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내 영혼의 갤러리

시골길을 걷다.....

패션 큐레이터 2006. 6. 2. 22:28

 

 

고프레도 발스

'집옆 시골길' 1620년대

구리에 유채, 직경 24.1cm

킴벨 미술관, 포트워스 미국

 

그러고 보니 저란 사람의 삶은 도시에서 시작해서 도시에서 끝날 운명인가 봅니다

어린 시절, 초등학교 여름방학이 끝나면 아이들은 하나같이

시골에 있는 외가에 갔다온 이야기들을 늘어놓을때 마다,

결코 경험할수 없었던 그 시골길이란 실체를 언젠가는 꼭 한번 걸어보고 싶었습니다.

도시도 타자인 시골에게 있어서는 또 하나의 시골길인지도 모르겠으나

여전히 도시속 공간 속에서 익명화된 사람들과 함께 점유하고 있는 이 길은

한적한 오후의 미풍을 맞으며 걸어가는 시골길의 정취에 비할바가 못되지요.

 

17세기 풍경화의 발흥과 더불어 풍경화의 거장 클로드의 스승으로 알려진

고프레도 발스의 집옆 시골길이란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우리가 삶의 속도 속에서

한켠 내동댕이 쳐버린 우리들의 황토빛 발자욱이 보입니다.

 

양옆으로 펼쳐진 대조된 시골길의 풍경, 따스한 햇살아래 놓여진 황토빛 대지와

그늘 아래 놓여진 각진 집옆 시골길,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탄탄한 대지의 힘줄 위에서

새롭게 뿌리의 향을 내리는 꽃들과, 아이들의 모습과 멀리 보이는

도시의 풍경이 우리를 우원한 거리 속에서 불러냅니다

 

 

 

폴 세잔느

'시골길' 1872

캔버스에 유채

오르세 미술관, 파리

 

세잔느의 그림 속 시골길도 정겹고 아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가난한 삶을 버겹게 버텨내며, 현대회화의 시작이란 교과서적인 인식의 꼬리표를

달기까지, 화가로서의 그의 삶은 녹록치 않았을겁니다. 죽기 5년전에야 자신의 아틀리에를

가질수 있었던 한 남자. 정원사의 초상화를 그리며 마침내 자신의 생을 마감한 남자

그의 고향 엑상 프로방스의 시골길은 화가의 생과 그 빛깔을

머금은 채 우리를 부릅니다.

 

나팔꽃이 아침을 연다
참외 원두막엔 매미소리 분주하고
아이들이 동구 밖 시냇물 속에서 첨벙거린다
아이들 머리 위로 아른거리는 잠자리 무리
하늘 아래 금빛 날개가 반짝인다
물을 박차고 나와
잠자리를 좇는 아이들,
마을 노인들 얘기꽃이 무성한
느티나무 그늘속 지나
개울 건너 고개 넘어 달려간다
청포도 밭이 나타난다
아이들은 하나둘 뿔뿔이 흩어진다
초가집으로 들어가는 아이 하나
할머니 무릎베개를 베고
고단하게 잠든다.

 

-시골길을 걸으며 전편- 시인 이길

 

 

 

 

호앙 미로

시골길,1937

캔버스에 유채

구겐하임 미술관. 뉴욕

 

미로....그의 그림은 마치 한편의 미로를 찾아가는 여정같이 느껴집니다.

초현실주의가 갖는 상실과 어두움이 그의 그림 속에서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화려한 색상과 빛깔들이 가득하게 메워진 그의 캔버스 속 시골길은 전쟁 후 돌아올 수

밖에 없었던 그의 고향입니다. 전후의 상처를 뒤로 하고 대지는 또 새롭게

그리고 그 땅의 울돌목을 뱅뱅도는 저 물길들이

여전히 희망은 우리 곁에 있음을, 초 현실주의란 사실 현실너머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현실에서 저편에있는 또 다른 밝은 빛깔의 현실을 꿈꾸는 것이라는걸

그는 우리에게  말해주는 듯 합니다.

 

우리가 대지에 발을 디딜수 있는 이 순간이 아름다울때

여전히 그 대지와 그 대지 속 인간을 향한 신의 따스한 응시의 힘을

나의 내면속에서 비추어 볼수 있을때......

우리는 이런 그림 속에서 더욱 행복해 지리라 생각합니다.

멋진 하루 되세요.

 

저는 내일 회사 야유회를 떠납니다.

오랜만에 시골길과 갯펄을 실컷 거닐어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