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Education/딸을 위한 미술 이야기

사랑하는 너를 위해 꽃을 사다.....

패션 큐레이터 2005. 10. 6. 20:05

 

 

다영아.....

아주 오랜만에 편지를 쓴다.

아빠는 지금 남아프리카 공화국이란 곳에 와 있다.

이곳은 글쎄 뭐랄까.....아프리카에 있는 백인의 마을과 같은 곳이지.

어제 바이어와 협상을 마치고 간단하게 시내구경을 하다가

유명하다는 시내의 장터와 시장들을 구경하게 되었다.

 

너도 아다시피 아빠는 마케팅이란 분야를 전공했다.

왜 그림을 이야기 하면서 이러한 다소 산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아빠가 공부한 이 분야는 끊임없이 '시장'과 '소비자'의 관계를 연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오늘은 다소 이러한 주제에 맞는 그림들을

골라 읽어보려고 한다.

 

 

위의 두 그림은 아빠가 아주 좋아하는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 아우구스트 마케의

그림들이다. '모자가게'란 제목의 그림을 보면 알수 있듯 작가가 활동하던 시대에는

모자는 아주 중요한 생활의 아이템이었어. 그래서 아주 비쌌고 모자를 살때마다

세금을 내야 했었단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백화점의 쇼윈도우가 세상에 나온 것은 19세기 초엽이다.

화가의 그림은 바로 이러한 시대의 풍경을 아스라하게 잡아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지.

사실 아빠가 마케팅을 전공하게 된 데에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풍경

혹은 현재까지도 '물건을 사는 일' 즉 쇼핑이란 것이

우리 내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어떤 역사와 문화적인 의미들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저널리스트 토마스 하인은 그의 저서 '쇼핑의 유혹'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사는 이유를 9가지로 요약해서 설명하게 된다.

즉 파워와 책임, 발견과 자기 표현, 심리적 불안, 관심,소속감

축하와 편의라는 이유때문에 사람들이

물건을 산다고 설명한다.

 

예전 다영이가 8살때인가 아마

남부지방에 갔다가 아빠와 함께간 재래장터를 보고

이것저것 귀기울이며 모든것이 신기한지 아빠의 옷깃을 잡고 실갱이를

벌이던 너를 기억한다.

 

 

 

자신이 구매한 물건이 자신의 존재를 설명한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말이 되고 있다. 적어도 이말은 요즘 들어서 말이지.

아마도 그래서일까 아직까지는 시골풍경의 낮설음 속에서

다시 발견하게 되는 타이히 중앙 시장의 풍경또한

이러한 소비를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인간의 공동체가 만들어진다.

 

아래의 그림은 하이티에서 태어난 화가 해리 카버의

잭맬 중앙시장의 풍경이다. 하이티란 장소 혹은 땅의 속성때문일까

그의 캔버스에 그려진 밝은 유화의 느낌들은

누적적이라기 보다는 템페라처럼 가볍고

신산하다.

 

 

아래의 그림은 16세기말 빈센트 캠피의 '시장풍경'이란 그림이다.

너도 아다시피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서 화가들은

시장의 풍경들을 자신의 화폭에 많이 담게 되지.

 

그 이유는 교역이 활발해지고 해상무역에 의한 많은 물품들의

소비와 교환이 이루어지면서 다양한 장터의 모습들을

등장하게 되고 이곳에서 그들은 자신의 소유와 시간의 배분을 위한

지점을 만들게 되는 것이야.

 

 

물론 위의 그림이 단순하게 시장의 풍경을 그려냈던것은 아니지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했던 이러한 장르화들은

그림속에 기독교적인 메세지들을 담아놓았었다.

우리 눈에 보이는 이 많은 물건들과 소유물들이 아주

일시적인 것이라는 의미의 그런 메세지들 말이다.

 

 

인류학자들은 흔히 선물이란 것. 혹은 이것을 주는 행위를 가리켜

상대방에게 의무를 부과하고 사회적 관계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즉 선물을 통해 인맥관계를 명확하게 하고

또한 선물을 줌으로써 의무를 이끌어내고 협력을 이끌어낸다고 말하지

그런 의미에서 선물이란 역설적인 의미에서 트로이의 목마라고

말하지 않던가 말이다.

 

저번달 네덜란드에 갔을때 엄마와 너를 위해 무얼 살까하고

시장 구석구석을 두리번 거렸었다. 꽃의 도시 답게 수많은 꽃들의 종류가

흐드러지게 온 지천에 펼쳐져 시간의 흐름을 망각하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들이 아빠의 눈앞에서 펼쳐졌지.

 

 

 

 

새롭게 일을 시작한 엄마와,

그럼 엄마를 이해하고 혼자서도 많은걸 잘 해내는 우리 딸이 예뻐서

아빠가 준비한 선물은 붉은 장미꽃이 담겨있는 크리스탈 목걸이였다.

스왈로우스키 브랜드를 특히나 좋아하게 된 것도

이 '선물'을 통해셔 였으리라 추측해본다.

 

하지만 아빠의 선물은 결코 트로이의 목마가 아닌거 알고 있지?

사랑하는 엄마와 너.....다영이

이 세상에서 아빠에겐 내 살점의 흔적이 지워질때까지

사랑해야 하는 사람들이니 말이다.

 

기나긴 시간의 비행을 앞두고

딸에게 편지를 쓰는 이 시간이 아주 소중하게 느껴진다.

해가 사선을 그으며 지금 이곳 공항 라운지의 창밖 풍경을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