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pheus/1865; Oil on canvas, 154 x 99.5 cm; Musée d'Orsay, Paris
때로는 머리 위에 걸린 산들을 넘고, 샘의 폭포 곁을 지나, 혹은 헤브로스 강이 굽이를 돌아 힘차게 흘러가는 곳을, 다만 홀로 그는 슬퍼하고 아내의 망령을 부른다.
영원히, 영원히, 영원히 사라진 아내를 구해! 또 때로는 복수의 여신들에게 둘러싸여 절망과 곤혹에 재난을 입으면서, 로도페 산의 눈 속에서 몸을 떨며, 몸을 태운다.
보라, 사막을 건너는 바람같이 거칠게 날아가는 그의 모습을. 들으라! 박카이의 외치는 소리에 울리는 하이모스 산을. 아, 보라. 그는 죽어간다.
그러나 죽음 속에서도 그는 에우뤼디케를 노래불렀고 떨리는 혀로 여전히 에우뤼디케의 이름을 불렀다. 에우뤼디케와 숲도 에우뤼디케와 강물도 에우뤼디케와 바위도, 그리고 텅빈 산들도 그 이름을 되풀이하여 불렀다.
포우프, 성(聖) 세실리아의 날에 음악에 부치는 송가-
이 작품은 모로가 1866년 살롱에서 선보인 것으로 그리스 신화의 오르페우스를 시적이고 다소 병적인 환상으로 표현해냈습니다. 젊은 트라키아 여인이 이미 잘려진 오르페우스의 머리를 두 팔에 안고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신화에 따르면, 오르페우스는 사랑하는 아내 에우리디케를 잃은 후, 모든 여성을 멀리하게 됩니다. 트라키아의 마이나스(디오니소소를 따라 미친 듯이 춤추고 노래하는 의식을 행한 여인들)들은 자신들을 무시하는 오르페우스에게 원한을 품어 그를 갈가리 찢어 죽였죠. 그 때 오르페우스의 머리만이 찢김을 면했는데, 페브로스 강에 떨어져 바다로 흘러갔다고 전해집니다.
모로는 이작품에서 에우리디케와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두지 않고, 트라키아의 여인들로부터 드라마틱한 죽음을 맞는 오르페우스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Pietà/1854/oil on canvas/Museum of Fine Arts, Gifu
모로가 살롱에 데뷔한 작품입니다.
Hesiod and the Muse/1857/Pen, ink, and chalk on paper/private collection
모로 하면 사반느, 르동과 더불어 진정으로 상징주의 미학을 대표하는 화가라 하겠습니다. 그는 신화나, 원형, 내면의 세계를 강렬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로 표현해 냈던 화가로 그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역시 상징주의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겠습니다. 단, 예전 르동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상징주의에 대한 일단의 설명을 드린 바 있으므로 간략한 소개로 가름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상징주의의 동반자, 르동과 말라르메'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Jason/1863-65/oil on canvas/Musée d'Orsay, Paris
상징주의는 19세기 후반에 문학, 미술에서 일어난 중요한 예술 사조입니다. 실증주의와 과학 만능주의, 예술의 퇴락에 염증을 느낀 이들은 인간의 존재와 그 운명을 상징화하고자 했죠. 인간의 깊은 고뇌와 정신성에 대한 욕구, 내적인 사고와 꿈의 세계를 표현하려고 한 것입니다. 상징주의는 19세기 말에 벨기에, 네덜란드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으로 확대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르 누보 양식과 접목되면서 20세기 현대미술을 태동시켰습니다.
Oedipus and the Sphinx/1864/oil on canvas/Metropolitan Museum of Art, NY.
Salomé Dancing before Herod/1874-76/oil on canvas/The Armad Hammer Collection, Los Angeles
The Apparition/1874-76/watercolor on paper/Musée du Louvre, Paris
모로는 동시대의 상징주의 작가들처럼 남성을 파멸시키는 매력적인 여인인 Femme Fatale의 이미지를 즐겨 그렸습니다. 특히 1870년부터는 살로메를 주제로 많은 스케치와 습작, 유화를 남겼는데요, 이 작품도 살로메를 주제로 한 작품으로 같은 제목의 데생 작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오달리스크의 관능을 연상시키는 교태 어린 춤을 추고 있는 살로메 앞에 세례 요한의 머리가 환영처럼 떠 있습니다. 보석관을 쓰고 황금빛 옷자락을 휘감은 살로메는 세례 요한의 머리를 주시하며, 한 손으로 그를 가리키고 있죠. 배경에는 헤롯 왕의 화려한 동방의 궁전이 암시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모로는 뭉뚱그려진 색채에 가늘고 유려한 선으로 건축적 장식들과 인물들을 그려 넣었는데, 살로메의 화려한 치장, 요한의 빛나는 후광 등에서 볼 수 있는 반짝이는 색채, 화려한 색채의 울림은 스승 샤세리오로부터 물려받은 것입니다. 잔인한 주제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모로의 신비롭고 독특한 해석에 힘입어 환상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킵니다. 앞서 소개한 바가 있는 비어즐리의 살로메를 떠올려보시기 바랍니다. 많은 부분에서 아르누보의 씨앗들을 찾아내실 수 있을 겁니다.
Diomedes Devoured by his Horses/1865/oil on canvas/Musée des beaux-arts, Rouen.
1926년, 파리에서 건축가의 아들로 태어난 귀스타프 모로는 스무살이 되던,1846년 F.피코에게 사사하고 2년 후 T.샤세리오의 작품에 심취하여 그와 친교를 맺습니다. 앵그르의 신고전풍의 단정한 데생과 들라크루아의 화려한 색채표현, 그리고 이들 양자를 융합한 샤세리오의 작풍에서 많은 영향을 받습니다.
Hesiod and the Muses/oil on canvas/Musée Gustave Moreau, Paris
귀스타브 모로는 화업 초창기에는 고전주의적인 데생으로 기초를 다진 아카데믹한 화가였습니다. 그는 스승인 샤세리오를 무척이나 존경하여 낭만적인 주제들과 화려한 색채들을 받아들였다고 하는데요, 1857년부터 4년간 머물렀던 이탈리아 여행 이후 신화나 성서에서 소재를 딴 환상적이고 신비적인 작품이 등장합니다.
Prometheus/1868/oil on canvas/Musée Gustave Moreau, Paris
중요한 상징주의자이며 야수파의 스승인, 그의 기법은 매우 장식적이고 이국적입니다. 작풍은 자연을 객관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자기의 내적 감정을 표현하는 데 충실했습니다. 면밀한 구성, 정세한 묘사, 약동하는 듯한 색채와 대담한 표현으로 상징적이고도 탐미적인 자기만의 표현세계를 구축했습니다.
Saint Sebastian and the Holy Women/1868-69/oil on panel/Saint Louis Art Museum, MO.
일반적으로 모로의 작품은 서구보다는 동양에 훨씬 더 어필한다고 합니다. 모로는 환상 회화가 문제될 때마다 반드시 논하게 되는 화가 중의 한 사람이기도 한데요, 루오, 마티스 등의 현대화가들을 육성한 사람임에도 그에 대한 평가는 살아생전 박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Hercules and the Lernaean Hydra/1869-76/oil on canvas/The Art Institute of Chicago.
오직 자기 내부에서만 일어나는 실상을 추구하였던 이 화가의 작품은 100년 동안에 걸쳐 폄하와 찬사를 번갈아 겪어 왔습니다. 심지어는 '당신은 일러스트레이터냐' 라는 야유를 받기도 했다니 평단의 평가는 어지간히 인색했던 셈입니다.
Saint George and the Dragon/1870-89/oil on canvas/The National Gallery, London
그러나 그러한 비난보다도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역시 '무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에리 포르는 저 방대한 미술사 속에서 단 두 번, 모로의 이름을 언급하는데 그칩니다. 허버트 리이드도 마찬가지로, 창조 운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예술의 의미' 서문에서 냉혹하게 이 화가를 제외해 버립니다.
Sappho/1871-72/watercolor on paper/Victoria and Albert Museum, London.
앙드레 말로도, 쟝 그뤼니에도 이 화가에 대해서는 매우 부정적입니다. 따라서 모로는 자신의 예술인생에 벅찬 적들을 가지고 있는 셈입니다.
Orestes and the Erinyes/1875-1893/oil on canvas/private collection
지금도 옛날과 다름없이 모로를 그렇게까지 괴롭힌 '문학적'이라는 비평 용어를 별도로 한다면 급소를 찌르는 한마디는 에리 포르의 다음과 같은 말 속에 있을겁니다.
'쿠르베의 그림 중에서 가장 물질적인 작품의 불과 1센티 밖에 안되는 곳에도 영국의 프레 라파엘 파, 구스타프 모로, 뷔클린 등의 작품 전부를 모은 것 이상의 '영혼'이 있을 것이다.'
David/1878/oil on canvas/The Armand Hammer Collection, Los Angeles.
모로 따위에게 영혼이 있다고는 말하고 싶지 않다는 뜻일겁니다. 그와 동시에, 그것이 어디까지 '회화'로 될 수 있느냐가 문제이다, 라는것이죠. 그럼에도 모로의 기이한 상상력과 새로운 해석은 이후 초현실주의자들을 비롯한 많은 후대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 되었습니다.
Galatea/1878-80/oil on panel/Musée d'Orsay, Paris
The Unicorns/1887-88/oil on canvas/musée Gustave Moreau, Paris
Jupiter and Semele/1889-95/oil on canvas/Musée Gustave Moreau, Paris.
정밀한 세부 묘사와 화려한 색채가 돋보이는 이 작품은 구상부터 완성까지 7년의 시간이 걸린 작품이라고 합니다. 신화에 따르면 세멜레를 사랑하게 된 주피터는 그녀의 연인이 되고자 그녀 앞에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사랑을 하게 되고, 세멜레는 디오니소스를 갖게 되죠. 뒤늦게 이를 안 헤라는 세멜레에게 주피터가 자신의 신분을 속였다고 이야기합니다. 이에 세멜레는 주피터에게 본인임을 증명해 달라고 애원하게 되는 것이죠. 결국 주피터가 세멜레 앞에 자신의 참 모습인 천둥과 번개로 나타나고 비극적이게도 세멜레는 그만 번개에 타서 죽고 맙니다.
이 작품에서 주피터는 번개를 나타내는 후광을 두르고 있습니다. 세멜레의 하얀 여체는 부유하는 듯, 나른하게 사지를 늘이고 있죠. 이러한 여인의 몽환적인 모습은 당시 유행하였던 관능적이고 데카당한 요부의 이미지에 속합니다. 세멜레와 주피터의 신화는 오페라 무대처럼 높이 치솟은 화려한 건축물 속에서 재현되고 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하였던 모로에게 이러한 오페라의 무대 같은 화면 연출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일 겁니다. 모로는 이 작품에서 그가 존경했던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비롯하여, 비잔틴의 모자이크, 중세의 에나멜 장식에서 화려한 색채들을 가져왔는데요 다양한 색조들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키고 있습니다.
Dead Poet Borne by a Centaur/1890/watercolor on paper/Musée Gustave Moreau, Paris
1892년부터 모로는 파리의 미술학교 교수로서 후진을 양성하였는데, 자유롭고 진보적인 교육방법으로 마티스, 루오, 마르케 등 뛰어난 화가를 배출합니다.
모로는 세간의 박한 평가에도 불구하고 상징주의 또는 초현실주의의 선구적 작가임에 분명합니다. 뿐만 아니라 20세기 회화의 길을 연 위대한 지도자로 불리는 데 충분한 자격을 가지고 있습니다.
Inspiration/1893/Watercolor, gouache, pen, and graphite on paper fixed to cardboard/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누구나 한번쯤은 이졸데와 트리스탄을 꿈꾸지만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하네 트리스탄과 이졸데 그 사랑은 죽음으로 이룬 사랑, 제도를 넘어선 갈등으로 이룬 사랑이기 때문이지. 프로메테우스를 꿈꾸는자도 있네 그러나 이루지 못하네 매일 자신의 심장을 쪼아먹히는 '죽음으로의 비상'을 못하기 때문이지
김영주, "비상, 그리고 모순"중에서.. -
자료출처:misoolsa.com, cgfa,/onetart, 음악:Eyes Of The Wind Theme/ Michael Hoppe 편집: Theatron
출처-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문화 예술 게시판 지니램프탈출기님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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