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 & Fashion/패션 큐레이터의 서재

우아함을 새기다-마스터 주얼러 수전 벨페론의 작품들

패션 큐레이터 2016. 5. 2. 11:08



보석 디자이너 수전 벨페론의 도록을 샀다. 그는 마스터 주얼러들의 명단에서 유일한 여자다. 시대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남성일색인 보석시장의 패권에서 그녀는 자신의 창의력 하나만으로 시대를 울리고 공명했다. 우아하고 대담하게 한 시대의 여성상에 어울리는 보석들을 디자인 한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석의 역사에서 그녀의 이름은 소개되지 못했다. 


패션 언론들이 당시 그녀를 얼마나 칭찬했는지, 그녀가 20세기 전반부에 미친 미적 영향력은 간과할 수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역사에서 지금껏 복원되지 못했던 인물이다. 윈저 공작부인의 보석들이 경매에 부쳐졌는데, 그때 16개 품목 중 5개가 이 벨페론의 제품이었다. 미술가건, 건축가건, 디자이너건, 사후에 편집된 도록들과 그 안의 작품들을 보고 있자면 항상 역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그녀가 활동한 1920년대는 최근의 패션사조에서 '황금시대'로 불리는 샤넬의 시대이기도 했다. 기능성있는 패션들이 여성들의 몸을 지배하던 시절, 벨페론이 부아뱅 하우스에서 만든 보석들은 당시의 유행사조인 아르누보를 따랐다. 하지만 그녀는 시대의 사조와 트렌드를 넘어서, 자신만의 기호와 생각이 담긴 보석을 만든다. 준보석들을 자주 사용한 것도 같은 이유다. 시대를 바꾼 사람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따르되, 그 시대를 넘어서는 것이다. 모방하되 단순한 모방(imitation)을 넘어 시대와 경쟁하며 자신의 표준을 시대의 미학으로 얹힌 이들이다. 꼼꼼하게 읽어야겠다. 보석과 패션을 묶어서 한 권의 책으로 내려고 한다. 그저 초상화에 나타난