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누군가에게 투명하고 싶을때

패션 큐레이터 2006. 11. 20. 20:28

 

어린시절......

내겐 형형색색의 구슬이 있었다

물론 유리구슬, 그냥 맨 구슬 사이에 오렌지빛 두 줄이 있는것도

있었고, 레드, 바이올렛, 마린등 다양하게 자체가 색으로 물들여진

구슬도 있었다. 친구들과 특히 한판 붙게되어 많은 양의 구슬이

호주머니 속에 있게 되면, 그날은 참 부자라고 느꼈다.

 

 

청마루 희미한 볕살에 기대앉아 어머니

구슬꿰신다. 쭉 곧은 바늘 금속성 등뼈를 세우고 빠져들면 헤어나오기

힘든 세월의 바닥을 더듬으신다. 들여다보면 어머니 두툼한 돋보기에 갇힌 길도

끝 모를 수렁이다. 캄캄한 속 주루룩 한자리에 풀어 헤친 채 꿰고,

또 꿰어, 마지막 한 줄 쓸쓸한 띠로 마감하는 어머니 알지 못할 생애.

부대끼며 깨진 구슬에 대해선 이제 더 이상 아파하지 않으신다. 어디론가 떨어져

떼구르르 잊혀져간 그림자에 대해서도 미련을 갖지 않으신다. 이따금 손 놓고

가만히 앉아 차랑 차랑

 

구슬의 맑은 소리에 귀 씻으신다. 자 봐라 모난 것 깨진 것

얼룩진 것 골라내고 쓰잘데 없이 박박 끓이던 속도 말끔히 후벼내야

부신 이름이 되는 거다. 탯줄같은 어머니 무명실에 묶여
나는 자꾸 알 수 없는 동굴 속으로 빠져 든다
어머니 반짝반짝 나를 꿰신다

 

 

세월이 흘러가면서

구슬은 단순히 부딧히며, 게임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또한 구슬이 되어 사람들의 색상환속에 비추이고 서로 비추는

그런 존재임을 배워간다. 구슬들은 단순히 땅을 굴러다니다간

금새 표면은 마모되고, 끝단은 타들어가거나 형상이 으깨어지너가

뭐 이런 끝을 맞이하게 된다.

 

이때, 우리 모두를 하나로 합하는 끈이 있을때

하나가 되기로 각오하는 것이 필요하다. 꿰메일때, 구슬은 서로에게

의미가 될수 있음을 배운것도 세월이 꽤 흘러서였다.

 

물론 그 끈에 나를 매달기 위해서는 가슴에 구멍을 뚫어야 했다.

젊었을때는 그 구멍을 왜 내야 하는지 몰랐다.

왠지 오명인거 같고, 자존심이 상하고, 내 매끈한 표면이 가슴과

폐부를 통해 쭉 나있는 그 뚫려진 금이, 보기 싫었다. 남새하고 비루한 그 선들의 무늬

 

 

하지만 구멍을 뚫고나니, 다른 구슬들이

내게로 왔다.......오늘에서야 알겠다. 왜 가슴에 구멍이 나지 않고서는

사랑을 만나지 못하는지,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지,

왜 쉽사리 세상은 얻어지지 않는지 말이다.

 

지금이나마.....표면에 구멍을 뚫을수 있게 되어

참 기쁘고 좋다. 환희란 서로가 서로를 비추며, 그 빛에 서로가

반사되며, 더욱 영롱해 지는 것이라는걸, 그렇게 이 나이가 되어서야 배워가고 있다.

인디라의 구슬이 연결되어 있다는 말을 이제서야 알것 같다.

 

오늘 우연히 구슬들의 사진을 보니

제 자신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고 싶더군요.

구슬은 꿰어야 보배라는 말.....진부한 말이면서도 이 사진 보면

남새한 글 쓰면서 또 배우게됩니다. 진짜 의미를 말이죠.

이 곳에서 여러분을 만나고, 좋은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제 자신의 자랑이나

내 자신만을 위한 글쓰기여서는 결코 가슴에 구멍이 나지 않는다는 걸

또 그렇게 한스럽게 배워갑니다.

 

오늘은 퇴근이 늦네요

행복한 한주의 시작 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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