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Travel/나의 행복한 레쥬메

패션 브랜드 미샤의 브랜드북을 쓰며

패션 큐레이터 2016. 9. 13. 01:27



패션 브랜드 미샤의 브랜드북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여년의 역사를 정리하고, 브랜드만의 미학적인 관점들을 나름 글을 통해 선보이려고 노력 중이다. 무엇보다 이번 프로젝트는 국내에선 처음으로 시도되는 일이다. 패션은 아카이브가 그 어떤 영역보다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변화의 지속과 그 속도라는 중압감 때문에 사실 서구의 명품 브랜드들을 제외하곤, 너무나 치열한 패션환경 속에서 디지털 아카이빙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히 20년이 넘는 역사를 갖고 있어도, 브랜드가 추출해서 만들어낸 옷들을 하나의 오브제로 통일성있게 주제화하고, 묶어서 글로 설명하는 작업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 미샤의 브랜드북 프로젝트는 국내 패션산업에서 귀추가 주목되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하나의 전범이 될 수 있는 경우이기 때문인데, 그만큼 책에 들어가는 모든 텍스트를 책임지는 나로서는 어깨가 무겁다. 그럼에도 미샤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랄까? 브랜드가 추구하는 여성성과 실루엣, 소재미학등 조금씩 더 깊게 애정을 갖고 살펴보면, 글로 표현할 수 있는 세계는 더욱 확장된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세계에 내놓을 미학과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들을 외부의 필자와 연구자들이, 각자의 방법론과 프리즘으로 살펴보면서 서술하면 되는 것이다. 한국사회의 변화상과 한 브랜드에서 내놓는 옷들이, 그들이 그리려고 하는 시대의 그리움이, 여성의 면모들이 어떻게 맞물려 있는지 설명해내려고 한다. 


우리에겐 여전히 소중한 패션 브랜드들이 많다. 작년부터 올해 하반기까지 한국의 주요 패션회사들은 다 다녔다. 한섬에는 강의를, 구호는 글을, 미샤는 브랜드북을 만들게 된다. 이외에도 거론할 브랜드들은 많다. 한국적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를 표방한 신세계의 JAJU 도 그렇고. 중요한 것은 각 브랜드가 사회와 브랜드의 연결점이 될 만한 자체의 미학을 구축하고, 이것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변화에 대응하면서 변주를 하는 것이다. 핵심토대가 되는 정신의 지표를 선연히 하면서도, 변화의 흐름을 유연하게 읽고 해석하는 견고한 브랜드가 되는 길. 미샤는 바로 이 길의 첫 시작점에 와 있다. 정말 열심히 마무리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미샤가 많은 이들에게 지금보다 더 사랑을 받고, 힘을 내서 진군하는 브랜드가 되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