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읽어볼 작가는 신인작가 레이몬드 한의 작품중에서 골라보았습니다. 사실상 그의 작품이 제 비평의 망막속에 걸려들어 온것은 우연하게 바라보게 된 연작 사진들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사진속에는 명징함을 기반으로 하는 바라보기의 방식이 존재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늘 보고 계시는 연작의 테마는 정신의 '판게아'입니다. 판게아란 원래 지구과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로서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대지가 하나로 맞붙어 있었던 시절의 덩어리로서의 땅의 모습을 가르키는 것입니다.
우리내 정신구조를 마치 일종의 판게아로 본것은 꽤 즐거운 상징성을 갖는다고 봅니다. 포스트 모던의 사회. 편집증과 다양한 정신적 병리학이 새롭게 부상하며 인간의 감수성과 현존을 위협하는 사회. 아마도 작가는 바로 이러한 위험사회에 대한 인식을 사진을 통해 이야기 하고자 했을듯 싶습니다.
질서를 유지하는 로고스의 사회가 점점더 균열되어 가면서 대지 위에서 숨쉬는 우리내 생의 풍경에도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이성과 감성이 점점더 하나로 통합되지 못하고 기형적으로 한쪽만을 키우거나 혹은 한쪽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퇴화시키며 서로가 투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과학과 기술은 그러한 발전의 궤적 위에서 분리의 정도를 더욱 강화해하고 인간의 부질없는 인문학적 상상력은 바로 이러한 분열과 푸르른 균열의 상처 위로 부상하는 슬픔의 무늬들을 아로새겨 가는데 실패합니다.
빛이 있으나 그 균열의 정도는 점점 더 심해져 이제 더이상 갈수가 없는 지경에 이릅니다. 자 이제 다시 저 '판게아'의 은유속으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2억 3000년전 이 땅에 공룡들이 지배하게 되던 초대륙의 시대. 모든 구음과 대지는 하나로 맞붙어 동일한 생각과 사유와 삶의 방식을 그 대지위의 생육하는 대상들에게 덧입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대륙은 하나씩 떨어져 나가고 그러는 사이 공룡은 자신들의 독자적인 적응과 방산을 통한 진화를 시작해 나가게 되죠.
서로 떨어져 버린 대지위에 인간 또한 그렇게 스스로 독자적인 삶의 문법들을 지역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한채 만들어 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싶습니다. 오늘날 우리내 모습또한 이러한 것은 아닐까요 스스로 작은 섬들을 만들어 가면서 고유의 영역들은 만들어 가지만 실제로 자신의 작은 땅 덩어리 위에서 고립되어 갈수 밖에 없는 우리내 삶의 풍경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나였을때 그 질서와 통일성의 아름다움은 아련하게 깨어지고 스스로 절연되고 바스러져가는 운명의 사슬을 몸에 걸치며 살아가게 된 것이죠. 아마도 작가의 연작 사진들은 바로 이러한 고립된 인간의 섬과 그 위에서 점점더 이성과 감성이 분리되어 가는 우리 시대의 혼탁한 현재성의 의미를 밝혀보고자 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다소 무거운 작품이라 그런지 글또한 무겁네요.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이제 하루를 마무리 할 시간이네요.
<주요약력>
레이몬드 한은 1967에 출생하였다. 그는 1990년 듀크대학교에서 심리학과 불어를 전공 (B.A, 노스 캐롤라이나, 미국)하였으며, 1996년 캘리포니아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사진을 전공(M.F.A 발렌시아, 미국)하였다.
한편 그는 개인전으로 1994년 미국 발렌시아의 민트 갤러리에서 <아노미 1>전을 비롯하여 1995 년 <미국의 초등학교>전 (L-세잎 갤러리, 발렌시아, 미국), 1996년 <도착, 출발>전 (D301 갤러리, 발렌시아, 미국)을 갖았다.
그룹전으로는 1995년 <연속>, 케리토스 커뮤니티 컬리지(미국), <환태평양 위로 솟아오르기> (케이 앤 레즈비언 센타, L.A. 미국)와 1996년 내러티브 전(칼아트D-300 갤러리, 발렌시아, 미국), 1997년 김치 축제(한미 박물관, L.A. 미국), 1998년 베이징 도큐멘타(괴테 인스티튜트, 베이징, 중국), 2000년 메이드 인 코리아(일민미술관,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을 가진바 있다.
-한국미술작가 500인의 풍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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