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사의 역사를 살펴보면 사진을 시작하기 전에 화가의 경력을 가진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여성의류와 관련된 예술적인 작업을 했던 사람들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아야 하지요. 의류무역과 가죽제품업을 업으로 시작했던
블루멘펠트의 이력은 특이하기 까지 합니다. 여성패션을 기점으로 자신의 사진에 대한 인생을 시작하게 된 셈이니까요.
초기 다다이즘 운동에 영향을 받은 어빈 블루멘펠트는 1930년에 사진공부를 위해 베를린을 떠나
파리로 가게 됩니다. 1937년 그의 첫번째 작품들은 'Verve'라는 아방가르드 예술잡지에 선보이게 되지요. 1938년 그는 패션잡지
'보그'로 부터 커미션을 받는 작가로 선정이 됩니다. 베를린은 그의 고향이었고 그곳에서 오랜세월을 자라났던 그에게는 다다이즘은 충격이라기 보다는
자연스런 돌파구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이 당시 그가 보여준 많은 콜라주 작품들은 바로 이러한 혼란스러운 시대의 이미지들을 담고 있지요.
기성세대에 대한 저항, 부르주와 계급과 합리적 이성은 세계대전을 통해 수많은 학살로 이끌었고 전쟁 당시 앰뷸런스 운전사로 일하면서 수많은 죽음을
지켜본 그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대해서 새롭게 눈을 뜨게 됩니다.
블루멘펠트는 우리 시대의 가장 성공적인 이미지 메이커 중의 한명이 됩니다. 적어도 현대 패션 사진사에서
차지하는 그의 위치는 너무나도 커서 설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는 처음으로 패션을 예술의 경지로 탈바꿈 시킨 장본인이었습니다.
그의 모든 이미지는 보는 이들의 기억의 잔상속에 강하게 남도록 만듦으로써 패션이란 삶의 문화적 요소들을
예술로 승화시킵니다. 그는 패션의상에서 시작하여 젖은 실크로 신체를 감싼 고전적인 누드, 거즈로 신비감을 더하는 아름다운 미인들의 자화상에
이르기까지 그의 소재는 다양합니다.
어린시절 독일에서 본 보티첼리의 크라낙의 베일에 가린 여성의 누드는 블루멘펠트를 사로잡았고 바로 이러한
유년기의 강렬하게 베어버린 이미지의 캠프는 그의 오랜세월 사진적 소재로서 자리잡게 됩니다. 즉 베일에 가린 여성의 이미지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가
되지요.
그를 폴라리제이션과 솔라리제이션 그리고 예술적 콜라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혁신적인 기법들을 동원하여
자신의 작품속에 용해시켰고 이 모든것들을 일종의 하이브리드 기법으로 혼합하여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는 망사필터를 이용하여 누드를
찍었습니다. 그는 종종 자신의 사진들을 현상중에 빛에 의도적으로 노출시킴으로써 톤의 반전과 어두운 윤곽선들을 만들어내 표현하기도 합니다.
세계 2차 대전 당시 프랑스의 강제 수용소에서 2년을 보낸 후 그는 1950년에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판/프랑스판 보그지를 위한 패션사진 작업을 계속합니다. 오늘늘 출판사와 대학교재, 미술관의 회고전에 이르기까지 그의 예술적 작업에 대한
평가와 숭배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강제 수용소에서 보낸 시간을 바탕으로 그는 몇점의 사진 콜라주 작품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오늘 올린
사진은 그의 사진집 The Naked and Veiled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오랜만에 패션 사진의 거장의 작품을 올리게 되네요. 블루멘펠트의
사진에 대해서는 여러차례에 걸쳐서 다시 한번 천천히 반추하는 시간을 보낼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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