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단순한 구성,강렬한 이미지(콘트라스)와 무언가
어이해 나홀로 잠 못이루나?
권여현, 트라우마, 2004. 캔버스에 유채
사는 것의 차이는 그 검은 사색의 늪과의 처절한 사투 끝에
나의 저주를 스스로 이기는 것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잠은 사는 것에 대한 의리다.
잠 속의 꿈에선 컷(cut)이 있어 좋다.
뒷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릴 때,
가난의 구덩이 속에 외할아버지에게 시집가는 중,
뭉크의 그림처럼
바닥에서 올라온 불안에 몸서리칠 때,
모퉁이에 바래 선 귀신이 없어지지 않을 때,
낭떠러지에 밀려 고공낙하 중...
결국 죽는 꼴은 본 적이 없다.
꿈의 감독은 cut을 외쳐 나를 구한다.
여기는 책속에 수많은 글들이
어이해 한 자도 뵈이질 않나?
믿음과 교감이 없는 지식이란 것은 가끔 분노를 불러 일으킨다.
지혜로우려고 하면 할수록 평범한 삶 속에서
가끔 나의 역할이 줄어드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무식처럼 인생에서 가당찮은 것도 없다.
깊이 알고 싶지도, 모르고 싶지도 않다.
적당한 시기에 적당한 한계선을 넘고 싶다.
적당한 인간답게 생각하며 살고 싶고
사라지는 모든 것들을.....더 늦기 전에
사랑해 두고 싶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긴장감이 든다.
아버지와 나 사이에는 매개체가 없었다.
아버지가 끼어들면 난 이물감을 발견한 듯 피하곤 했다.
미움의 올가미는 아버지와 나 사이의 해명할 수 없는
관계 무력감때문이라 생각했다.
난 무언가를 무엇을 향해 오랫동안 갈기 시작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연애감정을 느낄 나이가 되었을 때...
내 마음을 제일 사로잡은 사람은 어처구니없이
아버지형이었다. 증오가 아니라, 그리움이었던 것을, 그제서야......
준비나 연습처럼 쉽게 실행해 보기도 하는 잡다한 세상 일......
언젠가의 글처럼
오래 돌아가서 나눌 수 없지만... 그래서
다 나누어 줄 수 있는 동그라미같은 사랑을
품고 싶다.
착해진 것은 아닌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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