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오피니언 기사를 썼습니다. 한번은 메타버스로, 이번에는 인플루언서들의 전쟁이란 테마로 글을 하나 썼어요. 제가 좋아하는 주제이지만, 파고들수록 정말 많은 공부가 필요한 주제이기도 했습니다. 최근 패션을 비롯해 소비재 산업에서는 가상의 인플루언서를 채용하는 바람이 불고 있어요. 그 덕분에 스캔들과 각종 세금 문제 등으로 곤경에 처하곤 하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인기가 높잖아요. 인간들은 언제부터 인플루언서를 요구해왔고, 그 인플루언서들은 시대별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도 풀어보고 싶었고, 더 나아가 최근의 중국의 SNS를 비롯, 전 세계적인 인터넷 쇼핑 행동에 등장하는 인플루언서들의 행동방식과 반경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인플루언서는 인간의 역사에서 항상 필요한 존재였습니다. 무엇보다 제조업자들은 자신의 제품을 알릴 얼굴이 필요했기 때문이죠. 일찌기 18세기 중반의 프랑스 패션의 정점에 서 있는 마담 퐁파두르도 이런 역할을 했고요.
가상 인플루언서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자칭 셀러브리티 마케팅의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상으로 만든 인플루언서들은 챗봇을 통해 24시간 전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무소부재'하는 전능한 힘을 보이기 시작했지요. 시간과 예산, 장소, 각종 스케줄의 충돌을 겪어야 하는 인간 인플루언서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합니다. 화장품, 패션, 사회공헌 영역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인간 인플루언서들을 하나씩 도태시키고 있는 가상 인플루언서들의 세계에 대해 살펴보는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시점이었습니다.
이미 가상 인플루언서를 제조한 회사들의 주가는 이런 기대감들이 선반영이 되어 시장가치로 나타나고 있고요. 여기에 맞서 인간 인플루언서들도 게임 속 실제 모델로 등장하는 일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패션은 항상 변화의 중심에 있습니다. 이런 원고를 쓰다보면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사실 종이매체인 패션 잡지들이 속속 영향력을 잃고,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 시대잖아요. 패션도 일종의 정보일텐데, 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플랫폼이 패션 매거진이 아닌 도처에 있는 시대를 살아갑니다.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하라고 명령하거나, 가르칠 수 없는 입장일 거에요.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가 하고 있는 저 업의 본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일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전지구적으로 패션산업을 비롯해, 자칭 시대의 미를 만들고 있다는 자부심을 가진 산업이 어떻게 공동체의 삶이나 패션이 우리의 환경을 지키고, 좀 더 풍성하며, 진정한 참살이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물어야 할때가 온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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