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패션 큐레이터 2004. 1. 21. 20:40

S#1-At the New York

오늘은 사진작가 루이스 하이네(Lewis Hine)의 사진과 그가 그려보고자 했던 뉴욕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 할 차례입니다. 이번 동북부지역 여행의 2번째 기착지였던 뉴욕에 도착했던 날은 거의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우산 하나에 의지해 비에 젖은 뉴욕의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다녔던 썩 괜찮지 않은 여행의 시작. 물안개 피어오르는 센트럴 파크를 거닐었고 부산한 브로드웨이를 지나 뉴욕의 미술관들이 모여있는 에비뉴를 걸을때가 되어서야 날씨가 개더군요. 제국의 도시. 그 만큼의 상처와 현존의 힘이 긴장을 이루고 있는 곳. 뉴욕을 여행하는 4 일동안, 시종일관 원래의 기대와는 달리 왠지 모를 아련함과 짙은 슬픔이 느껴졌습니다. 잔몰해가는 제국의 풍경을 보았다면 너무나도 심한 표현일까요. 마천루와 세계 경제의 중심, 뉴욕에서 보낸 한철의 기록입니다.

S#2-Reflection on Melting Pot

위의 사진은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포토 저널리즘 작가 루이스 하이네의 1905년 엘리스 아일랜드 연작입니다. 그 당시 자유과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방방곡곡에서 모여들었던 유태인들과 제 3국의 사람들. 너무나도 까다로왔던 이민심사청이 있었던 엘리스 아일랜드. 미국 전역을 다니며 카메라를 통해 포착되는 현실을 통해 사회고발과 개혁을 꿈꾸었던 루이스 하이네의 명작들입니다. 이민자들의 지친 표정과 가슴 깊이 서려있는 상처가 유태인 여자의 눈빛을 통해 느껴지는것 같습니다. 배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엘리스 아일랜드로 가며 이 사진의 흔적들이 기억의 망막속에 맺혀옴을 느꼈습니다. 초기의 정착민들이 이루었던 가난한 빈민촌의 모습이 세번째 사진에 보이네요.

S#3-Overlooking the Empire State Building

루이스 하이네의 1930년 Man at Work 연작 중에서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축조를 위해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입니다. 1929년 미국에 경제 대공황의 한파가 몰아닥칠 바로 그 무렵, 초고층 건물이었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축조가 시작됩니다. 그 당시로는 천문학적 숫자였던 4,500만 달러를 들여서, 게다가 기존 호텔을 무너뜨리는 것에서 부터 설계와 시공에 걸리는 모든 기간을 단지 18개월도 안 걸려서 우지끈 뚝딱, 마치 도깨비 방망이를 두들겨 그들만의 제국을 만들어냅니다.

시공자였던 스타렛 브라더스 & 에켄 회사가 실제 시공한 기간으로 따지면 1년도 채 못되었던 이 프로젝트에서 시공이 피크를 이루었을 때는 3500명의 인부들이 달라 붙어 하루에 한 층을 올리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침내 1931년 5월 1일, 역사적인 오프닝을 함으로써 85개층의 오피스 공간과 첨탑 및 전망대 전용 타워 17층 높이를 갖춘 375미터(1250피트) 높이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 우뚝 솟게 된 것이죠. 그러나 사진속에서 루이스 하이네가 포착하려고 했던것은 아마도 그런 초고층 건물이 주는 상징적 의미는 아니었을 거 같네요. 대공황, 수많은 실업자가 거리에서 굶어죽어가던 시절 값싼 노동력을 언제든지 이용할수 있었던 자본가 계급에 의해 끊임없이 착취되어온 이민자들의 슬픈 암영이 이 사진에는 녹아있는듯 합니다.

S#3-At the Wall Street : Shooting the Bull

월스트리트의 풍경입니다. 나름대로 다양하게 사진을 찍어보았는데 황소사진을 제외하고는 마음에 들게 나온것이 없네요. 증권거래소를 가는 길목에 놓여져 있던 황소동상을 바라보며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황소는 주식시장에서 주가의 급상승을 표현하는 일종의 은유입니다. 그런데요. 성경이나 고대 근동 혹은 이집트와 같은 다양한 지역에서 황소는 항상 풍요를 의미하는 우상이었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저는 괜히 심사가 뒤틀리더라구요. 월스트리트의 증권매니저들이 숭상하는 저 황소가 고대나 현대나 똑같이 우리에게 일종의 우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것 같아서 말입니다. 황금소가 가져다주는 물질적 안락이 저 하늘 아래 우리에게 주어지는 은혜의 만나를 잊게 하는 것은 아닌가 해서 말이죠.

 

S#4-Dreaming of Resurrection

개인적으로 이번 뉴욕여행엔 한가지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9.11테러로 무너져버린 쌍둥이 빌딩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는 사실이죠. 그곳에 갔을때는 5시 반 흐린 날씨 덕에 잔뜩 뿌연 하늘 아래 그라운드 제로 라는 그 페허의 상처를 보게 되었습니다. 마천루의 숲 한 가운데가 텅 비어버린 모습이 황량하기 까지 하더군요. 이전의 빌딩보다 더 높은 건물이 세워진다죠. 하지만 테러 사건 이후로 상흔에 시달려야 했던 사람들의 마음까지 치유될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더군요. 하지만 테우리쳐진 그곳에서 서서 아래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손을 모으게 되더군요. 다시는 아픔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해달라구요. 속으로 외쳐보았습니다. 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위의 사진은 뉴욕에서 찍었던 사진들 일부를 올려보았습니다. 비오는 뉴욕을 찍어서인지 노출을 바로 잡기가 쉽질 않았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바로 엘리스 아일랜드로 가는 배가 출발하는 선착지에 있는 조각입니다. 초기 이민사의 아픔을 상징하는 작품이라고 하더군요. 죽음과 직면한 동료를 구하기 위해 손을 뻗는 이민자들의 초상이 마음에 응어리져 옵니다. 두번째는 엘리스 아일랜드에 와서 드디어 그들이 말하던 자유의 상징앞에서 그냥 촌스런 증명사진을 찍었습니다. 자유를 찾아 왔던 초기 이민자들. 노역과 정치적 부패, 미국의 제국적 횡포와 세계적 저항을 생각합니다. 이제 그들이 말하는 저 자유의 여신상의 빛깔이 찬연한 녹청빛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말입니다. 세번째 사진은 타임스퀘어를 통해 브로드웨이로 가던 중에 장난감 가게 토이져러스에 있는 거대한 레고블럭을 찍었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올라가는 킹콩의 모습이 보이세요? 한국돈으로 140만원정도를 하는 비싼 레고였습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전망대에서 보는 흐린 뉴욕의 풍경입니다. 제가 쓰는 칼럼이 문화의 제국인데 어찌 보면 소원을 풀었다고 해야 할까요. 정말로 제국의 빌딩 꼭대기에 올라갔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뭐 그리 엄청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아래로 보이는 저 맨하탄의 섬, 그 표피아래로 흐르는 상처위에 새살이 돋고 그들이 믿는 물질의 신, 자본주의의 견고한 모든 것들이 이 세상을 지으신 분의 넓은 은혜의 대기 속으로 용해되어지기를 기도하며 첫번째 뉴욕 여행의 글을 마칩니다. 다음은 예술의 거리 소호와 미술관에서 본 전시 이야기를 해야 겠습니다.

행복하세요 여러분


[출처] 뮤크박스 레시엠의 노래 '인류의 창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