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엔 서울시 인재개발원에서 특강을 했다. 200명 넘는 분들과 패션과 혁신의 역사를 주제로 나누었다. 연수원 점심은 김치볶음밥. 연수원이 봄기운을 물씬 토해내는 우면산 산책로와 연결된 터라, 봄기운을 느끼며 걸었다. 설풋한 꽃봉오리 위로 쏟아지는 한 올의 햇살이 겨우내 움추렸던 기운을 깨운다. 만끽할 시간이다. 서울시청을 비롯하여 많은 서울시 관련 기관에 강의를 다녀봤다. 인재개발원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대부분 행정과 관련된 강의들이 대부분인 곳에서 패션과 인문학을 이야기하는게 워낙 인재개발원으로서도 새롭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패션이 그저 한벌의 옷에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국 한 사회의 매혹의 코드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기제 중 하나다. 라이프스타일이란 개념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세계이기도 하다. 그만큼 우리는 이 한벌의 옷, 나아가 집단이 한 시대를 풍미할 아름다움의 코드를 공유하고 서로 채집하며 경합하는 이 세계에 항상 끌린다. 작년에도 기업 연수원에 특강을 자주 나갔는데, 올해도 연수원 강의가 벌써 많다. 강사 대기실에서 연수원 교육담당 주무관님이 갓 꺼내온 향긋한 커피 한잔에 마음의 여유를 차려본다. 인원이 200명, 적지 않은 인원이다. 사안별로 차이도 있을 텐데, 항상 이렇게 다른 영역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패션에 대한 이야기를 꺼낼 때 항상 긴장한다.
연수원이란 장소를 갈 때마다, 사회의 첫발을 내딛었던 신세계유통연수원에서의 날들을 기억한다. 엄청난 구호로 아침을 열며 구보를 하고, 군대를 방불캐하는 군기를 유지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기도 했던 시절은 이제 먼 과거의 일일 뿐이다. 요즘의 연수원은 다양한 방식의 지식과 체험으로 연수생들을 무장한다. 패션의 인문학이란 테마는 2008년 필자가 처음으로 시작한 이후로 조금씩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스타일링을 넘어, 한 시대의 미적 코드를 읽는 것, 이를 통해 인간의 내면에 강렬한 열망의 구조를 읽어보는 일. 패션은 내게 인간에 대해 말해주는 좋은 렌즈다. 강의 시간 내내 너무나 열심히 들어준 분들, 연수원의 아침강의를 기억하는 분들은 다 알 것이다. 이것이 무슨 뜻인지. 이날 강의를 아주 잘했다는 뜻이다. 나 자신의 자평이 아닌 연구원님의 평이다. 힘나고 행복한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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