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영아......
아주 오랜만에 네게 편지를 쓴다.
먼 미래의 우주에서 내 안으로 들어왔던 딸....
이제 아빠는 너를 향한 시간의 풍경을 뒤로 돌려서
너를 만들어간 시간들을 글로 써볼 생각이다.
아빠는 항상 네게 말했었다.
그림읽기나 혹은 영화를 보는 일이나, 아님 음악을 듣는 일이나
결국은 그 모든 것을 수용하는 내 자신의 마음의 풍경과 빛깔에
좌우 되는 것이라고 말이다.
오늘은 아빠가 예전에 보냈던 여행의 시간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한다.
그러고 보니 6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 당시 나를 지배했던 것은 꽤나 무거운 삶의 하중들이었다.
그 무게의 추를 허리에 감싸고
나는 나를 되돌아 보고 싶었고, 어차피 다가올 생의 무늬들이라면
바로 이 지점에서 찬연하게 다시 한번
묵상해야 할 어떤 것이라고 느끼고 있었다.
아벨 타스만 해상공원에 갔었다.
개인적으로 카약과 보트, 요트등 다양한 배의 형태를
타보고 경험하는 걸 좋아했던 것 같다.
산 보다는 바다를 좋아했었고, 뉴질랜드의 아름다운 남섬에 있는
타스만 국립공원의 코발트 블루빛 하늘과
맞닿아 있는 바다의 풍경들은
그 당시 내 안에 있는 생채기들을 푸른색으로 채색할수 있게 해주었었다.
1박 2일 코스로 강행군을 했었다.
3시간 남짓 카약을 저어 한적한 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모래사장 위에서 식사를 만들어 먹었고
트레일 길을 따라 오랜동안 걸어 통나무로 지은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에는 와인파티를 했었던 기억이 있다.
문득 그 시절에 대한 상념에 빠져 있다가
예전 프랑스의 미술관들을 돌아다니며 모아두었던 화집들을 꺼내어 보게 되었다.
구스타브 카유보트.....
인상파 화가로서 프랑스의 미술사에선 주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한국 사람들에겐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작가이기도 하다.
그는 배와 노젓는 사람들의 풍경을 참 많이 그렸다.
아래의 작품은 1877년 발표한 '배젓는 남자들'이란 유화작품이다
이 작품은 그 당시...근대의 미명이 밝아오는 프랑스의 도시적 정경과
그 속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유흥의 형식으로 다가온 '스포츠'의 풍경을
그려 보여준다. 배에 타고 있는 두 남자의 패션을 보면 그들의 복장이 아주 표준적인
모습이었음을 알수 있다. 저지 소재로 된 바지와 스트로우로 만든 모자가 그것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이 그림은 노를 젓는 두 남자의 역동성과
움직임에 시선을 돌리도록 만든다. 수평의 구도로 그려진 노의 형태와
배젓는 이들을 보고 있는 화가의 시선이 결합하면서
이 그림에는 풍성하고도 다양한 화각의 풍경이 펼쳐진다.
원래 그의 직업은 엔지니어였다.
하지만 예술과 그림에 대한 욕망은 그를 에콜 드 보자르에 입학함으로써
새로운 날개를 달게 된다. 서점에 나와 있는 대부분의 미술 입문서들은
초보들에게 인상파의 그림을 시작으로 미술사를 공부하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만큼 그들의 그림에는 예쁘고 아리땁고 고운 여인들의
풍경들과 도시의 풍경들이 잘 묵상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그는 남자들과 공학적 이미지의 그림들을 그렸다.
카유보트의 이런 스타일이 예외적이라는 느낌을 주긴 하지만,
인상파 회화가 기본적으로 자본주의의 발달과 부르주아지의
성장에 견인된 예술이라는 점에서
그 추동력이 됐던 부르주아 남성들의 자부심을 반영한 그림이 많다는 것은
인상파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는 셈이다.
카유보트는 그런 종류의 인상파 회화를 그렸다.
그는 1874년 처음으로 인상파의 전시회를 주관하기도 했던
페이트런이었다. 부유한 아버지를 두었던 그가 아버지의 사후에 많은 재산으로
친구였던 인상파 화가들의 그림을 사준것은 많은 부분 알려져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호리호리만 몸매에 올곧은 마치 군인의 풍모를 가졌다는
이 남자에게서 인상파의 새로운 화각을 발견하게 되는 것은 그의
직업관과 자라온 배경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원래 카유보트의 작품에서 주로 선보여진 소재는
거리의 풍경이었다. 그 중에서도 그는 비온 날의 파리의 모습과
공학도 답게 다리의 풍경을 그리는걸 좋아했다고 한다.
공학도 답게 그는 배를 짓기도 하고 요트를 만들기도 했다고 하는 구나.
아래의 그림은 1876년 작인 ‘유럽 다리’란 작품이다 카유보트의 공학에 대한 관심과 사진 애호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그림 역시 밝지만 다소 쓸쓸한 느낌이 드는 도시의 한 귀퉁이를 소재로 하고 있다. 다리 난간의 철골 구조가 산업화의 힘찬 에너지를 전해주는 데다, 저 멀리 난간 뒤로 보이는 흰 김은 지금 막 증기기관차 한 대가 지나가고 |
|
|
있음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거리의 사람들보다 확대된 상태로 표현돼 있어 생동감이 살이 있다.
다리 난간과 기관차의 김이 공학에 대한 카유보트의 관심을 보여 준다면,
급속히 사라지는 원근법과 사람들의 스냅성은 사진의 효과를 선명히 나타내 준다.
카유보트의 그림은 왠지 비오는 날
화집을 들고, 밀크를 가득 부은 홍차를 마시며 보아야
그 행복이 더 커지는 것 같다.
물론 아빠의 생각이다.......
만추가 깊어간다. 겨울의 환들이 우리의 추억을 빼앗아 가기전
왠지 겨울비가 꼭 내릴것 같은 환상에 빠진다....
술을 마시다 문득
목소리 듣고 싶어지는 사람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아름다운 음악을 듣다
불현듯 생각나는 사람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혼자 밥을 먹으며
그 쓸쓸함에 그리워지는 사람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슬픈 일이 생겼을 때
그 어깨에 기대어 울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그렇게 당신이 필요로 할 땐 언제나
당신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당신을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당신에게 그런 사람
꼭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아빠는 우리 다영이에게 꼭 이런 존재가 되고 싶다......
'Art & Education > 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에게 말걸기 (0) | 2006.01.22 |
---|---|
세상의 엄마들을 생각함..... (0) | 2005.11.10 |
사랑하는 너를 위해 꽃을 사다..... (0) | 2005.10.06 |
세계의 미술관을 가다-쾰른에서 1 (0) | 2005.09.08 |
기대하지 않은 손님-러시아 미술 (0) | 2005.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