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1-Age of Seduction
오늘은 '자기도취와 쾌락'이란 테마를 가지고 한편의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제겐 좋아하는 3명의 시인이 있었습니다. 지금 그들은 세상에 없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자살로 지병으로 이 대지의 중압감으로 부터 벗어난 사람들입니다. 첫번째는 지리산의 시인 고정희 였고 두번째는 아래의 시를 쓴 이연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이정이란 시인이죠. 오늘 '비 스피어스'란 호주출신의 사진작가의 작품들을 살펴보는데 2002년 Bordello즉 '매음녀가 있는 풍경'이란 제목의 전시회 사진 모음집을 보았습니다. 이 사진집의 의도와는 다소 다르게 왜 목매어 자살을 택한 시인 이연주가 생각났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팔을 저어 허공을 후벼판다 온몸으로 벽을 쳐댄다 퉁, 퉁- 반응하는 모질은 소리 사방 벽 철근 뒤에 숨어 날짐승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그녀의 허벅지 밑으로 벌건 눈물이 고인다 한번의 잠자리 끝에 이렇게 살 바엔, 너는 왜 사느냐고 물었던 사내도 있었다. 이렇게 살 바엔-왜 살아야 하는지 그녀도 모른다. 쥐새끼들이 천장을 갉아댄다. 바퀴벌레와 옴벌레들이 옷가지들 속에서 자유롭게 죽어가거나 알을 깐다. 흐트러진 이부자리를 들추고 그녀는 매일 아침자신의 시신을 내다 버린다, 무서울 것이 없어져 버린 세상. 철근 뒤에 숨어사는 날짐승이그 시신을 먹는다. 정신병자가 되어 감금되는 일이 구원이라면..아으, 모질은 바람 -이연주 시집 "매음녀가 있는 밤의시장" 중에서
S#2-Into the Secret of Bordello
오늘 사진의 작가인 비 스피어스(Vee Speers)는 호주에서 출생하여 퀸스랜드 미술대학에서 순수미술과 사진을 전공했습니다. 후에 그녀는 시드니의 ABC방송국(Australian Broadcasting Corporation)에서 전문 스틸사진작가로서 활동하면서 배우들과 유명인사들의 사진을 담아내는데 주력합니다. 이후 프랑스로 이주해 파리의 홍등가인 루 세인트 데니스에서 12년째 거주하면서 이 지역의 밤과 낮의 이미지가 빚어내는 역설적인 모습들을 그려내기 위해 카메라를 잡게 됩니다. 낮의 분주함, 유태인 상인들로 가득한 이곳이 밤이 되면 매춘부들로 메워지는 곳. 마치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 세트같은 느낌을 주는 곳. 그녀는 이곳에서 Bordello 전시회의 영감을 얻게 된다고 하네요. 거리의 여자들이 마치 중고품 가게의 싸구려 보석처럼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모습에 매혹되었다고 합니다. 그녀의 전작들을 보면 1994년에도 드랙퀸(여장남자)들의 연작사진들을 발표하는등 주변부의 시각과 성의 다양성이라는 일련의 사진적 진술들을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S#3-Beyond the Borderline of Seduction
오늘 여러분이 보시는 Bordello 연작 사진은 1920년대 프랑스의 매춘굴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낸 작품들입니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고색창연한 20년대의 추억의 빛깔과 회화적인 색감을 재현하기 위해 '아틀리에 프레송'이란 기법을 이용해 프린트를 합니다. 이런 모든 기법들을 통합해서 다소 시적이면서도 향수어린 고도의 양식화된 이미지들을 만들어 내게 되지요. 작가는 매춘굴의 이미지를 역사적인 해석과 개인의 해석을 결합해 표현하면서-이를 위해 실제로 Brodello로에서 진본적인 장식을 배경으로 활영을 했다고 합니다-무엇보다도 표면에 덧입혀진 이미지를 넘어 심오한 삶의 메세지,유혹의 신비에 관한 시각적 찬미를 표현하려고 했다고 하네요.
1920년의 프랑스, 인상주의의 물결이 다하고 아방가르드의 새로운 바람이 불었던 그때. 장꼭또가 영화의 미학적 특징과 가능성에 대해 찬양을 하고 사진작가 만레이의 실험작품들이 소규모 극장에 선보이던 시기. 예술을 위한 예술이라는 슬로건이 도시의 공허한 풍경과 호흡을 메우고 전후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강한 여자의 이미지들을 여성의 복식에 차용하던 시절. 바로 1920년대의 프랑스는 이러한 자유와 상대적 박탈감이 혼재하는 시대였습니다. 이러한 이미지들의 관찰을 통해 그녀가 우리에게 말하는것은 성적 환상과 진실의 가운데 투명하게 드리워진 얇은 베일을 벗기고 우리의 시선으로 유혹의 기제들을 바로 볼것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이연주의 시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우리가 숨쉬고 있는 2003년의 겨울은 작가가 그리고자 했던 향수어린 풍경으로서의 매음굴의 풍경은 아닙니다. 도착적인 성의 쾌락속에 점점더 병들어 가는 욕망에 구속된채,값싼 희망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이 점점더 증가하는 슬픈 초상의 풍경입니다. 배설을 위한 욕망 뒤에서 병들어가는 인간의 소외를 생각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함박눈 내린다. 소요산 기슭 하얀 벽돌 집으로 그녀는 관공서 지프에 실려서 간다. 달아오른 한 대의 석유 난로를 지나 진찰대 옆에서 익숙하게 아랫도리를 벗는다.양다리가 벌려지고 고름 섞인 누런 체액이 면봉에 둘둘 감겨 유리관 속에 담아진다.꽝꽝 얼어붙은 창 바깥에서 흠뻑 눈을 뒤집어쓴 나무 잔가지들이 키들키들 그녀를 웃는다. 반쯤 부서진 문짝을 박살내고 아버지가 집을 나가던 날.그날도 함박눈 내렸다.검진실, 이층 계단을 오르며 그녀의 마르고 주린 손가락들은 호주머니 속에서 부지런히 무엇인가를 찾아 고물거린다.한때는 검은 머리칼 찰지던 그녀. 몇 번의 마른기침 뒤 뱉어내는 된가래에 추억들이 엉켜 붙는다. 지독한 삶의 냄새로부터 쉬고 싶다. 원하는 방향으로 삶이 흘러가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함박눈 내린다.
-이연주의 '매음녀가 있는 밤의 시장'중에서 '매음녀4'
지나친 환상과 현실의 벽을 넘어 우리 안에 있는 중심의 힘을 복원하고, 이를 통해 칼바람 내리 쬐는 이 어려운 시절....이겨낼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을 찬탈하고 얻기 위한 기술로서의 유혹이 아니라 우리 안에 있는 진실의 힘이 의사소통됨으로서 하나가 되고 연대할수 있는 사회와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오늘 처럼 차가운 겨울 기운이 온 몸에 스며들땐 모진 세상 견디지 못하고 숨을 끊어버린 슬픈 여자시인의 뒷모습이 아련히 떠오릅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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