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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이너 앙드레 김을 생각하며

패션 큐레이터 2018. 4. 13. 02:10



앙드레 김 Atelier에 다녀왔다. 디자이너 고 앙드레 김 선생님의 아드님이자 현재 아뜰리에를 맡고계신 김중도 대표님을 뵈었다. 올 한해 기억에 남을만한 패션전시를 해 볼 생각이다. 지금껏 패션이라는 전문적 테마의 전시만을 기획해왔다. 주로 패션을 구성하는 다양한 아이템과 현대미술의 개념화 작업을 옷을 통해 풀어내왔다. 이번에는 한국사회와 8090년이라는 특별한 획을 그은 시대의 풍경을 옷을 통해 담아내는데 주력하려고 한다. 


8090년대는 한국 패션의 전환기이자 전성기였다. 문화적 분출구를 찾는 세대의 등장과 그들이 만들어간 미감을 기록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앙드레 김 선생님의 전시를 꼭 해보고 싶었다. 이분만큼 한국 패션사에서 의외로 저평가되고, 제대로 된 평가와 합당한 예우를 얻지 못한 디자이너도 없지 싶다. 한 벌의 옷을 완성하는 데, 디자이너가 보여주는 역량의 범위는 넓고 깊다.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에서 감독 한 사람의 강력한 영향력이 모든 요소에 미치는 것에 못지 않다. 


어찌보면 탄생부터가 협업을 통해 태어난 영화보다, 패션의 쿠튀리에는 마치 수도사처럼, 세간의 평가와 트렌드, 세상의 모든 영향력으로 부터 독립된 듯, 자신이 추구하는 한 벌의 옷을 조형해간다. 무엇보다 디자이너 앙드레 김 처럼, 자신이 만들어낸 시그너처를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옷에 투영시킨 디자이너도 없다. 디자이너 한 명의 삶을 재조명까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가 왜 한국의 패션사에서 거론되어야 할 가치가 있는 존재이며, 하나의 담론일 수 있는지는 말할 필요가 있겠다. 앙드레 김 선생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이번 프로젝트를 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