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에 있는 갤러리 스케이프에 다녀왔다. 갤러리에서의 미술사와 복식사 특강은 수태해왔지만, 이날은 좀 특별했다. 요즘 나 자신도 패션의 문제를 넘어, 다양한 인간의 변화하는 욕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미술사의 작품을 통해, 나는 인간의 욕구체계가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걸 좋아한다. 패션은 마찬가지고 우리가 흔히 라이프스타일이라고 칭하는 것들이 다 이 논리의 선상에 서 있다. 패션은 변화에 대한 철학이다.
변화하는 세상에서 견지해야 할 고집스러움에 대해 말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변화에 동참한다는 토대 위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이날 강의 후 네트워킹 시간이 있었는데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났다. 올해초부터 유독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나는 마음을 열어놓았다. 만남은 곧 세상을 향해 닫힌 문을 여는 열쇠라고 생각해왔다. 열림과 닫힘의 변증법과 긴장, 내가 시도하는 패션전시도 이 두 가지 힘을 어떻게 조율하는가에 달려있다.
패션큐레이션에 대한 이론서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 어차피 다 인지하는 내용이지만, 읽다보면 느끼는 건 똑같다. 누군가가 만든 전시의 형상을 따라가지 않는 것, 무엇보다 옷에 대한 숨은 이야기, 열망을 끄집어내는 일이다. 결국 큐레이션의 어원이 돌본다는 뜻의 라틴어 Cura 에서 왔다는 것을 생각해보자. 큐레이터는 이제 과거의 인식을 넘어, 한 시대의 문화를 돌보고, 자신이 돌봄행위를 수행하는 장소에, 타자들을 초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며 다녀볼 생각이다. 강의에 다닐 때마다, 열심히 들어주는 이들로 인해 기쁘다. 이날도 강의에 함께 해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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