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해를 등지고 놀다

영혼을 위한 항거-물에 도시를 꿈꾸다

패션 큐레이터 2006. 8. 9. 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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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꽤나 부산한 일상의 풍경들을 기워갑니다.

삶이란 틀은 항상 기대감이란 씨실과 발견이란 날실의 교직으로 이루어진

무늬들의 잔치인지도 모릅니다. 이번주 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진행됩니다.

 

예전부터 다시 한번 가야 겠다고 마음먹은

파리와 피렌체 그리고 물의 도시 베니스를 둘러보려고 합니다.

이제까지 참 많은 외국에 나가보지만 항상 출장과 비즈니스라는 한계에 부딛쳐

제대로 된 추체험의 글들을 제대로 만들어 가지 못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사실 이번 여행도 어찌보면 지금 쓰고 있는 책을 위한 마지막 자료 준비의 성격도

가지고 있습니다. 파리 내의 다양한 미술관들을 다시 한번 들러서

파리 미술관 기행의 마지막 편을 정리하고

 

나가서는 피렌체와 베네치아를 아우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에 대한 새로운 발견과 깨달음을 얻고자 합니다.

나에 대한 발견이란 사실 새로운 어떤 것을 배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싶고, 결국 예전에 배웠던 것을 다시 한번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까

깨닫고 오는 여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면위에 올지게 세워진 거대한 물의 정거장에는

특유의 사연과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거라고 믿어봅니다.

사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많은 인문학책도 다시 읽고 정리할수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들, 항상 바쁜 회사생활과

밀린 일들, 골지게 엮어진 사람들과의 만남들

이 모든것들 또 다시 한번 물의 도시로 자유로운 귀양을 떠나는 이 낮은자의

발걸음을 묶어버리고 있습니다.

 

부르크 하르트의 르네상스 미술사와

피렌체 르네상스, 베네치아 르네상스 각론에 해당하는 책들

월터 페이터의 '르네상스' 등 예전 제 서가게 꽂혀있는 책들을 무겁지만

다시 가져가서 한줄 한줄 밑줄 그어가며 우피찌와 아카데이마에서 보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월이 갈수록 뭔가를 잊어간다는 경험과 대면을 하고

이것을 다시 복원하고 되살리고, 그렇게 내 안에서 촘촘하게 녹아 들어간

흔적의 갈무리를 새로운 붓질로 채색해 내는 일은

여행이 주는 또 다른 기쁨의 방식일 겁니다.

 

솔직히 우피찌와 베네치아 회화의 콜렉션을 자랑하는 아카데미아에서

드러누워버리고 싶기도 합니다. 이곳을 다녀간지 상당히 긴 세월이 흘렀으니

제 인식의 망막속에서 기억이 되살아 나거나 혹은 마음의 필터로

걸러내는 그림의 풍경들이 또 다른 어떤 의미들을 풍성하게 만들며다

제게 다가올지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마냥 여행에 학습거리만을 가득 담아내는 것은 아닐겁니다.

달콤한 쵸코렛 케익처럼 살포시 내 입속에 녹아드는 돌체의 맛을 경험하는 것도

세월이 주는 여백의 미가 아닐까 싶네요

사진도 많이 찍고 자료도 풍성하게 남겨보고 싶고

 

무엇보다도 오랜만에 가지는 망중한을

소중하게 보내고 오고 싶습니다.

여유가 된다면 캔버스 들고가서 스케치라도 몇점 하고 싶습니다.

 

 

삶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혹은 여행이 우리에게 남기는 것들을

지적하라면 그곳에도 사람이 있었네 라고.....항상 말해왔던 것 같습니다.

팽팽하게 당겨진 빨랫줄보다 다소 느슨하게

생의 여력들을, 잔여의 빛들을 대지에 뿌려주는 일몰의 여유를

한없이 배우고 올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그동안 건강하시구요

 

 

구름 속의 성당 첨탑에서
괴테의 애인이 알몸으로 종을 치고 있었네.
그 종소리의 수선화 살결이 달빛 리듬으로
나의 커피 잔으로 들어앉았네.
달빛 커피 향이 바람의 붓을 들어
광장 한복판에 오색의 꽃밭을 그려 놓으니
연인들이 그 그림 위로 산책을 하며
비둘기와 함께 솜사탕을 먹었네.
비둘기의 눈동자마다 흰나비가 쏟아져 나와
가로수의 겉옷을 갈아 입히고
옷자락마다 출렁이은 드뷔시의 바다
그 불붙은 파도소리가
막 베아트리체를 찾아가는 갈매기 등에 업혔네.

그 갈매기 등 같은 물결에 떠 있는 곤돌라 서님에
풀물든 눈빛의 한 여인이
금발의 아이스크림을 들고
어지러운 나의 우울 속으로 들어와
블라우스를 갈아입었네.

김영호의 '베네치아에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