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난도 보테로 '개와 남자, 1989
캔버스에 유채,104.1 x 129.5 cm, 개인소장
아주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요즘 들어 부쩍 다이어트를 하겠다며
밥 투정을 부리는 횟수가 많아 엄마가 무척이나 속상해 하는 것 같다.
오늘은 그래서 다이어트와 관계된 아빠의 일기를 네게 공개하려고 해
2000년 회사를 관두던 시점, 아빠의 몸은 거의 80킬로그램을 넘어서고 있었다.
아빠는 키가 그리 큰 사람이 아니니까, 사실 그 정도의 몸무게면
굉장히 쪄보이는 얼굴이 되 버린거지, 그후 건강검진에서도 붉은줄이 4개 항목에
쳐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건강에 대한 적신호는 이미 내 몸을 엄습하고 있었지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 거의 한달동안 다이어트를 참 징글맛게 했다
하루에 한끼를 먹고, 거의 물로 채우고, 그렇게 2킬로 정도를 겨우 뺐다
당시 아는 분의 소개로 한의사인 이유명호란 분의 책을 읽게 되었다.
'살에게 말을 걸어봐'란 책이었어. 이 책에서 읽은 원칙들과 몇가지 유용한
어드바이스를 오늘 소개하고자 한다.
페르난도 보테로
'음악가들' 1991
캔버스에 유채,200 x 172 cm
우선 책 제목이 참 좋더구나. 네 살에게 말을 걸어봐....무슨 말을 건다고? 이 지긋한 몸매
뚱뚱한 허리와 점점 더 버겨워지는 내 다리.....무슨 무슨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던 시점
이 한의사가 말하는 '살에게 말을 건다'는 작업이 내게 관심을 끌게 되었다.
우리는 흔히 역마살이니 뭐니 살이란 말을 종종 듣는다. 여기에서의 살은 뚱뚱하게
축적된 몸의 지방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 생에서 우리 스스로 용서하지 못하고
쌓아놓은 상처들, 정서적인 아픔의 덩어리들이다.
이 살을 빼지 못하는한, 이 살과 화해하지 못하는 한, 우리는 결코 날씬해지기
어렵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몸에 대해 얼마나 폄하하는 말을 잘 하는가 생각해봐라
'이늠의 지긋지긋한 뱃살' 부터 '허벅지가 �캐도 못난거야' '이넘의 팔뚝 잘라버리든지 해야지'
아주 난리도 아니다. 너 스스로 너의 육체를 폄하하는 한, 마음의 상처는
스스로 만들어간 그 상처의 끝에서 '상처받은 우리들의 자아'만 있을 뿐이야
이런 상처는 특히나 폭식으로 이어지기가 쉽지.
아빠는 내가 왜 살이 잘 찌는 체질일까 생각해 봤다. 거기엔 이런 상처들이
만든 강박증에 가까운 폭식의 습관들이 있었어. 직장 내에서의 상처, 사람들에게 받은 상처
'가족들에게 조차도 받은 지긋지긋한 유년의 상처들' 이 모든 것들이 어느 시점에 가면
울컥울컥 솟아 오르며 내 생의 지층을 흔드는 걸 경험하곤 했다.
페르난도 보테로
'목욕' 1993
캔버스에 유채, 197 x 125 cm
지속적으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습관의 뿌리를 보는 것도
살빼기의 좋은 전략이다. 뉴질랜드에서 보낸 10개월 동안 새벽에 일어나
발레를 배우고, 3리터의 물을 마시고, 식물원을 두시간씩 산책했지만 꼭 이것이
다이어트의 기법이나 기술은 아니었지 싶다. 회사에서 나와 경쟁하는사람들, 나를 미워한 사람들
내가 쓴 제안서와 아이디어를 뺐은 사람들, 교묘하게 나를 험담하는 사람들....
나도 모르게 미워지는 사람들과 그 풍경들......
이들을 용서하고 마음속에 은혜의 마음을 담아갈때.....아빠의 몸속에 습관석 폭식으로
누적되어 있던 상처의 지층들이 스며드는 빗물에 조금씩 패여가듯.....
그렇게 하나씩 희미하게 사라져 가고 있더구나.
페르난도 보테로
'연인' 1995
캔버스에 유채, 117 x 96 cm
내 안의 상처를 치유하지 않는한....그런데 문제는 요즘 사회는
이러한 상처들을 너무나도 쉽게 양산하는 언론과 방송 매체들의 실수가
보인다는 점이다. 마른여자와 다이어트에 대한 칭송, 해도해도 너무할 정도의 몸짱 신드롬
이를 통해 성공한 인간들을 칭송하고, 뚱뚱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게으르고 못난 사람 취급을 하지
하지만 이러한 전략의 배후엔 항상 미디어의 '유한계급에 대한 찬양'이라는
못된 이데올로기가 있다는 걸 잊지마라. 툭하면 몸짱이 대세....얼짱이 대세, 무슨 남자가 대세....
마케팅 리서치의 모든 테크닉을 배웠다고 자부하는 이 아빠조차도
저들이 말하는 더 대세라는 표현이 어느 표본집단을 두고 말하는지 잘 모르겠다.
특히나 다이어트의 문제에선 여성은 희생자가 되기 싶다.
잊지 말거라. 신이 여성에게 남자보다 많은 지방과 자궁을 준 이유를......
삶을 통해 토해내야 할 열정과 삶의 몫을 위해 시이 부여한 특권임을 잊지마라
우리 다영이는 어려서부터 키도 크고 좀 흔히 하는 말로 몸이 좀 큰편이라, 심한 다이어트를 해서
그럴 살을 뺀다손 치더다도 너무 말라보일 가능성도 크거든......
오늘 소개하는 콜럼비아의 작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속
주인공들을 한번 보거라.....하나같이 뚱뚱하지
하지만 그림 속 그들은 하나같이 미학적으로 일종의 아름다움을 양산한다.
세상의 기준으로 하면 그들은 저주받은 자임에 틀림없으나
그림 속 그들의 모습은 살갑고 정겹다
페르난도 보테로
'가족'1996
캔버스에 유채, 195 x 155 cm
다이어트란 몸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서 시작하지 않으면 안돼
주변을 사랑하는 데서 부터 생을 다시 한번 바라보거라
서양에서는 우리의 몸을 규정하는 두개의 단어가 있다. 첫번째가 BODY, 우리가 알고 있는
신체의개념이고, 두번째가 SOMA 라는 것이 있어. 이건 전자와 다소 다르다
이때는 영혼을 담는 그릇이라는 개념으로서의 우리의 신체를 의미하지
후자의 개념을 익히고 몸에 체득하는것이 어찌보면 다이어트를 위한 급선무란다.
너의 가족과 너의 친구들, 텔레비젼 속의 배우가 아닌 바로 너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고 가꾸고, 여기에 자부심을 가질수 있는 사람이 아름다운 것이다.
툭하면 '대세'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싸구려 잡지 기자들과 신문기자들은 무시해 버려랴
예전 개콘
에서 우리를 한없이 웃겨준 '출산드라'가 기억난다
외모 중심주의가 만든 이 상징적인 폭력 앞에서 그녀가 말한 일종의 설교들이
기억나는 하루다. 보테로의 그림처럼
'가족'은 너의 한없는 힘의 원천이 될거니까....
기억하거라....내딸아, 사랑한다 사랑한다.....아빠가 해줄 말은
이 두음절의 행복함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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