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광고의 본령
패션은 광고를 통해 디자이너와 브랜드가 표방하는 글래머의 문법을 타인들에게 전달한다. 사이클이 점점 빨라지는 요즘, 패션광고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위해 더욱 혈안이 되고, 이를 위해 정교하게 조율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사회적 의제와 관점에서 벗어나는 실수도 자주, 아니 꽤 자주 범한다. 이번 프랑스의 패션 브랜드 이브 생 로랑의 2017년 봄 광고가 그렇다. 이미 여러나라에서 경고장 외에도 리콜요청을 받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지나친 섹시즘의 조장이다.
18세기는 패션광고가 태어난 시대다. 쇼핑의 탄생과 더불어 다양한 형태의 프로모션이 이때부터 만들어진다. 1741년 4월 24일자 런던 이브닝 포스트지를 보면, 당시 잡화상인 존 스탠튼이, 자신의 가게주소가 바뀐 것을 공지하기 위한 신문광고를 낸다. 1760년대부터 재단사들이 자신의 작업에 대한 광고를 냈고 이후 <레이디 매거진>과 같은 잡지에 판매자들은 상품광고를 냈다. 패션계에서는 유독 마른 여성몸매를 강조하다가 퇴출된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이미 시대의 젠더감수성은 과장되고, 마른 여성들의 몸에 대해 좋은 평가를 내리지 않고 있음에도 이번 생로랑은 똑같은 실수를 범했다. 생 로랑의 이번 광고는 특히 프랑스의 광고 규제 기구에서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모델 페르난다 올리비에라는 롤러 스케이트를 타고, 망사 스타킹을 착용한 채,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다. 하나같이 매춘을 조장하는 이미지들로 생 로랑의 의상이 표상체계를 만듦으로써, 생 로랑 브랜드 자체의 이미지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안타깝다. 생 로랑은 누구보다도 패션에서 여성성/남성성의 공고한 벽을 깨고, 앤드로지너스의 가치를 승인받기 위해 노력한 디자이너가 아닌가 말이다. 좋은 모델은 패션의 미래를 앞당긴다며, 항상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했던 디자이너였다. 패션광고의 관성 때문인지, 섹시즘에 도취된 광고들을 광고사들이 자주 만들어낸다. 욕을 먹으면서도, 오히려 부정적 입소문을 오히려 즐기는 것일까? 안타깝게도 미국발 리콜사태를 맞아 생로랑은 정신을 차려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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