선에서 볼때 이러한 시선은 더욱 세계화의 경향과도 맞물려 들어갑니다.

 

 

 

이번 전시에는 참신한 중국 현대 미술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빙이,천지아강, 푸홍,징커원,마추,친총,왕아이잉,장칭 등이 그것이죠. 하지만 저를 가장 사로잡은건

바로 위에서 보시는 특이한 수묵화를 그린 왕아이잉의 작품들입니다.

 

 

처음에 이 그림을 봤을때 마치 열 적외선 카메라로 온열이 있는 대상을 찍어낸듯한

그런 느낌에 사로잡혔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세요.

실제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장면들과 많은 유사점이 있지 않습니까?

작가 왕 아이잉은 북경 중앙미술학교에서 수묵을 전공한 재원입니다.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왜 그녀는 중국의 전통적인 수묵의 방식을 이런 식으로 바꾸어 보고 싶었을까?

마치 열카메라로 찍어낸 듯한 다양한 곤충과 꽃, 동물들의 이미지가 하나같이 캔버스에

화려한 색감을 토해내며 올갱이처럼 붙어버리지요.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사물에 대한 관찰력이 아주 뛰어났다고 해요.

물론 제가 인터뷰를 하면서 일일이 물어본 것이긴 합니다. 어린시절 �시 지역에서 자라면서

부근의 다양한 자연풍광과 사물들을 자연스레 눈에 익히되

손으로 일일이 그려보고 스케치하는 훈련을 했다고 해요.

이 작업의 테마는 본시 에콜로지 연작입니다. 즉 환경에 대한 내용을 주로 담고 있지요.

 

 

그림을 보면서 문득 작가가 굳이 이런 컨셉으로 중국적 전통의

초충화를 뒤집은 것은 무슨 까닭일까? 이렇게 사물들을 표현함으로써 과연 그녀는 에콜로지라는

환경이라는 테마에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가가 궁금했습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소리를 내듯,

살아 숨쉬는 대지의 생물들은 그 자체로 체온이 있다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합니다.

물론 냉온동물도 있지만요. 그만큼 따스함을 견지한 자연의 대상물들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의 외부적인 형태가 아니라

그 속에 담아내고 있는 자연의 일부로서, 조형물의 한 부분으로서

우리들에게 끊임없이 토해내는 열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입니다.

 

 

원래 이번 전시의 부제가 <색채가 있는 음악회> 였습니다.

헤이리는 지리적으로 볼때, 인사동이나 사간동과 달리 원거리에 위치해 있고

그렇다 보니 사실상 전시 하나만을 위해 그곳에 가는 관객들이 거의 없지요. 그래서 항상 음악회나

다양한 이벤트들을 함께 하는데, 이번에는 중국 현대회화를 보면서

다양한 클래식, 그 중에서도 색채감각을 느낄수 있는 음악을 선곡해서 연주해 주었습니다.

 

 

실제로 개구리를 열 적외선 카메라로 찍으면 어떤 모습이 나올까요?

 

 

이런 현대 중국의 수묵화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그만큼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중국의 면모와 그 속에서 작가들이 느끼는 감정의 소회일 것 같습니다.

자연을 그리되 몽환적으로 우리에게 보여지는 그녀의  그림은

혼란한 중국의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지속되고 숨쉬고 있는 생명의 인내와 자기방어

무엇보다도 희망을 이야기 하는 듯 합니다.

 

 

세상이 춥다고 생각될 때면 가까이 있는
사람과 손을 잡으렴 몸 속의 체온을 조금씩 덜어내
나누어 주도록 하렴

둘이 만나 하나 되는 체온의 교류
내 영혼을 조금씩 덜어주지만
하나도 춥지 않은 오히려 따뜻한 온기를 느끼는
그래, 바로 그거야

춥다고 생각될 때면 서로 손을 잡는 거야
손으로 말을 하고 손으로 약속을 하고 사랑을 하는 거야

윤수천의 <체온을 나누며> 전편

 

 

왕아이잉과 전시장에서 한컷 찍었습니다.

사실 처음에 그림을 보았을때는 기법상의 정치함과 꼼꼼함 때문에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답니다. 이유는 너무나도 분석적인 자연을 그린게 아닐까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아니더군요. 이 작가분, 인사를 나누는데 참 따스한 미소를 가진 분이었어요

그래서 참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작업 많이 보여주길 기대해 봅니다.

중국미술을 통해 우리와 중국또한 서로의 체온을 나누는 그런 관계로

발전 할 수 있기를 바램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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