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Healing/빛으로 그린 그림

서늘한 웃음 뒤에....가려진

패션 큐레이터 2004. 1. 21. 20:22

S#1-Chris Buck with a Red Bag

 

오늘은 인물사진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크리스 버크의 사진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항상 보도블럭위에 서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자신의 노트에 하나씩 적어가는 남자. 부시시한 머리에 녹색 자켓을 걸치고 빨간색 가방을 메고 다니며 두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남자. 일러스트레이터 미셀 로메로의 그림은 작가의 이런 모습들을 아주 적확하게 그려내고 있는듯 합니다. 무엇보다도 바나나를 먹고 있는 모습이 인상깊지요.

사람의 표정을 포착한다는 것은 아마도 이렇게 껍질을 벗겨내어 먹어야 하는 바나나와 같은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크리스 버크는 캐나다가 자랑하는 사진작가입니다. 1964년 토론토에서 태어나 지금은 뉴욕을 거쳐 L.A에서 자신의 작업을 해나가고 있지요. 코닥사에서 매니저로 일하고 있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사진의 길을 걷게 된 후 지금까지 그는 우리시대의 대중적인 아이콘이 된 사람들의 표정을 찍으며 살아오고 있습니다. 아래의 사진 두번째는 바로 유명한 스릴러 작가 스티븐 킹의 얼굴이네요. 자신의 집 한구석 모퉁이에 몸을 밀착하고 비뚤어진 시선으로 피사체를 향하고 있는 렌즈를 바라보는 작가의 얼굴이 그의 작품속에서 그려내는 인물들을 연상하게 합니다.

 

 

S#2-Reflection on Childhood

 

비평가들은 흔히 그의 사진들이 전복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고 평합니다. 하지만 정작 작가 자신은 그가 찍어온 모든 인물사진에 대해서 고도의 '심리적인 대화'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어린시절 심장병 수술을 받은 이후 스포츠 같은 활동을 통해 다른 친구들과 교제할수 있는 기회들을 박탈당하고 소외 당하고 살아왔던 작가의 과거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면에 가려진 아픔을 잘 포착하게 하는 힘이 되었다고 합니다. 어디에도 소속되지 못하는 사람의 상처를 경험했던 그의 과거는 이제 그로 하여금 그 상처의 무늬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시선과 방식들을 결합해 새롭게 사람들의 얼굴을 찍어내는데 큰 역할을 하게 했다는 것이죠. 그는 말합니다. " 재미있는 사진이란 그 안에 어느정도 어둠과 신비와 슬픔을 가지고 있는 법"이라고 말입니다. 이를 통해 그의 사진은 그가 포착하는 사람들을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만날수 있게 하는지도 모릅니다.

 

S#3-가려진 상처의 서늘한 풍경

크리스 버크는 자신이 찍으려는 대상에 대해서 항상 대화적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합니다. 그의 철학은 오직 한가지 "중요한 것은 찍어야 할 피사체로 하여금 나를 알게 하는것" 그리하여 두 존재 사이에는 자연스런 흐름의 대화가 존속할수 있게 하는것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대화적 관계를 통해서 그는 포착하려고 하는 대상들에게 "자신속에 있는 상처를 드러내는 일은 가치가 있는 것" 이라고 격려한다고 해요. 이를 통해 위의 사진속에 보여지는 대중적 아이콘들은 그의 사진속에서 진실하고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띠게 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영화배우 조지 클루니의 얼굴도 그렇고 자신의 집 정문 앞 유리에 기댄 캐나다 최고의 작가 마가렛 엣우드, 천재 조형예술가 마야 린의 해 맑은 웃음, 부시 대통령의 '보통사람의 모습' 어떤 일면에서 보면 이런 사진 작업은 그의 또다른 모습을 감추는 기만이 될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론 성공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더군요.

 

웃음뒤에 가려진 서늘한 슬픔을 읽어낼수 있을 때, 우리는 더욱 탄탄한 인간에 대한 이해를 가질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바로바로 취할수 있는 단서만을 가지고 타인을 평가하는것. 그리하여 그의 피부 표피 속에 감추어진 상처를 읽지 못하는 일. 홍기는 이런 부분에서 조금이나마 자유했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행복한 하루 되세요.*^^*



김홍기의 사진읽어주는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