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서울시민대학 특강-선도자와 추종자, 그 사이의 세계

패션 큐레이터 2017. 10. 10. 22:55





서울시에서 주관하는 서울시민대학에서 패션사를 강의한 지 2회차가 지났다. 총 5회에 걸쳐 복식의 역사 전반을 훑는다. 복식사와 미학을 다양한 관점과 학문의 렌즈로 읽는 작업은 도전이 된다. 의상학과에서도 찬밥신세였던 복식사를 요즘은 각종 신문에서 칼럼을 만들어 다룬다. 인터넷에서 긁어낸 허접한 복식사 지식들을 서양고전이니 인문학이니 하는 이름으로 내놓는 꼴을 보니 우습기도 하지만 그래도 복식사가 단순하게 옷의 스타일 변화나 묘사하는학문의 좁은 시각을 넘어, 옷을 통해 세상을 읽어낼 수 있는 방법론으로 인정받는게 기쁘다. 


그러나 80년대 초반부터 지금껏 변화없고 증보없는 내용들은 읽다보면 화도 나고, 좀 지겹다. 고생해서 사람들의 마인드에 올리는 작가가 있는가 하면, 밥숫가락만 슬쩍 올려 놓는 자들이 많기 때문이리라. 한국일보에서 지난 2년동안, 심도깊은 패션과 인문학을 결합한 글을 썼었다. 글 하나하나가 미세하게 베껴지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참 이 사회는 아직도 무언가를 만들고, 설득하고, 사람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노력을 하기보단, 누군가 만들어 놓은 걸, 글 몇줄 더 써서, 내가 더 많이 썼네 자랑하는 꼬락서니가 통하는 모양이다. 


누군가 그랬다. 따라하는 자들이 생긴다는 건 좋은 거라고. 그래서 강의도 더 열심히 하고 다니는 지 모르겠다. 많은 이들이 강의 시간에 사진을 찍고 녹취를 하는게 이제는 일상이다. 누군가는 고생해서 정리해 놓은 것들을 쉽게 가져갈 수 있다고 믿는 것도 이런 사회의 한 반증이리라 싶다. 그러나 한편 이런 비스무레한 모방자들이 고맙다. 이들 때문에 난 항상 긴장하게 되고, 새로운 것들을 공부하기 위해 투자한다. 항상 어떻게 전달할까? 어떤 어휘를 쓸까? 언어의 밀도와 온도를 고려한 저술작업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강의는 언제부터인가 나 만의 시그너처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 난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